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갤러리장 서울서 12월 6일까지 감각이 철학을 이끄는 ‘서울 예술씬’ 재조명도시 동선 속에서 만나는 ‘삼성동 전시’의 확장성형태 넘어 ‘기운’으로 이동하는 회화적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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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은 디렉터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갤러리장 서울에서 미국 작가 앨리슨 밴 펠트의 개인전 ‘The Unified Field’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갤러리장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갤러리장 서울에서 미국 작가 앨리슨 밴 펠트의 개인전 ‘The Unified Field’가 열리며, 물질의 형상을 해체하고 비물질적 에너지를 드러내는 독창적 회화 실험이 국내 관객에게 처음 소개되고 있다.이번 전시는 사진과 회화 사이를 넘나드는 18점의 작품을 통해 지우기·흐림·소멸의 방식으로 형태 이후의 세계를 탐색하는 현대 회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서울 예술씬, 감각이 사유를 이끄는 ‘속도에서 깊이로’서울 예술씬의 특징을 묻는 질문에 갤러리장 박정은 디렉터는 24일 “서울은 감각이 철학을 이끄는 도시”라고 답했다.그는 서울이 갖는 ‘빠른 속도’가 단순한 트렌드 소비로 끝나지 않고, 예술적 실험을 촉발하는 원동력으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박정은 디렉터는 패션·음악·테크 등 주변 문화가 미술과 실시간으로 교차하며 새로운 미적 언어를 생산하는 점 역시 서울의 특성으로 꼽았다.해외 주요 도시가 제도적 기반 위에서 새로움을 수용한다면, 서울은 감각이 먼저 움직이고 사고체계가 그 뒤를 따라 확장된다는 것이다.이 같은 흐름은 예술 영역 간의 경계를 흐리고, 하나의 장르에 머물지 않는 ‘살아 있는 변화’를 만들어낸다고 박 디렉터는 강조했다.◇ 삼성동, 도시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만나는 ‘일상 속 예술’박정은 디렉터는 삼성동이라는 입지에 대해서도 “예술이 도시의 동선을 따라 들어오는 자리”라고 정의했다.코엑스, 호텔, 업무지구가 밀집한 지역적 특성상 해외 방문객, 지역 주민, 전문직 종사자가 뒤섞이며 자연스러운 예술 소비 환경이 형성된다는 설명이다.그는 “이곳에서 전시를 한다는 것은 목적지를 찾아오는 관람보다, 일상 동선 속에서 우연히 예술을 마주하게 하는 경험에 가깝다”고 말했다.이는 갤러리장 서울이 지향하는 ‘예술을 더 가까이, 더 자연스럽게’라는 운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예술을 특정한 공간에 고정하지 않고, 도시의 흐름 속에 놓이게 함으로써 관객층을 넓히고 접근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
- ▲ 박정은 갤러리장 서울 디렉터가 앨리슨 밴 펠트의 작품인 ‘블러(blur) 회화’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갤러리장
◇ 형태를 지우고 드러나는 ‘기운’… 밴 펠트의 회화적 전환이번 전시의 핵심은 앨리슨 밴 펠트가 구현하는 ‘블러(blur) 회화’이다.그는 세밀한 인물 묘사 위에 반복적 직선 붓질을 더해 이미지를 흐리고 지우는 방식을 사용한다.멀리서는 사진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수많은 선과 결이 중첩돼 추상성으로 전환되는 것이 특징이다.박정은 디렉터는 “밴 펠트에게 흐림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강조했다.형태를 지우고 표면을 흐리게 하는 행위는 물질적 층을 제거해 그 아래 존재하는 비물질적 에너지—기운·기록·흔적—를 드러내는 방식이다.이는 양자물리학의 개념과 동양 사상의 ‘기(氣)’ 개념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그의 회화는 재현과 소멸, 통제와 직관이 한 화면 안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독특한 미학을 보여준다.밴 펠트의 작품은 단순한 회화적 실험을 넘어, “보이는 것 이후 무엇을 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며 관객의 사유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이번 전시는 12월 6일까지 이어지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밴 펠트의 작업 세계를 본격적으로 조명한다.형태에서 기운으로 이동하는 회화의 전환은 물질적 한계를 넘어 비물질적 세계에 대한 사유를 제안하며, 현대 회화가 탐색하는 새로운 감각적·철학적 가능성을 보여준다.◇Alison Van Pelt 누구인가?앨리슨 밴 펠트(Alison Van Pelt)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 작가로, 사진적 사실성과 회화적 추상의 경계를 흐리는 독창적 ‘블러(blur) 회화’로 잘 알려져 있다.그는 먼저 인물이나 대상을 사진처럼 정교하게 그린 뒤, 수차례의 붓질을 반복하여 형태를 흐리게 만드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작품의 표면 디테일은 지워지지만, 오히려 대상이 지닌 깊은 분위기와 존재감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그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부드럽고 명확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붓결과 추상적 질감이 나타나 관람자에게 이중적 시각 경험을 제공한다.밴 펠트는 이러한 흐림 효과를 통해 이미지의 외형을 넘어 기억·기운·잔상 같은 비물질적 요소까지 포착할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그의 회화는 단순한 초상화를 넘어 존재의 에너지와 감정의 흐름을 드러내는 실험적 회화로 평가된다.요약하면, 앨리슨 밴 펠트는 ‘보이되 완전히 보이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가이며, 형태를 지우고 분위기를 드러내는 회화적 실험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사진과 회화, 재현과 소멸 사이를 오가며 대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감각적 방식을 제안하는 회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