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경영 넘은 ‘재창업 정신’… ㈜한국펄프 기술기업으로 다시 세우다장애인 고용·무정년제·상생 협력… ESG를 일상으로 만든 제조업 CEO스마트팩토리·4겹 미도포 기술… 작지만 강한 공장 경쟁력 완성이경희 대표 “고용이 아니라 함께 일할 구조 만든다”…사람 중심 경영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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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희 ㈜한국펄프 대표이사.ⓒ김정원 기자
직원 25명. 그러나 이 작은 공장에서 일어나는 연간 매출은 200억 원에 달한다. 숫자만 보면 특수한 경우처럼 보이지만, ㈜한국펄프(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미천고은로 65)의 성장은 20년 동안 축적된 기술력, 공장 혁신, 사람 중심의 조직문화가 맞물린 결과다. 단순히 생산량을 늘린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끝없이 반복하며 공정을 재설계한 흔적이 곳곳에서 확인된다.이경희 ㈜한국펄프 대표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중소기업도 기술로 승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꾸준히 던져왔다.지난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중소기업융합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업계에서는 “한국펄프가 보여준 성장 곡선은 중소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설계할 때 참고할 표준 모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2세 경영 20년… “종이가 아니라 기술을 만든다”1978년 부친이 창업한 회사를 2005년부터 이어받았지만, 이경희 대표의 경영 방식은 전통적인 가업 승계와는 크게 달랐다.그는 사업의 영역을 ‘제조’에서 ‘기술’로 확장하며 회사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했다. 이 대표는 “종이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여야 한다”며 기업부설연구소 중심의 연구개발 체계를 강화했다. -
- ▲ 이경희 ㈜한국펄프 대표이사가 뉴데일리의 사진촬영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그 과정에서 △은나노 쑥 복층 시트지 △천연향료 함침 화장지 △반려동물용 천연성분 시트지 △4겹 미도포 제조기술 등 특허 기술이 차례로 완성됐다. 각 기술은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졌고 독자 브랜드 개발, OEM·납품 시장 확대 등을 가능하게 했다.특히 재생펄프 기술 고도화는 친환경·안전성을 중시하는 최근 시장 흐름과 맞물리며 제품 가치를 크게 높였다. 이는 단순 제조업이 아닌 ‘기술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이 가져온 변화로 평가된다.◇ 스마트팩토리 고도화… 협력 네트워크까지 확대한 공정 혁신한국펄프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식 자동화를 무리하게 도입하지 않았다. 대신 공장의 규모와 제품 특성에 맞는 ‘현실적인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삼성전자와 3년간 시행한 상생형 스마트팩토리 고도화 사업은 대표적인 사례다. MES 시스템 도입, 공정 데이터 실시간 분석, 위험 공정 자동화 등이 공장 전체를 재편했다.이 과정에서 생산성은 2배 이상 증가했고, 제품 불량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현장 근로자의 작업 안전성도 크게 향상돼 산업재해 발생률이 대폭 낮아지는 효과도 나타났다.여기에 더해 한국펄프는 협력업체와의 상생 구조를 공정 혁신에 결합했다. 원지, 지관, 포장재 업체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원자재 가격 급등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했으며, 지관 공장 부지 무상임대 같은 협력 방식은 중소기업 간 비용 절감과 품질 유지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특히 ‘4겹 미도포 기술’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수소결합 방식으로 시트를 결합해 내구성과 안전성을 높인 동시에 연간 6000만 원 이상 비용을 절감한 대표적 혁신 사례다. -
- ▲ 전체 직원의 약 44%가 장애인인 장애인표준사업장인 ㈜한국펄프 이경희 대표가 경영철학과 장애인 고용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원 기자
◇ 장애인 고용·무정년제… “기업의 뿌리는 사람에게 있다”한국펄프는 제조업체로는 보기 드물게 전체 직원의 약 44%가 장애인인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단순한 법적 고용 비율 충족이 아니라, 장애인이 지속해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현장 자동화와 설비 개선을 병행해왔다.이경희 대표는 “누군가를 고용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무정년제 운영도 한국펄프의 특징이다. 기술의 연속성이 중요한 제조업의 특성상 숙련 인력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현장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를 정착시켰다. 이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 안정뿐 아니라 기술 전수 체계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또한, 청주공고·충청대와의 산학협력은 청년층에게 지역 내 실무형 일자리를 제공하며 기업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인재 육성 방식은 지역 제조업의 기반을 지키는 데도 실질적 역할을 한다. -
- ▲ ㈜한국펄프 생산제픔인 티슈.ⓒ㈜한국펄프
◇ ESG는 외형이 아닌 생활… 재생펄프 기술 기반의 친환경 경영한국펄프는 재생펄프 기반 제조기업으로서 ESG 경영을 선언적으로가 아닌 생활화된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다.5년 연속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무형광·무첨가 제품 비율을 높이고 제품 포장 과정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꾸준히 줄이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또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공정 개선을 지속해서 추진하며, 열효율 개선·교체 부품 자체 생산 등 제조 과정 전반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지역사회 공헌은 조용하지만 꾸준하다. 코로나 19 방역 지원, 오송 지하차도·괴산댐 등 재난 현장 긴급지원, 문의면 저소득층·농아인협회·아동복지기관 후원 등을 지속해오며 “기업은 지역 속에서 성장한다”는 철학을 실천해왔다. -
- ▲ ㈜한국펄프가 생산하는 제품인 롤티슈.ⓒ㈜한국펄프
◇ “실패해도 배운다”… 성과보다 더 큰 자산은 ‘학습하는 조직’이경희 대표는 기술혁신, 경영 시스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종합적으로 인정받아 △국무총리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국가산업발전·기술혁신)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모범경제인) 등을 수상했다.그를 아는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으로 “이 대표는 성공보다 학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CEO”라고 말한다. 새로운 기계, 공정, 기술을 도입할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에서 얻은 데이터와 경험을 다음 개선 과정에 적용하는 방식이 한국펄프의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25명으로 200억 원을 만드는 기업. 숫자만 보면 효율의 극대화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사람·지역이라는 세 축을 단단히 연결한 경영철학이 있다.한국펄프의 사례는 “중소기업도 기술과 사람 중심의 조직이라면 얼마든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
- ▲ ⓒ㈜한국펄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