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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가 그동안 야심차게 추진해온 ‘세종시=행정수도’ 명문화가 헌법이 아닌 ‘법률위임’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쟁의 우려를 낳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이하 자문특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개헌안 초안에 법률로 수도를 규정토록 하는 정부안을 확정했다.
헌법에서 직접 수도를 규정하지 않고 법률로 수도를 정하도록 위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해구 자문특위 위원장이 이를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자문특위가 이 방안을 택한 이유는 국회 의석수를 고려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법률위임안이 여야 합의로 개헌안에 반영되면 법률로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규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헌의 경우 국회의원 3분의 2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겠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현실적일 수도 있지만 법률안은 국회의원 과반 이상 찬성하면 통과될 수 있는 만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충청권에서 줄 곳 주장해온 개헌 명문화가 배제됐다. 헌법보다 하위법인 법률에 근거할 경우 특정세력에 행정수도가 정략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위헌논란과 정치적 논란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초 개헌당론에 ‘대한민국 행정수도는 세종시로 한다’는 내용을 당론으로 택했으나 정부가 이번에 헌법이 아닌 법률위임으로 확정해 당정이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개헌안 초안 확정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행정수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 온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결과물이지만 앞으로 정부와 여당이 ‘세종시=행정수도’ 완성의지에 의심받지 않도록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
청와대는 이날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한 개헌안을 내놓는다면 자문특위가 확정한 정부안은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민대책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개헌안 초안에 넣은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에 대해 “여론 왜곡의 결과로, 헌법에 행정수도를 명문화해야 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13일 성명을 내고 “수차례의 여론조사 결과와 헌법특위 홈페이지 수도 조항 의제에 대한 토론 결과에서 다수가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 당위성을 지지했다”면서 “왜 법률위임이라는 국론분열과 지역갈등의 불안한 선택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