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32건 중 28건 부실 사유…고객 안내는 없어도 ‘임원 공로금은 챙겨’허영 의원 “합병 절차 공개하고 고객 보호 근거 마련해야”
  • 새마을금고가 대규모 금융사고 이후 경영 정상화와 신뢰 회복을 내세우고 있지만, 부실금고 합병 과정은 여전히 ‘깜깜이 행정’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합병 사유와 절차는 회원에게 공개되지 않고, 고객에게는 안내조차 이뤄지지 않은 반면, 합병 임원에게는 퇴직 공로금이 꼼꼼히 지급되는 등 불합리한 운영 실태가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새마을금고 합병 내역’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에서 32개 금고가 합병됐으며, 이 가운데 28곳(87.5%)이 부실로 인한 강제 합병이었다.

    합병으로 이관된 규모는 여신 2조8714억 원, 수신 3조7980억 원으로, 사실상 대규모 구조조정 수준이다.
    그러나 절차는 불투명하고, 고객 고지는 부실했다.

    ◇ BIS 0% 이하 ‘자본잠식’ 금고 다수…연체율 최고 36%

    자료에 따르면, 합병된 금고 중 16곳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0% 이하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또 14곳은 대출 연체율이 두 자릿수에 달했고, 최고치는 36.33%를 기록했다. 일부 금고는 재무자료 조작으로 경영평가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임직원 비위 사례도 잇따랐다. 12개 금고에서 횡령·사기·불법대출·문서위조 등 범죄 행위가 적발돼 제재를 받았으며, 일부는 형사 고발보다 합병 절차가 먼저 진행됐다.

    ◇ 회원 공고는 게시판에만…총회 참여율 5% 미만

    현행 지침에 따르면 중앙회의 합병 권고를 받은 금고는 7일 이내에 공고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이 형식적 수준에 그쳤다.

    최근 3년간 합병된 32곳 중 10곳은 금고 건물 게시판에만 합병 공고를 부착했고, 회원이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합병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총회 참여율 역시 평균 4.8%에 불과했으며, 직장금고를 제외하면 2%대까지 떨어졌다.

    한 회원은 “임시총회에 참석하고서야 합병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들었다”며 절차적 불신을 호소했다.

    ◇ 비회원 거래 72%…고객 고지 규정 ‘전무’

    새마을금고는 협동조합이지만, 실질적 고객 대부분은 비회원이다.
    2024년 기준 전체 여신의 72%(131조5944억 원), 수신의 36%(92조5140억 원)이 비회원 거래에서 발생했지만, 비회원은 합병 사실을 사후 통보받는 구조다. 개인정보 이전 통지서가 유일한 안내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객 보호에 대한 제도적 근거는 전무한 반면, 합병 임원에게 지급되는 ‘특별퇴임공로금’ 규정은 세부적으로 명시돼 있다.
    심지어 부실금고라도 사고 당사자가 아닌 임원은 예외 없이 공로금 지급 대상이다.

    ◇ “회원·고객 모두가 알 권리 가져야”

    허영 의원은 “새마을금고가 부실을 감추고 내부 책임을 축소하는 데 급급하다”며 “합병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회원과 고객이 충분한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성을 띤 금융기관으로써 신뢰 회복의 출발점은 고객과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