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0일 다시 한 번 대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안 지사는 이날 '국회의원 초청 정책설명회'에 참석한 직후 취재진을 만나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고는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하고 불펜 투수로서 몸을 풀고 그래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슛을 때리기 위해 뛰어야 할지 정하겠다"고 언급 한 안 지사가 한발 더 나아가는 적극성을 보인 셈이다.
그는 "제가 도지사 선거 때도 열심히 준비하고 실력을 쌓아서 기회가 되면 국민을 이끄는 정치지도자로 성장하겠다고 했다"며 "이미 약속했던 말"이라고 했다.
이어 "저에게 많은 기대를 거시는 분들에 제가 불펜투수 정도가 될 것"이라면서 "아직은 열심히 몸을 만들고 연습하는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어떤 정치인이든지 자기의 시대와 요청이 있을 때 준비가 안 돼 있어 부름에 응하지 못하는 것은 큰 죄"라고 말했다.
안희정 지사는 오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에 문재인 전 대표와 만나게 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냐는 질문을 받고는 "대통령을 모셨던 분들이기 때문에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우정과 우애를 나누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도 했다.
안 지사는 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된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신뢰하고 존경하는 선배라고 말해왔다. 그는 지난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축구로 비유하면 (문 전 대표가 대선에서)가장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그에게 패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불펜 투수론을 꺼낸 배경엔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대선처럼 호남에서의 위상이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 지사가 '불펜투수'로서 등판한다는 뜻은 곧 '선발투수'의 강판을 의미한다. 현재로써 가장 강력한 대권 주자인 문 전 대표의 강판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호남을 두 차례나 찾았지만 호남에서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 되레 문 전 대표의 호남에서 입지가 견고하지 못하다는 점만 재확인시켰다.
그의 위상이 흔들리자 많은 정치인이 빈틈을 파고들기 위해 앞다퉈 호남을 찾았다. 김종인 대표가 총선 이후 세 차례나 호남을 방문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2일부터 2박 3일 일정을 소화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더민주 소속 의원들의 워크숍을 광주에서 개최하며 호남과 접촉에 나섰다. 여기에 안희정 지사도 가세해 구원투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안 지사의 향후 행보가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울지, 아니면 문 전 대표의 대안이자 후계자로서 문 전 대표의 대권 가도와 상관 없이 친노가 와해되지 않도록 비노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편, 그는 충청 대망론과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