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식사문화 변화 예고…본래 취지인 ‘청렴’ 자리 잡는 계기 돼야
  • ▲ 김영란법이 시행된 28일 충북 청주시 성안길의 한 고급 중국음식점이 점심시간을 맞았으나 텅비어 있다.ⓒ김정원 기자
    ▲ 김영란법이 시행된 28일 충북 청주시 성안길의 한 고급 중국음식점이 점심시간을 맞았으나 텅비어 있다.ⓒ김정원 기자

    일명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첫날을 맞은 충북 청주시내 관공서 주변의 대형 식당들은 거의 손님이 찾아들지 않은 반면 공단 근처의 저렴한 식당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람들로 북적여 큰 대조를 보였다.

    청주의 중심 상권인 성안길 일원은 충북도청과 청주시청을 사이에 두고 있어 점심시간이면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찾아 붐비는 지역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28일, 성안길의 한 유명 중국음식점에는 두세 팀만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식당은 비교적 고가의 세트요리를 판매하는 집으로 주변 공무원들과 일반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식당 주인은 “며칠 전부터 점심시간에 손님이 조금씩 줄었는데 오늘은 너무 안 온다. 거의 매일 저녁 시간에 서너 팀씩 예약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 팀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신봉동 공단 근처의 한 백반집은 기다리다가 먹어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이 지역은 주변의 작은 공장 근로자들이 주로 찾는 곳이며 점심시간에 백반, 육개장 등을 5000원에 판매한다.

    이 식당을 찾은 한 손님은 “이 집은 싸고 맛있어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며 “김영란법 그런 것과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 ▲ 충북 청주시 신봉동의 한 식당은 5000원대 점심 메뉴로 인해 늘 손님이 많다.ⓒ김종혁 기자
    ▲ 충북 청주시 신봉동의 한 식당은 5000원대 점심 메뉴로 인해 늘 손님이 많다.ⓒ김종혁 기자

    이처럼 대조적인 점심 풍경은 저녁시간에 더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경동의 한 일식집은 5만~10만원대 고급 세트메뉴를 판매하고 있는데 ‘김영란법’ 시행이 가까워오자 미리 잡아뒀던 예약까지 취소됐으며 지금은 아예 손님의 발길이 끊어진 상황이다.

    청주의 한 사업가는 “접대 등으로 일식집을 자주 이용했었는데 이제는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통상적으로 해오던 식사 대접도 법에 저촉되는지 안되는지 알 수 없어 당분간은 자제하고 있다”며 일식집 출입을 꺼렸다.

    이처럼 ‘김영란법’ 시행은 일상적인 식사문화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하지만 유례가 없는 법의 시행으로 법 적용의 논란이 잦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극단적인 변화에 따른 대인관계 기피 등의 후유증도 벌써부터 예견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법이 ‘청렴’을 위해 마련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사람들을 옭아맸던 부패의 ‘고리’가 끊어지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