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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선진 7개국) 정상회의에 앞서 한국을 방문 중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내년 12월에 열릴 대통령 선거 출마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반기문 총장은 25일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포럼에 참석해 "자생적으로 이런 (대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유엔사무총장 임기 만료 이후)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 때 결심하고, 필요하면 여러분에게 조언도 구할 것"이라고 밝혀,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반기문 총장의 임기는 올해 말로 만료된다. 대선이 열리는 내년부터는 모종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필요하면 맡겠다는 의지를 드러냄에 따라,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와 같은 발언이 전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간의 3자 회동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여권 내부에서 어떤 식으로든 물밑 조율을 통해 '교통 정리'를 끝낸 시점에서 이러한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다.
반기문 총장은 이날 포럼에서 대권 도전에 임하면서 던질 화두로 '대통합'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내부 분열이 해외에서 보도되는 모습을 보면서 창피하게 느낄 때가 많았다"며 "국가통합은 정치 지도자들의 뜻만 있으면 내일이라도 가능하니, 대통합을 선언하고 국가통합을 위해 사심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특정 계파의 후보로 옹립되는 듯한 '그림'에 대해서는 극력 선을 그었다. 반기문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자주 만난다고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 때도 그랬고, 어느 대통령이든 다 했다"며 "그런 것을 너무 확대 해석해서 (친박 후보라는) 다른 방향으로 하는 것은 기가 막히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호남 지역에서 민감하게 반응한, 지난달 17일 외교부의 1985년 외교 문서 공개 과정에서 알려진 김대중 전 대통령(DJ) 동향 보고 문제에 대한 해명도 이뤄졌다.
반기문 총장은 "(정보 보고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 한 것이 아니고 정부·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그대로 관찰·보고한 것"이라며 "(DJ에 대한 사찰으로 몰아가는 것은) 나를 흠집 내겠다는 것인데 말도 안 되고 기가 막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