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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홍의 시사칼럼] 국민이 눈뜨고도 코 베인 ‘검수완박’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입력 2022-04-30 11:38 | 수정 2022-06-20 01:48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1. 지금은 하이패스 시스템으로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고 있지만 전산화가 덜 되었던 20여 년 전에는 고속도로 입구에서 표를 받아서 출구에서 그 표를 징수원에게 주고 통행료를 내는 시스템이었다. 그땐 통행료 표를 무심코 자동차 안에 두고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가는데, 누가 통행료 표를 몰래 바꿔치기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고 들었다. 특히 화물차는 휴게소에서 기사가 휴식하기 위해 장시간 정차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피해를 많이 보았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화물차는 기사가 서울 인근 죽전 휴게소에 주로 많이 쉬었다 간다. 사실이었는지 몰라도 남쪽 먼 곳에서 출발하여 고속도로를 달려 온 쪽이 가까운 곳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한 차만 골라서 표를 바꿔치기했다는 거다. 가까운 곳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한 차주가 표 바꿔치기 당한 줄 모르고 있다가 출구에서 통행료가 많이 나오는 낭패를 보았다는 얘기이다. 그 당시엔 자동차 번호판에 등록 지역 이름이 있었으니 대충 출발 지역을 짐작할 수 있었고, 요즘처럼 CCTV가 많이 설치되지 않아서 그런 범행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 좋지 않은 곳에 머리 굴리기 잘하는 씁쓸한 우리 국민의 자화상이다.

명절이나 행락철에는 집에서 버려야 할 대형 쓰레기를 고속도로 휴게소나 관광지에 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요즘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얼마 안 되는 쓰레기 폐기 비용을 아껴보려고 그런 얌체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어지지 않는 건 우리 국민의 의식 속에선 아직 선진국 마인드가 완전하게 형성되지 않은 탓이다. 특히 작금의 국회 상황을 보면 그런 후진적 마인드와 잔머리 굴리기 유전자가 정치인들 몸속에 묵은 때처럼 덕지덕지 들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가 4류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2. 세상일에 그대로 두면 뻔히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면서도 손을 쓰지 못하고 당하는 것을 ‘눈 뜨고도 코 베인다’라고 한다. 절대 거대 의석수의 더불어민주당이 벌이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소동이 그렇다. 민주당 하는 자들의 의회 짓거리는 마치 국민이 뻔히 보는 데서 국민의 코를 베어가는 격이다. 

민주당 하는 자들은 영원히 국회의원을 해 먹을 거로 착각하고 있는 거 같다. 또 의원의 입법권을 저들 맘대로 주물러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는 짓거리 같다. 

민주당을 휘두르고 있는 초선 강성 의원들의 짓거리는 정말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이다. 경륜이나 연배로도 한참 위 선배인 법원행정처장이 검수완박의 위험성을 언급했다고 국회를 우습게 보느냐고 몰아치던 한 초선의 발언은 자신들이 스스로 걸릴 게 없는 권력임을 과신하는 건방진 짓거리이다. 

이들은 선출된 권력이라 스스로 칭한다. 임명된 권력 더러 복종하라고 한다. 국민이 그들에게 한시적으로 씌어준 완장일 뿐인데도 완장을 권력으로 착각하는 오만이 가득하다. 대의 민주주의의 뜻을 망각한 어리석은 자들이다. 만용의 도가 넘친다. 

술버릇과 운전 버릇은 비슷한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술을 배울 땐 어른한테서 엄하게 배우고, 운전을 배울 땐 운전 연수를 철저하게 충분히 교육받으라고 한다. 초선 의원들이 꼼수나 불법을 밥 먹듯 하는 건 그들 선배로부터 잘못 배운 탓이다. 말 배우는 아이들도 욕설을 곧바로 잘 따라 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국민이 경계하고 주시하고 있는데도 조신하기는커녕 앞장서서 선배들이 하던 못된 짓만 골라서 하고 있다. 국민이 나서 버릇을 고치게 해야 한다. 

#3. 민주당이 작금에 보여준 반헌법적 의정 행위를 보면 잔머리 굴려서 사기를 처먹는 사기꾼이 따로 없다. 사기꾼도 사기를 칠 때 법부터 들먹인다. 국회를 협치하는 선진 국회로 만들자며 여야 합의로 입법한 선진화법을 교묘하게 해석하여 반칙과 불법을 합법으로 포장하고 있으니 어찌 국민에 대한 약속을 저버린 사기가 아니라 하겠나?

선진화법에서 입법 횡포를 막도록 여야가 최장 90일간 숙의·토론하도록 만든 안건조정위를 위장 탈당한 자당 소속 의원을 끼워 넣어 4대2로 구성하여 단 8분 만에 끝냈다. 그리고 곧바로 법사위 전체 회의에 부쳐서 민주당 의원들의 기립 표결로 검수완박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숙려·토론 기간을 둔 것은 법안의 허점과 실수 등을 가려내고 협치하라는 건데 개무시해버렸다. 누구를 위한 선진화법 개무시인가? 이런 게 입법부 독재가 아닌가?

국회 선진화법은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막고 소수당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검수완박법’처럼 쟁점 법안 처리를 숙의하는 안건조정위를 구성하고 소수당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활용하게 되어 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마저도 교묘하게 회기를 쪼개서 무력화 시켰다. 기막히게 잔머리를 잘 굴렸지만 무엇 하나 떳떳한 게 없으니 후환이 없을 리 없다.

안건조정위의 사회를 최고령자가 맡는다는 선진화법에 맞추려고 주민증 까서 국힘당 의원보다 한 살 더 많은 80세 가까운 김진표 의원을 내세워 안건조정위를 서둘러 끝냈다. 이게 선진화법을 잘 지킨 건가? 

권력의 마력에 빠져서 결코 의롭지 않은 일임에도 거리낌 없이 나선 김진표 의원의 까맣게 염색한 머리털이 더 노추스럽다. 권력을 해먹을 만큼 해먹은 늙은이의 추한 모습이다. 김진표 의원은 역사가 두렵지 않나? 꼼수로 흥한 자는 꼼수로 망하는 게 세상의 순리인데, 민주당 하는 자들은 이대로 국민이 눈 뜨고 코 베이게 둘 거로 믿는가?

민주당의 이 모든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검수완박 입법’ 사태를 진정시키고 중지시킬 사람은 퇴임 열흘 앞둔 문 대통령뿐이다. 마땅히 법안을 거부 조치하고 재의를 요청해야 순리인데 그럴 가능성이 전혀 안 보인다. 문 대통령이 ‘법안 거부 조치’를 안 받아들인들 권력이 넘어가는 순간 모든 게 권력 무상일 텐데 지는 달이 뜨는 해를 어찌 이길꼬? 이 혼란의 뒷감당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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