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균 캔김치, 휴게소·군납·해외 수출까지…충북형 식품유통모델로 주목”“농가 판로 + 소비자 편의 + 수출 확장…충북도 농정의 새 실험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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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필재 충북도 농식품유통과장.ⓒ김정원 기자
2022년 가을, 배춧값 폭락으로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질 무렵, 충청북도는 과감한 실험에 나섰다.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현장 발상에서 출발한 ‘못난이 김치’ 프로젝트는 유통에 어려움을 겪던 비상품 배추를 활용해 만든 캔김치로, 지금은 충북형 K-푸드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충북도 농식품유통과의 새 책임자인 이필재 과장은 “‘못난이 김치’는 예산도 없이 시작된 실험적 사업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충북도정의 빠른 대응과 유연한 행정력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며 새로운 도약의 기반이 됐다고 평가했다.그는 “충북도는 방부제 없이 2년 보존 가능한 멸균 캔김치 기술을 갖춘 민간업체와 손잡고 생산·유통에 나섰고, 이 제품은 고속도로 휴게소, 골프장, 군부대 납품, 동남아 수출까지 다양한 유통망을 확보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누적 판매 1100t을 넘어섰고, 2025년 상반기에만 1360t을 기록하며 고속 성장 중이다. 농민은 판로를 확보하고, 소비자는 안전하고 간편한 김치를 만나며, 충북도는 ‘농가-업체-행정’이 함께 상생하는 구조를 완성해냈다. 지금, ‘못난이 김치’는 전국 확산을 향해 진화 중이다.다음은 이필재 충북도 농식품유통과장과의 일문일답이다.-‘못난이 김치캔’ 사업은 어떤 배경에서 출발하게 됐습니까.“2022년 김장철 배춧값 폭락이 계기가 됐습니다. 농가에서 수확을 포기하고, 밭에 배추가 썩어가는 상황을 보며 김영환 도지사님께서 “이걸 그냥 버릴 게 아니라 김치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김치 의병운동’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농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었고, 행정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사업이 현실화했습니다.“-정책화되기까지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당시엔 예산도 없는 상황에서 빠르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김치 제조업체와 재배 농가를 연결하고, 물류와 판로를 열어주는 일이 핵심이었죠. 처음에는 일회성이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실제로 유통망을 통해 팔리기 시작하자 농민, 소비자 모두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걸 가능성 있는 정책으로 확장한 겁니다.” -
- ▲ 김영환 충북도지사 식당에서 못난이 김치를 나눠주고 있다.ⓒ충북도
-캔김치라는 제품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것인가요.“김치를 김장용으로만 생각하면 계절 한정 소비로 끝나기 쉽습니다. 그런데 휴대가 간편하고 오래 보관 가능한 김치라면 전혀 다른 시장이 열릴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멸균 캔 김치 형태로 기획했고, 방부제 없이 2년 이상 보존 가능한 기술을 가진 ‘시즈너’와 ‘보성일억조’와 함께 제품화에 들어갔습니다.”-제품의 구체적인 구성과 기술 차별점은 무엇인가요.“현재는 썰은 김치, 볶음 김치 두 종류가 캔 형태로 출시돼 있습니다. 핵심은 살균과 진공 기술입니다. 고온 멸균 후 밀봉하는 방식이라 냄새가 안 새고, 어디서든 안심하고 보관·소비가 가능합니다. 군납이나 캠핑, 해외여행 수요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유통망은 어떤 전략으로 개척하셨습니까.“저희가 직접 유통 현장을 찾아다니며 설명하고 샘플도 제공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골프장, 군부대, 온라인몰까지 하나씩 개척해나갔습니다. 특히 동남아 시장은 위생과 장기보관을 중시하기 때문에 캔 김치에 대한 수요가 높습니다. 현재는 수출 상담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생산 실적과 소비자 반응은 어느 정도입니까.“2022~2024년까지 3년간 약 1148t을 판매했고, 올해(2025년) 상반기에만 1360t을 돌파했습니다. 캠핑족, 1인 가구, 주재원 가족 등 다양한 소비층에서 반응이 좋고, 외국 바이어들도 발효억제 기술과 위생적인 패키징에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충북도는 향후 이 사업을 어떻게 확장할 계획인가요.“판로 확대와 수출시장 본격화를 중심으로 유통망을 더 넓힐 계획입니다. 대형 유통업체와의 협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고, 계약재배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생산기반도 구축 중입니다. 충북의 K-푸드 전략이 현실화하는 사례로 만들겠다는 목표입니다.” -
- ▲ 당진상주고속도로 문의청남대휴게소(하행선)에 진열된 못난이 캔김치.ⓒ충북도
-농가나 지역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십니까.“이 사업은 농가에는 소득 안정망이 되고, 소비자에게는 신뢰 있는 먹거리를, 지역엔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만들어줍니다. 단순한 가공품을 넘어서, 지역 농업과 식품산업을 연계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전국 확산을 위해 필요한 정부나 제도적 뒷받침은 무엇인가요.“인건비 절감, 물류비 지원 같은 현실적인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또 대량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판로 지원, 수출 통관 절차 간소화 등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행정과 민간이 손을 맞잡고, 이 모델을 전국 단위로 확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