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의 흔적을 찾아”…충주, 고구려·백제·신라 발굴 성과 집중국립충주박물관 유치·문화재 환수 추진…문화도시 위상 강화연구원 설립 5년, 충주를 ‘대한민국 문화유산 보존 거점’으로
  • ▲ 장준식 국원문화유산연구원장이 10일 본보 기자에게 국원문화유산연구원 설립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장준식 국원문화유산연구원장이 10일 본보 기자에게 국원문화유산연구원 설립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장준식 국원문화유산연구원장이 충주·중원 일대의 삼국시대 유적 발굴 성과와 문화재 환수, 국립충주박물관 유치 과정, 충주의 역사적 중요성까지 풀어내며 “충주는 대한민국 문화유산 보존의 최전선”이라고 강조했다.

    장준식 국원문화유산연구원장(충북 충주시 주덕읍 능말1길 76, 문학박사)은 충북 북부 문화유산 보존의 상징적 인물이다. 

    10일 충주 국원문유산연구원에서 가진 본보와 인터뷰에서 그는 충주북여자중학교에서 역사 교사로 교직을 시작한 후 충청대학교 교수로 부임, 전국 전문대학 최초로 ‘대학박물관’을 설립하고 30년 동안 박물관장을 맡았다. 정년 퇴임 후 충북문화재연구원장을 거쳐 (재)국원문화유산연구원을 설립, 18명의 석·박사급 연구진과 함께 충북 북부 지역의 주요 유적 발굴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연구원의 첫 발굴은 음성 반도체고등학교 증축 과정에서 이뤄진 구제 발굴이었다. 이후 충주 읍성, 황새머리고분군, 충주 토성 발굴 등으로 이어졌고, 지난 3월 중앙탑 인근인 충주 탑평리에서 백제 고분군(무덤) 95기를 최초로 확인했다. 장 원장은 “문헌으로만 존재하던 백제의 충주 진출이 실물로 입증된 역사적 순간이었다”며 “고구려비(국보 205호) 발견, 신라 유적 확인 등으로 충주는 삼국이 차례로 점령한 ‘중원’이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충주가 문화유적이 많은 이유를 ‘지리적·역사적 중심성’에서 찾았다. 

    장 원장은 “충주는 한반도 내륙의 교통 요충지로, 삼국이 전략적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핵심 지역이었다. 고구려 국원성, 신라 중원경, 백제의 거점이 모두 이곳을 중심으로 존재했다. 그래서 유적이 풍부하고 층위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 ▲ 장준식 국원문화유산연구원장이 연구원에서 본보 기자에게 충청대 교수로 활동하며 각종 수상 실적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장준식 국원문화유산연구원장이 연구원에서 본보 기자에게 충청대 교수로 활동하며 각종 수상 실적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이어 “우리나라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고 말할 정도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유물이 쏟아진다. 충주는 그중에서도 특히 삼국시대부터 고려·조선까지 연속된 역사 흔적이 집중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장 원장은 문화유산 발굴이 지역 개발의 장애물이 아니라 국가 지원이 이뤄지는 기회임을 강조했다. 

    그는 “현행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건설 현장에서 유물이 발견되면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문화재청에 신고하게 돼 있다. 학술 가치가 높으면 국비 지원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반면 개발에서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지만, 개인·소규모 개발은 지원받을 수 있어 과도한 두려움은 불필요하다”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귀띔했다.

    특히 그는 국립충주박물관 유치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했다. 국가유산과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충주의 역사적 위상과 필요성을 설명했고, 지역 학계·시민단체·지자체와 공감대를 형성해 결국 유치를 성사시켰다. 

    장 원장은 “국립박물관은 단순 전시공간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는 상징적 시설”이라며 “충주가 문화도시로 도약할 결정적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개관 예정인 국립충주박물관은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와 함께 국내 보기 드문 연구·전시 복합 클러스터로 자리 잡는다. “박물관은 전시, 연구소는 조사·연구를 담당해 시너지를 내게 된다. 충주는 이제 한국 고대사 연구의 중심지로 도약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 ▲ 국원문화원구원이 지난 3월 충주시 탑평리 일원에서 5세기 무렵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돌방무덤(석실묘)과 돌덧널무덤(석곽묘), 움무덤(토광묘) 등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충주 지역에서 백제 고분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학술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됐다. 사진은 황새머리 고분군 2지점 전경 모습. ⓒ국원문화연구원
    ▲ 국원문화원구원이 지난 3월 충주시 탑평리 일원에서 5세기 무렵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돌방무덤(석실묘)과 돌덧널무덤(석곽묘), 움무덤(토광묘) 등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충주 지역에서 백제 고분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학술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됐다. 사진은 황새머리 고분군 2지점 전경 모습. ⓒ국원문화연구원
    장 원장은 국내의 각종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충주 지역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 해석에도 깊이를 더한다.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의 탄금대 전투 패배의 원인에 관해 물었다. 그는 “산악 요충지인 조령에서 방어하지 않고 평야에서 배수진을 친 것은 오합지졸로 급히 모은 군사를 산속에 두면 지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라며 “장마철 진흙벌판이라는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휘권을 유지하기 위해 결전을 택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 환수와 후학 양성도 그의 주요 과제다. 제천 외사리 승탑, 월광사 월랑선사비 등 일제강점기 반출 문화재 환수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 유물들은 국립충주박물관 개관 시 대표 전시물로 공개된다. 연구원은 산성, 고분, 미술사 등 세부 전공을 연구자들에게 배분해 전문성을 키우고, 학술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열어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그는 국내 문화유산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부인 김경인 시인과 함께 2014년·2017년 충주시민대상을 수상, 부부가 같은 상을 받은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마지막으로, 장 원장은 “문화유산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자산”이라며 “시민이 문화유산을 즐기고 보존에 참여하는 열린 연구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장 원장은 황조근정훈장(2014), 민주평통자문위원(문재인 대통령 재임 당시), 국무총리 표창(정운찬 국무총리) 등을 다수 받았으며, 문화재청 감정위원 등을 역임했다.  
  • ▲ 장준식 국원문화유산연구원장이 세종시 이성산성 발굴현장에서 발굴현장을 살펴보고 있다.ⓒ국원문화유산연구원
    ▲ 장준식 국원문화유산연구원장이 세종시 이성산성 발굴현장에서 발굴현장을 살펴보고 있다.ⓒ국원문화유산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