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wastewater) 방류 ‘환경오염’ 주범…“폐수 줄이고 재이용률 높여야”
  • ▲ 오은정 부장.ⓒK-water 충청지역 지사
    ▲ 오은정 부장.ⓒK-water 충청지역 지사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로 인기를 얻고 있는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한라산, 지리산 등 고산지대에 서식한다. 최근 국제적인 멸종위기 식물인 구상나무가 말라 죽는 일이 잇따르자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2015년부터 2년간 지리산과 덕유산 일대의 구상나무를 대상으로 원인 파악에 나선 결과, 주요 원인은 겨울철에 눈이 적게 내리고 이상기온으로 빨리 녹는데다 봄철 가뭄으로 물 부족 현상이 반복되면서 서서히 고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굳이 고산지대의 희귀식물이 아니더라도 이상기후와 가뭄의 여파는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전국의 겨울 얼음축제와 스키장은 수년째 물 부족과 이상고온으로 난항을 겪고 있고 물이 부족한 일부지역에서는 농작물 재배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벚꽃이나 매화같은 봄꽃은 해마다 개화시기가 앞당겨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가뭄이 심각한 지역에서는 생장도 부실하다. 이처럼 물이 부족하면 동식물의 삶은 매우 피폐해지고 인간의 삶은 궁핍해진다. 결국 물은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다.

    물은 단순히 생명의 유지를 위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도시와 문명의 시작에는 항상 풍부한 물이 수반됐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도시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시민 대부분이 이용할 수 있는 상하수도 시설이 보급된 이후로는 인류의 삶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고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특정지역에 인구가 편중되면서 물 공급량이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만성적인 물 부족 사태에 시달리게 됐고, 오폐수가 넘쳐나면서 하천의 수질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에 UN에서는 점차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 오염으로 인한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로 제정·선포했다. 1993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25번째를 맞이하는 ‘세계 물의 날’의 이번 주제는 ‘폐수(wastewater)’다. 가정, 산업, 농업에서 배출되는 폐수의 대부분은 거의 재이용되지 못한 채 하천으로 방류돼 환경을 오염시킨다. 전 세계적으로는 80% 이상의 폐수가 제대로 처리되거나 재이용되지 않은 채 생태계로 돌아간다고 한다. 

    물 부족과 수질오염 문제는 기술의 발전과 진보된 시민의식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폐수를 줄이고 재이용률을 높여야 한다. 시민의 건강, 경제개발과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따른 이익과 비교한다면 폐수처리나 재이용에 과감한 투자가 요구된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아산신도시에서 폐수 재이용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처리한 물을 역삼투막(RO) 공정을 거쳐 인근의 첨단 디스플레이 제조단지인 ‘아산디스플레 이시티’에 산업용수로 공급하는 국내 최초의 시설이다.

    또한 미래형 물도시, Smart Water City에서는 선진기술을 이용해서 하·폐수 재이용을 통해 식수 및 공업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수자원 자립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실제 물 산업 선진국인 싱가포르에서는 하루 2억900만 리터의 NEWater 처리수(전체 물수요의 15%)가 생산되며, 산업용수, 조경수 등으로 100% 재이용된다고 한다. 산업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충분히 물을 재이용할 수 있다.

    한 번 사용한 물이라도 비교적 깨끗하다면 정원에 주는 물이나 간단한 청소, 빨래에 재활용할 수 있다. 물을 아껴쓰는 것을 넘어서 다시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아름다운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서 양질의 물은 필수다. 이번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다시 한 번 생명의 근원인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자. 그리고 한 번 사용한 물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다시 쓰고 깨끗이 쓰는 선진시민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