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끝에 걸린 낙엽처럼 쓸쓸하 말련의 ‘모니니엇’
  • ▲ ⓒ이재룡 칼럼니스트
    ▲ ⓒ이재룡 칼럼니스트
    풀뱀을 선별하기 위해 가든시티 골프 클럽 로비에 들어서자 커다란 초상화가 땅꾼들의 눈에 가장 잘 보이도록 벽면 중앙에 걸려있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했던가, 13살의 나이 차이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했다. 1951년 캄보디아 전국미인대회 심사위원이던 시아누크 국왕은 모니니엇을 보자 한눈에 반해 그녀에게 대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29살이던 국왕은 눈에 콩깍지가 잔뜩 씌어 16살 미성년자인 그녀를 꼬드겨 동거생활을 시작했고, 1953년 5월 14일 지금의 캄보디아 국왕 시아모니를 낳았다. 
    모니니엇은 1936년 6월 18일 사이공에서 이탈리아 코르시아계 프랑스인 아버지와 프놈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역시 시아누크는 크메르(캄보디아) 땅꾼답게 어린 뱀 모니니엇을 권력으로 사로잡았다.
    시아누크 국왕이 평생 사랑하고 못 잊었던 모니니엇, 1970년 론놀 장군의 쿠데타로 긴 망명 생활을 한다. 그는 1973년 크메르루주 최고 지도자인 폴 포트와 불편한 동거한 뒤 △1975년 크메르루주 군은 론놀 정권을 결딴내고 프놈펜을 함락 △1976년 프놈펜으로 환궁 △1979년 크메르루주 정권하에서 꼭두각시로 전락한 국왕 곁을 지키다가 크메르루주 정권이 패망하기 직전 다시 망명 생활 △1987년과 1988년 최고 권력자 훈센 총리와 평화협상 △1991년 다시 프놈펜으로 환궁하여 왕비의 지위를 되찾는다. 
  • ▲ ⓒ이재룡 칼럼니스트
    ▲ ⓒ이재룡 칼럼니스트
    현재 모니니엇은 2004년 왕위를 계승 받은 단 하나뿐인 혈육 시아모니 국왕과 함께 프놈펜 왕궁을 지키며 나무 끝에 걸린 낙엽처럼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공주, 왕비, 협상가 그녀에게 붙는 수식어다. 
    갑자기 짜증 난다. 미국은 잔인하고 ‘얍삽’하다. 1960년 베트남 전쟁 중에도 1965년 인도네시아 수하르토의 쿠데타를 지원하고, 1970년 캄보디아 론놀의 쿠데타를 지원하고, 1972년 필리핀 독재자 마르코스를 지원하고, 베트남 전쟁에서 개망신을 당하자 1980년 ‘벗어진 머리’ 전두환의 쿠데타를 지원한다. 천인공노할 아메리카다. 어이없는 조직 CIA는 어떠한가? 마약 거래, 민간인 고문, 요인암살, 더러운 전쟁 개입으로 라틴 아메리카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가까운 안방에 누워 넷플릭스 나르코스(NARCOS)만 열심히 시청해도 허, 참을 연발한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시아모니, 시아누크, 모니니엇이다. 대부분 시간을 망명 생활로 전전하다 2012년 10월 15일 새벽 중국 베이징에서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한 시아누크 초상 왼편 위에는 하얀색 리본이 달려있다. 
    풀벰 대기실로 갔다. 암수 구별하지 않고 한데 뒤섞어 놓았다. 긴 몸을 가지고 있고, 몸의 대부분은 각각의 색을 지닌 비늘로 덮여있다. 다리가 없지만, 나무도 잘 타고 헤엄도 곧잘 친다. 눈꺼풀이 없어서 눈을 깜빡이지 못하고 시력이 워낙 안 좋아서 안경을 끼지 않으면 헤매기 일쑤다. 콧구멍을 이용해서 냄새를 맡거나 혀를 날름거리며 냄새 분자를 맛보거나 온도를 감지해서 소개를 받는다. 조선 땅꾼은 풀뱀의 속성을 꿰뚫고 있다. 다만 캄보디아 풀뱀은 조선말을 몰라 생으로 잡기가 쉽지 않다. 오늘따라 퀸카 풀뱀 만나기가 비 오는 날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조선의 땅꾼은 밤이 오길 기다려 보기로 했다. 
    2024년 3월 7일 정부에서는 내일 두 명의 조선 땅꾼을 대한항공에 실어 프놈펜으로 파병 보내기로 했다. 지원병이 충원되면 캄보디아 풀뱀의 희소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이재룡 숨어있는 뱀을 찾지 못해 애꿎은 마음 달래려 팜 트리 그늘 밑에서 글로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