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지원 논란만 남기고 제도 논의는 실종…균형발전 해법 외면
  • ▲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4일 오전 도정 프레스센터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해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4일 오전 도정 프레스센터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해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사실상 무산되자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연일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그의 주장은 단순하다. 행정통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과 권한 이양이 담긴 제대로 된 제도적 틀 속에서 추진하자는 것이다.

    김 지사가 문제 삼는 핵심은 이른바 '20조 원 지원' 약속이다. 법안에 명시되지도 않았고 재원과 배분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제시된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합치기가 아니라 재정 구조와 권한 체계를 함께 바꾸는 국가적 제도 개편이다. 명확한 재정 근거 없이 추진된다면 지역 갈등과 혼란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특정 지역만을 우선 통과시키려는 정치적 접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대전·충남뿐 아니라 대구·경북 등 다른 지역의 통합 논의까지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형평성 논란은 불가피하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이라면 전국 공통의 기준과 지원 체계를 담은 통합 법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재정 분권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75대 25 구조에 머무르는 한 지방정부의 자율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최소 65대 35, 나아가 60대 40 수준으로 구조를 바꾸고 권한을 과감히 이양해야 행정통합도 실질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작 정치권은 침묵에 가깝다. 행정통합은 국가 행정체계와 재정 구조를 재설계하는 중대한 과제지만 여야는 정쟁 속에서 책임 공방만 이어갈 뿐이다.

    지방소멸과 국가균형발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다. 행정통합 역시 그 해법 중 하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장기적 행정개편 논의다. 

    국회와 정부가 여야 동수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재정과 권한 이양을 포함한 통합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행정통합 논쟁은 갈등만 반복할 것이다.

    정치권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지역의 불신은 깊어진다. 이제는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