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지사·윤건영 교육감 끝내 무반응… 정치권은 책임 논의 자체 회피대학은 방향 잃고, 충북의 리더십은 사라졌다
  • ▲ 충북대 본관과 캠퍼스 전경.ⓒ충북대
    ▲ 충북대 본관과 캠퍼스 전경.ⓒ충북대
    충북대와 국립한국교통대 통합이 사실상 무산된 지 닷새가 지났지만,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윤건영 충북도교육감, 여야 정치권 누구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역 고등교육의 향후 10년을 좌우할 중대 사안 앞에서 최고 책임자들이 집단적으로 침묵하는 현실에 “이 정도면 방관이 아니라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대학은 무너지고 있는데, 충북은 아무 말이 없다

    충북대 통합 부결은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다.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지역 국립대가 생존 전략을 포기한 결정이며, 글로컬대학30 사업 취소로 5년간 1000억 원 규모의 국비 지원이 날아갈 가능성이 커진 사건이다.

    그럼에도 충북은 조용하다.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현실은 기이할 정도로 평온하다. 위기 상황에서 경고음조차 울리지 않는 지역사회, 이것이 정상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 김영환 지사 ‘침묵’… 도정 책임자의 존재는 어디에 있는가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지역 미래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다. 특히 지역 대학은 산업·청년·인구 정책과 직결되는 핵심 축이다. 통합이 추진될 당시에도 충북도는 여러 차례 관심과 기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통합이 좌초된 지금, 도지사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입장 발표도, 평가도, 대안 언급도 없다. “대학 자율”이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도정의 미래 설계자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윤건영 교육감도 침묵… 고등교육은 교육 행정 밖인가

    윤건영 충북도교육감 역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초·중등교육을 관할한다는 이유로 고등교육 문제를 외면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역대학의 붕괴는 고교 진학 구조, 지역 인재 양성, 교육 사다리 전체를 무너뜨린다. 그럼에도 교육계 수장은 “나와 무관한 문제”라는 듯 침묵하고 있다. 교육 행정의 시야가 어디까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 여야 정치권 ‘전원 무반응’… 책임을 말할 용기조차 없다

    정치권의 침묵은 더 심각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도내 국회의원, 도의원, 지역 정치권 어디에서도 통합 무산에 대한 공식 논평이나 책임론이 나오지 않았다.

    선거 때마다 대학을 찾아 ‘미래 인재’, ‘지역 성장’을 외치던 정치인들은 위기 앞에서 침묵을 선택했다. 이는 중립이 아니라 회피다. 책임을 묻는 순간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는 계산이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무책임한 권력의 동조’

    지금의 침묵은 결코 중립이 아니다. 이는 잘못된 결정에 대한 암묵적 동의이며,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집단적 태도다.

    충북대가 “통합 거부 이후 대안은 없다”는 상황에 놓였음에도, 누구도 질문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버틸 것인가”, “재정 축소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학과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 전략은 있는가”라는 기본 질문조차 공적 공간에서 사라졌다.

    ◇ 충북대 내부는 흔들리는데, 외부는 외면한다

    충북대 내부에서는 이미 책임론이 불붙고 있다. 교수회를 중심으로 고창섭 총장 퇴진 요구가 공식 논의 단계에 들어섰고, 직원과 학생들 사이에서도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학내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도 외부 권력은 개입도, 조정도, 문제 제기도 하지 않고 있다. 국립대학 운영이 사실상 ‘내부 자율’이라는 이름의 방치 상태에 놓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교통대는 생존을 택했는데, 충북은 침묵을 택했다

    국립한국교통대는 교원·직원·학생 모두가 찬성하며 현실적 선택을 했다. 하지만 충북대의 반대로 통합은 무산됐고, 교통대 역시 향후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역 대학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음에도 충북 차원의 공론장은 열리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소극 행정이 아니라, 위기 관리 실패다.

    ◇ 질문은 하나다… 충북의 미래를 누가 책임지는가

    지금 충북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통합은 끝났지만, 책임은 이제 시작이다. 그러나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다.

    “도지사는 왜 말하지 않는가.” “교육감은 왜 침묵하는가.” “정치권은 왜 책임을 피하는가.”

    대학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위기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이 사태의 공범은 늘어난다.

    충북에 필요한 것은 조용한 관망이 아니다. 공개적 질문, 책임 있는 발언, 그리고 리더십이다. 지금처럼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면, 통합 부결의 책임은 대학을 넘어 충북 전체가 떠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