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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사회복지 시설인 음성 꽃동네를 방문해 시설 이용자들을 위로하고 오찬을 함께했다. 사회적 약자를 먼저 찾아가겠다는 취지의 행보로, 이날 현장에도 반 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는 묵묵히 자리를 함께 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14일 오후 충청북도 음성군 맹동면 소재 꽃동네를 방문했다. 반 전 총장은 노인요양원, 아동 시설을 차례로 돌아보고 자원봉사자들과 악수를 하며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이곳을 만든 오웅진 신부께서 수많은 사람의 건강과 인간의 존엄을 위해 노력하시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어려운 환경에도 희생정신과 봉사 정신을 남달리 실천하신 데 대해 깊은 존경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과 오웅진 신부는 40년에 이어진 인연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일화를 소개하면서 "당시 교황께서 꽃동네를 방문한다고 말씀해서 내가 태어난 곳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음성 꽃동네는 오웅진 신부가 1976년 11월, 부랑인들을 돌봐온 최귀동 할아버지의 헌신을 본받고자 직접 집을 짓고 18 명의 걸인을 수용하면서 시작됐다. 현재는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나라에 설립됐으며, 심신장애인·아동 시설 등을 포함한 종합사회복지 시설로 발돋움했다.
반 전 총장은 "이번 방문은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순수히 고향을 방문하고 꽃동네를 방문해 존경을 표하러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 모두 고향 색을 벗어나 국경을 넘어 세계를 향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세계가 잘 살아야 대한민국이 편하고 음성도 번영하고 평화로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활동했을 때 대한민국만 대표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대표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충청 대망론에 대한 질문을 받지만, 충청만을 위해 일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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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반 전 총장이 내세운 '정치교체'와 문재인 전 대표의 '정권교체론'의 충돌에 대해서다.
반 전 총장은 "정권은 국민의 뜻에 따라 계속 교체됐지만, 정치의 행태와 정치인의 사고방식은 변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민주주의에 합당한 시민의식이 함양된 가운데서 진행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박 대통령과 통화 여부를 묻는 말에는 "할 예정으로 돼 있다"는 답변을, 국민 대타협에 대한 물음에는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모든 일정에는 반 전 총장의 부인 유순택 여사가 함께 했다. 평소 과묵한 성격으로 알려진 유 여사는 귀국 행사부터 지금까지 모든 공식 일정을 함께 소화하고 있다.
이날에도 유 여사는 노인 요양원 어르신들에게 여러 차례 먼저 말을 걸며 대화를 주도했다. 유 여사는 "시장하시지요", "연세가 얼마나 되세요?" 등 간단하면서도 능숙한 행동으로 주변의 눈길을 끌었다.
유순택 여사는 충주여고를 졸업해 중앙대학교 도서관학과를 졸업했으며 반 전 총장과는 여고 시절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