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1일 밤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임신부 응급실 뺑뺑이' 사건을 둘러싸고 청주 여야 정치권이 책임론에 대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AI 생성형 이미지
    ▲ 지난 1일 밤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임신부 응급실 뺑뺑이' 사건을 둘러싸고 청주 여야 정치권이 책임론에 대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AI 생성형 이미지
    최근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태아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응급 의료 체계가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져 있는지를 다시 한번 극명하게 보여줬다. 제때 손을 써보지도 못한 채 배 속의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던 유가족의 단장(斷腸)은 차마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그러나 이 비극적인 사건을 대하는 지역 정치권의 행태는 유가족과 시민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고 있다.

    지난 7일 발표된 여야 충북도당의 성명서에는 '미안함'이나 '대안'은 없었다. 대신 '인면수심', '철면피', '정쟁의 도구'라는 거친 언사만 난무했다. 국민의힘은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했던 청주시의회의 예산 삭감을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며 몰아붙였고, 민주당은 행정부의 준비 부족과 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의 의지 박약이라며 맞받아쳤다.

    양측의 주장을 뜯어보면 결국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면피용 논리뿐이다. 민주당은 보건소장의 발언과 조례 미비를 근거로 행정부의 실책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예산 삭감을 정당화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시의 예산 삭감이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되었다며 상대 당을 '짐승'에 비유하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사건의 본질은 예산 몇 푼의 향방이나 과거 회의록의 문구 한 줄에 있지 않다.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아이를 잃어야 하는 이 참담한 현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본질이다. 분만·중증 전문 인력 부족, 응급 의료 전달 체계의 붕괴 등 구조적 해결책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여야는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책임 전가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다.

    시민들이 정치에 기대하는 것은 비극이 발생했을 때 누가 더 화려하게 상대를 비난하는 지가 아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법안을 만들고 예산을 확보하며 현장을 점검하는 일이다. 죽어간 아이와 절규하는 부모 앞에서 '남 탓' 공방만 벌이는 정치권의 모습은 그 자체로 또 다른 폭력이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거친 성명서를 거둬들이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남 탓하기 위해 뒤져보는 시의회 회의록 대신, 응급실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보고서를 먼저 읽길 바란다. 비극마저 정쟁의 불쏘시개로 쓰는 정치에 국민은 이미 진저리를 치고 있다. 지금 유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 당에 대한 사죄 촉구가 아니라, 아이를 지키지 못한 국가와 지역사회의 진심 어린 반성과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