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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임기자 김경태/ 보건학박사.ⓒ뉴데일리
노자의 '도덕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治大國 若烹小鮮(치대국 약팽소선)'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는 자주 뒤집으면 살이 부서지고, 불을 세게 하면 타버린다. 즉 절제와 균형,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 있는 손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를 지켜보며 이 구절이 떠올랐다.
국회 180석을 가진 거대 여당, 그리고 대전 지역구 7명 전원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 정치 지형만 놓고 보면 통합법 추진의 동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결과는 ‘보류’였고, 이후 터져 나온 말은 “야당 발목잡기”였다.
물론 야당의 협조가 변수일 수 있다.
하지만 180석 구조에서 법안이 멈췄다면, 최소한 전략 설계와 내부 조율 과정에 대한 설명이 먼저다. 주도권을 쥔 쪽이 1차적 책임을 진다는 것은 정치의 기본 원칙이다. 그 원칙이 이번엔 너무 낯설게 느껴진다.
특히 대전 지역 국회의원 7명이 “직접적 이해 당사자이다”며 공식 논의 참여와 적극적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는 대목에서 쉽게 납득이 어렵다. 국회의원은 이해 관계인이 아니라 대표자다. 이해가 얽혀 있을수록 더 전면에 나서 토론하고 설득해야 하는 자리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선택이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광역 행정 구조, 재정 배분, 공공기관 재배치, 정치적 영향력 재편까지 연결된 ‘권력의 재설계’다. 그만큼 치밀한 로드맵과 내부 합의가 필수다. 만약 그 준비가 부족했다면 인정해야 하고, 내부 이견이 있었다면 공개적으로 설명해야 한다.하지만 거리의 정치가 앞섰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기초단체장과 출마 예정자들은 단식에 돌입했고, 박범계의원은 출판기념회에서 삭발로 통합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상징은 강렬했다. 그러나 상징은 설계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다.
노자는 또 말했다.
“信不足 焉有不信(신부족 언유불신)” 믿음이 부족하면 불신이 생긴다.설명이 부족하면 시민은 의심으로 채운다. 당 지도부와의 조율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충남과의 협의 과정에서 무엇이 걸림돌이었는지, 왜 지금이 적기였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여전히 부족하다.
정치는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다.
결과가 ‘보류’라면, 최소한 책임의 언어는 분명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안에서는 책임 대신 프레임이 먼저 등장했다. “야당 책임”이라는 익숙한 공식이 반복될수록, 통합 논의의 본질은 흐려지고 시민의 피로감만 커진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의 권력 구조와 재정 지형을 바꾸는 중대 과제다. 즉 작은 생선을 굽듯 섬세하게 다뤄야 할 사안을, 누가 어떻게 뒤집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신뢰는 남지 않는다.
시민이 묻는 질문은 단순하다.
왜 멈췄는가, 누가 설계했는가, 그리고 누가 책임지는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이번 통합 논의는 정책 실패가 아니라 책임 회피의 사례로 기록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