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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로부터 윤갑근 대구고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법무부
“올 것이 오고 말았다.”
검찰 내 이른바 ‘우병우 사단’에 대해 정부가 칼을 뽑아 들었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8일 검사장급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인사를 오는 12일자로 단행하면서 충북 출신인 윤갑근(53·사법연수원 19기) 대구고검장과 김진모(51·19기) 서울남부지검장을 좌천시켰다.
이번 인사는 사실상 이들에게 검찰에서 손 털고 나가라는 얘기다.
두 사람은 차관급인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직이라는 점과 박근혜 정부 때 승승장구하며 법무부와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윤 고검장은 청주 미원 출신으로 청주고를 나왔고 김 지검장은 청주 신흥고 출신으로, 같은 지역에서 고교를 나왔다.
이번 인사는 이른바 검찰 내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됐던 인사들을 수사 업무에서 배제하는 내용이 담겨 ‘우병우 사단’에 대한 물갈이가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법무부는 이들 모두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조치했다. 사실상 좌천이다. 충북지역에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자리는 검사장 진입을 앞둔 간부 등이 통상 배치됐던 자리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대단히 이례적인 인사로 받아들여 진다.
윤 고검장은 우병우(50·19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지난해 8월 ‘우병우 특별수사팀’의 팀장을 맡아 우 전 수석 처가의 화성 땅 차명보유 의혹을 비롯해 가족회사 ‘정강’ 관련 의혹 등을 맡아 조사하면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해 ‘부실수사’라는 질타를 받았었다.
또 우 전 수석의 첫 소환 때 불거진 이른바 ‘황제조사’ 논란은 검찰수사의 공정성 시비를 불러오기도 했었다.
윤 고검장은 과거 ‘정윤회 문건’ 사건 처리와 관련해서도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또한 김 지검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사정비서관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2012년에 부산지검 1차장 검사로 승진해 ‘검찰의 꽃’이라고 불리는 검사장 급을 꿰찼다.
우 전 수석과 동기인 김 지검장은 광주지검의 ‘세월호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우 전 수석의 의사를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근래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해 ‘넥슨 뇌물’로 파문을 일으켰던 진경준 전 검사장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서 연구위원으로 전보 조치됐다가 결국 해임된 바 있다.
연구위원은 사실상 무보직 상태나 다름없는 연구보직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이후 숨가쁘게 몰아치는 검찰개혁의 신호탄과 맞물려 지난달 21일 임명된 이금로 법무부 차관은 충북 증평출신으로 김 지검장과 청주 신흥고 동기로 대조된다.
이 차관은 인천지검장 재직 당시 수사 대상이었던 포스코건설 관계자와 골프회동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문 정부 인사를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특히 인천지검장 시절 이 차관은 지난해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대박’ 사건 특임검사를 맡아 진 전 검사장을 구속기소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율사출신인 지역의 한 인사는 윤 고검장과 김 지검장의 좌천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이들은 이른바 검사장급 ‘충북의 3인방’이라 불렸다”며 “어쨌든 희비가 엇갈리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과거 중요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 등의 문제가 제기됐던 검사들을 일선 검사장, 대검 부서장 등 수사 지휘 보직에서 연구 또는 비지휘 보직으로 전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지역의 한 인사는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윤 고검장 등은 그만둘 각오를 했을 텐데 너무 참혹하게 내쫒는 것은 아닌지 권력의 무상함을 절절히 느껴진다”고 밝혔다.
한편 윤갑근 대구고검장과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은 이날 오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