“비공개 원칙” 외친 충남도, 일부 대학 자율 홍보에 ‘정책 신뢰성 논란’“성과 따라 조정”이라더니…‘확정 예산’처럼 발표, ‘사업 본질 왜곡’ 우려“성과 없으면 삭감”…충남 RISE, 매년 중간평가로 예산 ‘차등 지원’대학 간 위화감·서열화 불씨…“道‧교육부, 책임 있는 공개 기준 마련해야”
  • ▲ 지난 2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2025년 제2차 충남도라이즈위원회 회의’.ⓒ충남도
    ▲ 지난 2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2025년 제2차 충남도라이즈위원회 회의’.ⓒ충남도
    충남도가 지역 대학 육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사업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정책 신뢰성 논란’에 휘말렸다. 

    15일 충남도와 대학 등에 따르면, 애초 충남도는 “성과에 따라 탄력적으로 예산을 조정한다”며 대학별 지원액은 비공개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공주대학교와 충남도립대학교가 자체 보도자료를 통해 각각 5년간 715억 원, 매년 59억 원의 확보 예산을 공개하면서 기준 없는 정보 공개로 인한 타 대학과의 형평성 논란과 위화감 조성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는 지난 2일 열린 ‘제2차 충남도라이즈위원회’에서 21개 대학 124개 과제를 최종 선정했으며, 총예산 1403억 원 규모의 중대형 프로젝트임에도 ‘성과 중심의 유동적 예산 구조’를 이유로 대학별 배분 내역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일부 대학이 이를 스스로 공개하면서 비공개 방침이 사실상 공염불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주대·충남도립대, ‘예산 자랑’…“보장도 안 된 예상 금액” 마치 확정 예산처럼

    논란의 발단은 공주대학교의 발표였다. 공주대는 지난 13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충남도 RISE 사업에 선정돼 향후 5년간 715억 원 규모의 국비를 확보했다”고 알렸다. 공주대는 총 17개 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며, 이는 충남 RISE 참여 대학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어 충남도립대도 “12개 과제에 선정돼 매년 58억8200만 원 규모의 사업을 5년간 수행한다”고 밝혔다. 두 대학 모두 금액과 과제 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사실상 성과처럼 포장된 자체 성과 발표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금액은 어디까지나 추정치 또는 계획 수치에 불과하다. RISE 사업은 매년 중간 평가를 거쳐 우수대학에는 인센티브를, 부진한 대학에는 예산 삭감과 제도 개선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대학들의 발표는 성과 기반 유동 예산이라는 사업 본질을 흐리고, 지역 사회와 타 대학에 혼선을 줄 수 있는 오해를 낳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 ▲ 공주대학교 정문.ⓒ공주대학교
    ▲ 공주대학교 정문.ⓒ공주대학교
    ◇충남도 “통제 어렵다”…“몇몇 대학은 오히려 ‘비공개’ 요청했다”

    충남도 RISE 사업 실무를 맡은 담당자는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각 대학이 개별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도 차원에서 제재할 수 없다. 전체 예산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대학 간 서열화, 역량 비교로 인한 위화감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몇몇 대학은 우리에게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대학 간 온도차와 이해관계 충돌도 존재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입장이 정책 관리 능력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학이 자체 보도자료를 통해 국비 수령액을 마치 확정 예산처럼 과도하게 홍보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도가 이를 사전에 충분히 조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도 관계자는 “충남도는 교육부로부터 국비를 받아 똑같은 구조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평가를 통해 금액이 유동적으로 조정되는 구조이므로 확정액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대학, 불만 표출·속앓이…‘예산 경쟁으로 번지는 RISE’

    충남 일부 대학에서는 도의 라이즈 사업 발표 이후 상대적 박탈감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공주대가 가장 많은 예산을 받았다는 식으로 홍보하자 학생이나 교직원들 사이에서 ‘우린 왜 이리 적냐’는 반응이 나온다”며 “성과 경쟁이 아닌 예산 경쟁으로 변질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너무 적다”며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업의 본래 목적이 ‘지역 문제 해결과 산학협력 강화’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간 자존심 싸움과 예산 비교로 논의가 왜곡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 ▲ 충남도립대학교 청양 캠퍼스.ⓒ충남도립대학교
    ▲ 충남도립대학교 청양 캠퍼스.ⓒ충남도립대학교
    ◇“성과 중심 RISE, 원칙 흔들리면 생태계 무너진다”…공개 기준 마련 시급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충남도와 교육부가 더 명확한 예산 공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관계자는 “애초에 ‘비공개’ 방침을 세웠다면, 대학들과 협의해 일관된 기준과 절차를 공유했어야 했다”며 “이대로 가면 일부 대학만 언론 플레이에 성공하는 구조가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방 대학의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는 RISE의 취지를 살리려면 예산보다는 성과, 지역 기여도, 지속 가능성 중심의 평가 프레임을 명확히 제시하고, 홍보 방식에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보여주듯, 시작 단계부터 ‘정보 공개 원칙의 부재’라는 신뢰의 균열을 보인 이상,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더 큰 혼선과 불신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단순한 행정적 유연성이 아니라,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 관리 체계의 정비가 시급하다.

    한편 충남도는 이번에 선정된 21개 대학에 대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예산 집행에 돌입하고, 대학별 세부 이행계획 점검과 중간 평가를 병행할 방침이다. 평가 항목은 산학연계 실적, 취업률, 지역문제 해결 성과, 지역 연계 교육과정 운영 등으로, 그 결과에 따라 차년도 예산 규모와 지원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충남도는 2027년까지 매년 단계적 성과 평가해, 우수대학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성과가 미흡한 대학에는 컨설팅과 제도 개선을 통해 구조를 지속 점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RISE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역대학의 자생적 혁신 역량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앞서 충남도는 지난 2일 열린 ‘제2차 충남도라이즈위원회’에서 총 1403억 원 규모의 충남 라이즈 수행대학 선정 안(21개 대학, 124개 과제)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