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움직이려면 작은 돌 들어내는 일로 시작해야 한다’
  • ▲ 캄보디아 국기.ⓒ이재룡 칼럼니스트
    ▲ 캄보디아 국기.ⓒ이재룡 칼럼니스트
    산을 움직이려면 작은 돌을 들어내는 일로 시작해야 한다. 

    ​병간호를 몇 년씩이라도 해보았는가? 아니 수십 년 동안 해보았는가? 간병하는 사람은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곁에 아픈 사람은 없는지 살펴보았는가? 만일 내 자식이 식물인간으로 병실에 누워 있다면 차라리 죽지도 죽이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을 보지 말고 사람의 마음을 봐야 한다. 

    ​작은 돌 하나쯤이야 하며 그렇게 살았다. 그렇게 살아왔다. 

    ​독립기념탑에서 불과 5분 거리 뒷골목에는 조선 땅꾼들의 본거지 Duong Chan Hotel이 있다. 10분 정도 거리에는 풀뱀을 무서워하는 북조선 대사관도 있다. 땅꾼 1진은 풀뱀의 동태를 파악하느라 3일 동안 잠복을 하였고, 오늘 합류하는 땅꾼 2진은 내일부터 3일 동안 연합 공격을 하기로 약속했다. 

    땅꾼 1진은 동남아에 서식하는 주행성 풀 벰이 낮 동안 대부분 시간을 체온조절을 위해서 햇볕을 쬐면서 지낸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중무장을 한다. 사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주머니, 지갑, 달러다. 땅꾼 1진은 40분을 행군하여 바타낙 골프 클럽에 도착해서 똬리 튼 풀뱀들을 발견하곤 하나씩 공략해 나갔다. 

    ​풀뱀의 날카로운 이빨은 뒤쪽으로 구부러져 있어 자칫 하다가는 땅꾼을 꽉 물어 독을 뿜을 수 있고 긴 몸으로 칭칭 죄어서 질식시킬 수도 있으므로 멀리서 염탐을 한 후 각개전투로 침투하여 풀뱀 인상착의를 전면 사진, 후면사진, 캐디 번호, 이름, 나이순으로 적어 기록으로 남겼다.   

    ​53번 many 33살, 46번 leakhena 24살, 157번 Neath 29살, 47번 Thida 28살, 풀뱀들은 가정의 어려운 살림을 일으켜 세우려고 밤을 좋아하는 천적 길고양이, 부엉이, 올빼미 브레이크 타임을 이용해서 벌건 대낮에 바타낙 골프 클럽 필드로 나왔다. 

    ​땅꾼 1진은 풀뱀 생포 승전 기념으로 2017년 프랑스에서 넘어온 벌건 색 사또 와인 한 병을 까서 서로에게 축하주를 들이댄다. 풀뱀 중에는 지붕이 덮여있고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그늘에서 땅꾼을 유혹하는 실뱀도 있다. 이름은 Sreymach, 나이는 36살이다. 갈고리로 걸어 옆에 앉히자 실뱀은 손가락을 비틀어 ‘사랑(♡)’ 표시를 하며 인간 흉내를 낸다.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까지는 없다. ‘산을 움직이려면 작은 돌을 들어내는 일로 시작해야 한다’는 공자의 말씀은 인문학적이기도 하지만 철학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사실은 세 살짜리도 다 아는 이야기다. 당연한 말인데 어렵게 들린다. 

    ​작은 돌을 들추면 그 속에는 뱀이 수두룩하다. 내륙국이나 진배없는 캄보디아를 움직이려면 땅꾼과 풀뱀 사이에 교감이 있어야 하거늘 근저 쏟아져 들어오는 일부 라이선스 없는 조선의 땅꾼들이 준비도 없이 돌을 들추는 잘못한다. 제대로 물려봐야 정신을 차린다. 

    캄보디아에 자신의 인생을 담보한 모니니엇은 평생 곁에서 시아누크를 간호했다. 몇 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간호가 미국, 론놀 장군, 폴 포트, 훈센의 훼방으로 수십 년을 끌어왔다.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니니엇은 조국 캄보디아를 위해 죽지도 죽이지도 못하는 현실이 쓰리게 아프다. 한때 캄보디아는 629년 동안 동남아시아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했던 대제국이었다. 모니니엇은 지난 629년을 잊지 못한다. 왕뱀 모니니엇의 마음을 봐야 한다. 

    ​작은 돌 하나쯤이야 하며 그렇게 살았다. 그렇게 살아왔다. 캄보디아는 정작 작은 돌이 아니었다.

    ​2024년 3월 8일. 왜 프놈펜을 가는가? 1866년 이후 명실공히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프랑스의 점령, 킬링필드, 베트남의 침공 등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재룡 땅꾼으로 살아남기 위해 아부의 글로 싹싹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