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미래 세대 위해 지혜 써달라"에 笑而不答… 박지원 "싫지 않은 표정이더라"
  •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16일 새벽(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진석·우상호·박지원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나 회동하기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16일 새벽(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진석·우상호·박지원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나 회동하기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북핵 문제의 해법을 언급하는 등 국내 정치의 여러 현안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밝혔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탈퇴할 때 주미공사였던 반기문 총장은 이후 지속적으로 북핵 대응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관여해왔다. 자신의 강점이 부각될 수 있는 북핵 중심으로 정치 현안의 대화를 리드한 것은 사실상 '대권 행보'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분석된다.

    반기문 총장은 16일 새벽(한국시각) 추석 명절 연휴를 맞아 의회 차원에서의 대미 외교에 나선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진석·우상호·박지원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만나 약 45분간 회동했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반기문 총장은 최근 국내 정치의 최대 쟁점인 북핵 문제의 해법에 관해 주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기문 총장은 지난 9일 5차 핵실험을 도발한 북한을 향해 "안보리 제재를 다섯 번 받았는데, 하나의 나라가 (안보리 제재를) 이렇게 많이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에 나서느냐가 이후의 북중 관계를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는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대화로 끌어내기 위해 제재가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에 관해서는 "세계 13대 경제대국으로 국제규범을 일탈할 수 있느냐"며 "바람직하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그간 국내 정치 현안에 관한 언급을 삼가했던 반기문 총장이 방미한 여야 원내대표를 맞아 오랜만에 자신의 견해를 쏟아낸 것이다. 특히 핵무장론은 여야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인데,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는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16일 새벽(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진석·우상호·박지원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나 회동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16일 새벽(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진석·우상호·박지원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나 회동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

    이런 측면에서 이날 회동에 참석한 여야 원내대표들도 반기문 총장이 대권 출마에 대한 마음을 굳힌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엔본부에서의 회동을 마치고 나선 정세균 의장은 현지 특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권의 '대' 자도 안 나왔다"면서도 "나름대로 뭔가 (대권에 대한) 판단이 되지 않았나 이심전심으로 전해지는 것이 있었다"고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정치적 논의를 구체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퇴임하자마자) 내년 1월 중순 전에 귀국한다더라"며 "주변과 상의해 (대권)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점쳤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정진석 원내대표가 과감하게 (대권을) 권했는데, 반기문 총장이 싫지 않은 표정으로 듣고 있더라"며 "당연히 (대권 도전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정작 이날 회동에서 대권 도전을 강하게 권한 것으로 전해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앞서가는 예측을 경계하고 나섰다.

    회동 참석자들에 따르면,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반기문 총장에게 "지금 우리나라에 반기문 총장의 경륜을 필요로 하는 난제들이 많다"며 "소중한 지혜를 미래 세대를 위해 써달라"고 대권 출마를 강하게 권유했다. 이에 반기문 총장은 소이부답(笑而不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그렇게 (대권 권유로) 해석할만한 내용이 아니었다"며 "모든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대권과 연결짓고 싶은 것은 기자들의 생각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