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융배 충남RISE센터장 “초광역 RISE, 급하게 묶을수록 실패한다”… 충남 ‘준비형 협력론’ 제시

초광역 RISE 협력을 둘러싼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속도 중심 통합’에 대한 경고가 현장에서 나왔다. 

승융배 충남RISE센터장은 지역 성과 축적과 실행 구조 개편 없이 추진되는 초광역 협력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준비된 지역 모델을 바탕으로 한 단계적 통합 전략을 제시했다.

승융배 충남RISE센터장은 11일 충북도의회에서 열린 충북도의회·충북지역대학혁신지원센터 주최 ‘중부권 RISE 초광역 협력 포럼’ 토론 발제에서, 중부권 초광역 RISE가 반복되는 정책 실험에 머물지 않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구조적 문제를 제기했다.

◇ “초광역 협력, 왜 흔히 실패하는가”

승 센터장은 초광역 정책이 실패해 온 이유를 ‘준비 없는 통합’에서 찾았다.

그는 “지역의 산업 구조와 대학 환경, 행정 역량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하나의 틀을 먼저 씌우는 방식은 현장을 무력화시킨다”며 “초광역 협력이 오히려 기존 지역 RISE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광역은 출발점이 아니라 도달 지점”이라며 “지역에서 검증되지 않은 모델은 권역으로 확장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충남의 해법… ‘선 지역, 후 통합’

충남RISE센터가 제시한 해법은 명확했다.

각 지역 RISE센터가 산업·대학·인재 구조에 맞는 협력 모델을 먼저 구축하고, 이를 상호 비교·검증한 뒤 가장 효율적인 구조부터 초광역으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승 센터장은 “지역별 시범 모델을 통해 무엇이 작동하고 무엇이 작동하지 않는지를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며 “초광역 협력은 선택된 모델의 확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접근은 행정 부담을 줄이고, 참여 주체의 협력 피로도를 낮추는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됐다.

◇ RISE센터의 한계… “교부 역할에 머물러선 안 된다”

승 센터장은 현행 RISE센터 기능에 대해 가장 강도 높은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RISE센터가 여전히 ‘사업비 배분 창구’로 인식된다면 초광역 협력은 작동하지 않는다”며 “사업을 기획하고, 점검하고, 성과를 통합 관리하는 총괄 주체로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글로컬대학, 공유대학, 계약학과 등 대형 사업이 개별 대학 단위로 흩어져 운영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RISE센터가 이들을 묶는 조정자이자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협력은 강요가 아니라 설계돼야 한다”

승 센터장은 초광역 협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유인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력에 참여해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 누가 초광역에 나서겠느냐”며 “성과 평가와 재정, 후속 사업에서 초광역 협력 실적을 실질적으로 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추가 예산이 아니라, 정책 설계 단계에서 협력이 유리해지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 가장 현실적인 문제… ‘센터의 안정성’

승 센터장은 지역 RISE센터의 불안정한 지위가 초광역 협력의 최대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 변화나 지자체장 교체, 대학 조직 개편에 따라 센터의 위상과 기능이 흔들리는 구조에서는 장기 전략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지역 RISE센터의 법인화, 특히 재단법인 전환을 제안했다.

“독립 법인 구조가 돼야 중장기 혁신을 책임질 수 있고,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정책 연속성이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 “초광역 RISE는 마라톤이다”

승융배 센터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초광역 RISE에 대한 인식을 다시 정리했다.

그는 “초광역 RISE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며 “빠른 결과를 기대할수록 정책은 쉽게 흔들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이 먼저 강해지고, 그 강점을 연결할 때 초광역 협력은 비로소 힘을 가진다”며 “충남RISE센터는 성과가 증명된 협력 모델을 축적해 중부권 전체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