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대수는 늘렸지만 체감 성능은 ‘바닥’… 입주민 불편·피해 현실화관리 주체 “설계 문제로 손 못 댄다”… 책임 공방 속 공백 드러나‘숫자 중심 제도’ 한계 노출… 행정 관리 책임론까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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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주 A 건설이 시행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완속 충전기 모습. 표기된 출력과 달리 실제 충전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뉴데일리
충북 청주 대규모 신규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을 둘러싸고 “법적 기준만 맞춘 보여주기식 인프라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형식적으로는 설치 기준을 초과했지만, 실제 충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입주민들의 생활 불편은 물론 생계 피해까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외형상 주차장 곳곳에 충전기가 설치돼 있으나, 실제 이용 과정에서는 충전이 시작되지 않거나 출력이 현저히 낮아 ‘실사용 불가’에 가깝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과 공동주택 인프라 구축 사이의 간극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3kW라더니 실제는 1kW 남짓”… 기능 상실한 충전기들7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단지는 급속 충전기 1기(7kW)와 완속 충전기 14대(3kW) 등 112대를 설치하면 되는 구조였으나, 시행사 A 건설은 이보다 많은 완속 충전기 139대를 설치했다.수치상으로는 법적 기준을 크게 웃돈다. 그러나 문제는 설치된 충전기 다수가 본래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입주민들에 따르면 표기상 3kW급 완속 충전기임에도 불구하고 전류가 아예 들어오지 않거나, 장시간 연결해도 충전량이 극히 미미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커넥터 연결은 가능하지만 충전이 개시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주민들은 “충전이 된다고 해도 12시간을 연결해야 10kWh 남짓 수준에 불과하다”며 “출퇴근이나 일상 이동을 위한 기본 충전 수요조차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전기차 한 대를 충전하는 데 필요한 40~60kWh를 고려하면 사실상 ‘충전 불능’ 상태라는 지적이다. -
- ▲ 청주 A아파트 완속 충전기 시설과 주차장 전경.ⓒ뉴데일리
◇ 생활 불편 넘어 생계 위협… 전기차 사용자 일상 붕괴충전 성능 저하는 입주민들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기차 보유 세대들은 충전을 위해 밤새 차량을 세워두거나, 새벽 시간을 피해 충전 스케줄을 조정하는 등 생활 패턴 자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충전 실패가 반복되면서 차량 이용 계획을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일부 세대에서는 전기차 보유 자체에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특히 전기차를 생업 수단으로 활용하는 입주민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전기차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이모 씨(65)는 “충전이 원활하지 않아 하루 평균 3~4만 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한다”며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 씨는 “야간에는 다른 입주민들이 충전기를 점유해 사실상 충전이 불가능해 낮 시간대에 영업을 중단하고 충전을 해야 한다”며 “차량은 있는데 일을 못 하는 날도 생긴다”고 토로했다.일부 입주민은 “출근 직전 충전이 되지 않아 외부 급속충전소를 찾아 이동하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했던 사례도 있다”며 “충전 요금은 정상적으로 납부하고 있는데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
- ▲ 청주 A아파트 지하주차장 천정에 설치된 완속충전기. ⓒ뉴데일리
◇ 관리사무소 “설계상 한계… 지금은 개입 권한 없어”관리사무소(입주지원센터)는 충전시설 논란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적극적인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관리사무소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기 전 단계의 임시 운영 기구로, 충전시설 구조 변경이나 전력 증설을 결정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설명이다. 해당 충전시설은 시행사 설계와 시공사를 거쳐 이미 인수인계가 완료된 상태라는 점도 강조했다.관리사무소 측은 “해당 충전기는 하나의 전원을 여러 커넥터로 분산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것으로 안다”며 “동시 사용 시 출력 저하는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일부 입주민이 제기한 ‘3kW 충전기에서 실제 1.2kW 수준 출력’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며 “시행사 또는 시공사에 공식 확인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기준 충족’만으로 충분한가… 행정 책임론 부상입주민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관리 문제로 보지 않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용이 어려운 설비임에도 불구하고 인허가가 이뤄졌다면, 제도 설계와 행정 관리 책임 역시 짚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사전 입주 기간 중 전력 과부하로 전기 차단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입주율이 100%에 도달하고 전기차 보유 대수가 늘어날 경우 더 큰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주민들은 “지금도 이 정도인데, 전기차가 더 늘면 상황은 감당 불가 수준이 될 것”이라며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시공사·전력 공급 주체와 함께 합동 점검에 나서고, 단기적 보완책과 중·장기 전력 인프라 확충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관련 민원은 이미 시에 공식 접수된 상태다. -
- ▲ 청주 A아파트에 설치된 급속충전기. ⓒ뉴데일리
◇ A 건설 “법적 기준 준수… 주거용 목적 우선 설계”시행사 A 건설은 모든 충전시설이 법적 기준에 따라 설치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A 건설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기차 충전시설은 관련 법령 개정에 따라 주차면 수의 4% 설치 의무가 발생했고, 해당 단지는 112대 설치 대상이었다”며 “실제 설치는 이를 초과한 139대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이어 “전력 분산 방식 도입은 제한된 전력 여건 속에서 충전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며 “공동주택은 기본적으로 주거 공간으로, 영업용 전기차의 고용량 충전 수요까지 반영하는 데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숫자가 아닌 ‘사용 가능성’ 기준 필요성 대두이번 논란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정책이 ‘설치 대수’ 중심으로 설계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입주민 체감 성능과 실제 이용 가능성을 반영하지 못하면, 기준 충족 여부는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된다는 지적이다.주민들은 “충전기가 몇 대냐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충전이 되느냐”라며 “전기차 확산 정책이 현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제도 기준과 관리 방식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