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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차기 지도부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저에게 부여된 원내대표 책무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22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권한대행으로 차기 전대 준비 등 당 재건 작업에 책임있게 완수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결정을 하기까지 많은 고뇌의 시간을 거쳤다"며 "저 또한 우리 자유한국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가슴 속에 불타는 정치적 비전을 실천해보고자 하는 뜻도 있었기 때문"이라 했다.
이어 "하지만 만일 당 대표에 출마하기 위해 임기 절반도 채우지 않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한다면 그 자체가 또다른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아무쪼록 당 지도부에 출마하실 분들이 자유한국당을 새롭게 재건하고 이끌어갈 시대적 비전과 애국·애당심을 활화산 처럼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19대 대선 직후부터 당의 후보로 뛰었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와 각을 세웠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당권 도전에 대해 "지금 막 대선에서 떨어졌는데 또 당권에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했고,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을 일괄 복당 시킨 것에 대해서도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당권 도전 의사로 읽혔다. 특히 정 원내대표의 발언은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의 복당을 반대하는 친박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어서 주목됐다.
그러나 그는 결국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했다. 먼저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대선에서 선전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홍 전 지사는 당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까지 불출마를 선언해 보수 후보가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등판해 예상을 넘는 25% 지지율을 득표했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홍 전 지사가 가장 유력한 차기 당 대표 후보라는 것이 당 안팎의 시각이다. 당원 투표에서 홍 후보를 상대로 다소 우위를 점할 수 있더라도, 여론조사에서는 다른 후보들이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 당 안팎의 시각이다.
다른 원인으로는 정우택 원내대표와 친박계 간 사이에 의문부호가 찍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 2016년 12월,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지원을 받아 나경원 의원을 7표차로 누르고 당선됐지만, 이후 인명진 목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불러들여 '친박 청산'에 나섰다. 당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과 서청원 의원이 격렬하게 대립한 바 있다. 친박계가 확실하게 지원할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정 원내대표로서는 원내대표직에 집중하는 '실리형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정 원내대표는 이날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날짜를 7월 3일로 못박았다. 정 원내대표는 "대선 이후 당내외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당 사무처에 실무적 검토를 거쳤다"며 "이때는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등 문재인 정부 출범 작업이 어느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이라는 점과 7월 중순 이후로 전당대회가 낮춰질 경우 무더위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