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과욕이 ‘화’ 불러 빨리 조용해졌으면”…경찰 압수수색하자 잠적 부부 출두의사
  • ▲ 사기판매의혹으로 문을 닫은 충북 음성군 감곡면 미미쿠기 제과점.ⓒ독자제공
    ▲ 사기판매의혹으로 문을 닫은 충북 음성군 감곡면 미미쿠기 제과점.ⓒ독자제공

    ‘햇사레 복숭아’로 유명한 충북 음성군 감곡면이 ‘미미쿠키’ 사기판매의혹 파문이 확산되면서 1만여 명이 살고 있는 시골 면 소재지가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발칵 뒤집혔다.

    인구 1만 866명의 작은 면(面)인 음성군 감곡면 소재지에서 30대 A부부가 2016년 6월부터 미미쿠키 제과점을 운영하면서 대형마트 제품을 포장갈이를 통해 유기농 수제 쿠키로 둔갑시켜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부부는 방송과 SNS에서 “자신들이 판매하는 쿠키가 지역 농산물로 판매하는 유기농 제품이라고 홍보하면서 줄서야 먹을 수 있었고 통신판매를 통해 불티나게 판매되면서 없어서 못팔 정도가 됐었다.

    하지만 이들 부부가 판매한 쿠키가 한 네티즌에 의해 미미쿠키 제품이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제품을 재포장해 판매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전국에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들 부부는 SNS를 통해 사과했지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 SNS에 소비자 고발의 글이 게시되면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결국 미미쿠키 제과점은 문을 닫았다.

    이들 부부가 판매한 미미쿠키는 코스트코가 이탈리아 비첸시사로부터 수입한 ‘로마쿠키’와 ‘삼립 롤케이크’를 재포장해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말인 29일과 30일 감곡면 미미쿠키 제과점 앞에는 신문과 방송국 기자들이 잇따라 찾아올 정도로 미미쿠키 사기판매 의혹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음성군 감곡면은 어떤 곳?

    음성군 감곡면은 충북 북부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감곡은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과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교통요충지로, 이 곳을 통해 경기도 이천을 거쳐 서울로 가거나 감곡을 거쳐 충주로 가는 주요 길목이다. 국도 38호선과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이곳을 통과하고 있다.
     
    감곡은 햇사레 복숭아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며 비교적 부촌(富村)지역이다. 

    감곡농협 옆 건물에서 쿠키를 판매했던 미미쿠키 제과점은 길 건너편에 천주교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충북 유형문화재 제188호)이 자리 잡고 있는데, 1896년에 건립된 감곡 매괴성당은 우리나라에서 5번째 손가락에 들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조선말기 1882년 임오군란 당시 명성황후가 잠시 이 곳으로 몸을 피신했던 곳이다.

    ◇감곡 주민들, “미미쿠키 과욕이 ‘화’ 불러”

    “충북의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충북 음성군 감곡면이 ‘미미쿠키’로 전국적인 이슈의 중심에 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감곡면 주민들은 미미쿠키 사기판매 의혹이 전국적인 이슈의 현장이 되면서 상당히 놀라는 눈치다.

    감곡면 주민들은 “미미쿠키 제과점을 운영한 부부는 2016년 친정인 감곡에서 남편과 함께 열심히 장사를 했다”면서 “지역에서는 이들 젊은 부부에 대한 평판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면서 “이들 부부가 장사가 좀 되니 너무 욕심을 많이 부린 것이 결국 화가 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영관 감곡면장은 “미미쿠키 판매문제로 언론의 보도가 대서특필되면서 주민들로부터 대단히 안타깝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밝히고 “이들 부부는 경기도 이천에서 1년 정도 사업을 하다 고향으로 와서 미미쿠키 영업을 해왔다. 부부가 좀 과욕을 부린 것이 이 같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들 부부의 문제로 감곡이 안 좋게 전국에 보도돼 너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권태화 감곡농협조합장은 “감곡이 미미쿠키 때문에 안 좋은 일로 유명해져 안타깝다. 하루 빨리 잠잠해졌으면 한다. 미미쿠키 점포가 농협 옆에 있는데, 처음에는 언론사들이 찾아와 점포를 촬영하는 것을 보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미쿠키가 그렇게 유명한 줄은 몰랐다. 미미쿠기를 판매했던 부부 중 부인의 고향이 감곡이다. 미미쿠키 점포는 3~5평정도 밖에 안 되는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권 조합장은 “감곡 사람들은 이들 부부가 점포를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고 있다. 미미쿠키 제과점이 잘 된다는 소식을 듣고 친정부모가 너무 가난하게 살았지만 건실하게 잘 살아 자식들이 그 복을 받는 줄 알았었다”며 크게 안타까워했다.

    감곡토박이로 이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60대의 한 주민은 “미미쿠키 사건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여기저기에서 미미쿠키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오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게 됐다”며 “젊은 부부가 너무 큰 욕심을 냈고 한꺼번에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화근이 된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감곡파출소의 한 경찰관도 “미미쿠키가 이렇게 유명한 제품인 것은 주민들도 잘 몰랐다. 최근 문제가 되면서 언론보도와 인터넷을 보고 파장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미쿠키를 판매했던 점포는 문을 닫아놓았지만 신문과 방송기사들이 많이 찾아와 점포를 촬영하고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미쿠키 사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뜨겁게 달궜다.

    한 청원인은 “미미쿠키를 수제쿠키라고 속여 팔았는데,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 엄격하게 처벌해 달라”고 했고, 또 다른 청원인은 “아이 태명인 ‘미미’인 만큼 믿을 수 있는 물건을 제공한다는 형식으로 사람들을 기만했다. 제대로 된 음식이 아닌 가공품을 그냥 ‘수제’라는 명목하에 사람들을 기만하고 장난질 쳤고 몇 번이고 자기네 물건은 문제가 없다며 우롱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게시물에는 2272명이 청원동의를 했다.

    ◇경찰 압수수색‧부부 경찰 출두의사 밝혀

    대형마트 완제품을 유기농 수제 쿠키라고 소비자들을 속여 판매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미미쿠키 대표 부부가 일주일 만에 경찰 출두의사를 밝힌 가운데 음성경찰서는 지난 29일 음성군 감곡면 미미쿠키 영업점을 압수수색, 거래장부와 판매내역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한 뒤 거래내역 등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조사가 본격화 되면서 미미쿠키 운영규모 등 그동안의 거래 규모가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음성경찰서는 이들 부부를 대상으로 사기혐의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어서 곧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경찰조사와는 별도로 미미쿠키가 입점했던 직거래 업체 농라마트와 피해 소비자들이 법적 대응도 할 방침이다.

    또한 미미쿠키는 2016년 5월부터 휴게음식점업으로 음성군에 영업신고를 한 뒤 영업을 해왔다. 휴게음식점은 매장에서만 제품을 판매할 수 있으나 온라인판매는 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음성군은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이 업체 대표를 고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