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동숙 회장의 44년 외길 인생을 잇다…기술·사람 중심의 ‘코베아 정신’ 지켜내청주 낭성 캠핑랜드 조성… ‘캠핑 문화를 디자인하는 기업’으로의 도약‘기술이 곧 생명’… 국내 생산 고집하며 전 세계에 K-캠핑 알리는 강소기업 ㈜코베아
  • ▲ 강혜근 ㈜코베아 회장이 18일 경기 가평 자라섬에서 열린 제19회 ‘코베아 캠핑 페스티벌(KOCAF)’ 현장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강혜근 ㈜코베아 회장이 18일 경기 가평 자라섬에서 열린 제19회 ‘코베아 캠핑 페스티벌(KOCAF)’ 현장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우리 신랑이 그랬어요. ‘산에선 따뜻한 밥 한 끼가 보약’이라고. 프랑스 출장길에 우연히 본 가스버너 하나가, 그렇게 우리의 인생을 바꿨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캠핑용 버너 하나에 인생을 건 사람, 또 그걸 지켜낸 가족이 있었던 거죠.”

    17~18일 경기 가평 자라섬에서 열린 제19회 ‘코베아 캠핑 페스티벌(KOCAF)’ 현장에서 만난 ㈜코베아 강혜근 회장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었다. 고(故) 김동숙 회장(2011년 별세)과 함께 ‘버너 하나로 세계 캠핑 문화에 도전장을 내민 부부’. 그 이름만으로도 코베아는 단순한 아웃도어 기업이 아니라, 한국 캠핑문화의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전세방도 아닌 월세방, 그곳이 시작이었어요.” 코베아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아니, 아주 작았다. 1982년, 지금으로부터 꼭 44년 전. “전세방도 아니고 월세방이었어요. 남편은 당시 한 중소기업의 영업과장으로 일하고 있었고요. 그때부터였죠. 어떻게 하면 산에서도 편하게 밥을 해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한 게.”

    남편 김동숙 회장은 산악인이었다. 산을 오르며, 그는 늘 불편한 점을 메모했고, 여행길에는 제품을 챙겨와 분해했다. 프랑스에서 들여온 가스버너를 해체하던 그에게 강혜근 회장은 무척 야속하게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가스는 위험하니, 밖에 나가서 해요.”

    하지만 남편은 포기하지 않았다. 하나하나 부품을 사서 조립하고 실험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첫 제품이 ‘유자형 토치’였다. “그걸 만들고 우리 신랑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요. 이제 세상에 내놓을 준비가 됐다면서요.”
  • ▲ 강혜근 ㈜코베아 회장이 18일 경기 가평 자라섬에서 열린 제19회 ‘코베아 캠핑 페스티벌(KOCAF)’ 현장에서 컴퍼가 친 텐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강혜근 ㈜코베아 회장이 18일 경기 가평 자라섬에서 열린 제19회 ‘코베아 캠핑 페스티벌(KOCAF)’ 현장에서 컴퍼가 친 텐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부부는 손을 잡았고, 코베아는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죠.” 그때부터였다. 이름도 생소한 ‘캠핑’, ‘아웃도어’라는 말을 하나하나 국민에게 알려야 했다. 주변에서는 “한국에선 절대 안 팔린다”는 말이 많았고, 제품의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도 따랐다.

    하지만 부부는 버텼다. 김 회장은 기술을, 강 회장은 사람을 맡았다. 직접 제품을 들고 거래처를 다녔고, 전국 대리점을 돌며 설명회를 열었다. “그때는 진짜 발로 뛰었어요. 장화 신고 논길도 가고, 새벽 버스 타고 낯선 지역 가서 제품 설명도 하고요. 한 번은 딸아이랑 같이 가서 시연도 했어요.”

    코베아는 ‘러브스타’라는 이름으로 첫 가스스토브를 출시했고, 이어 2구짜리 버너를 개발해 현대·기아차 직원용 납품에도 성공했다. “찌개와 밥을 따로 끓일 수 있게 만든 거였어요. 우리 식문화에 딱 맞는 구조였죠.”

    “기술이 곧 생명입니다. 그게 우리 남편 철학이었어요.” 고 김동숙 회장은 ‘기술에 생명을 담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제품은 수없이 테스트하고, 불편한 점을 직접 써보며 개선했다. ‘작지만 강한 기술력’이란 말은, 그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지금도 코베아는 매년 신제품을 쏟아낸다. 컨테이너형 스토브, 화덕형 스토브, 점화 기능을 개선한 최신 버너까지. 현재는 아들이 개발팀을 맡고 있고, 창업자가 만든 첫 토치부터 현재 제품까지 모두 보관된 ‘히스토리존’도 따로 마련했다.
  • ▲ 강혜근 ㈜코베아 회장이 18일 경기 가평 자라섬에서 열린 제19회 ‘코베아 캠핑 페스티벌(KOCAF)’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강혜근 ㈜코베아 회장이 18일 경기 가평 자라섬에서 열린 제19회 ‘코베아 캠핑 페스티벌(KOCAF)’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아들이 그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았어요. 똑같이 제품 들고 다니며 실험하고, 단점부터 찾고요. 그렇게 안 하면 절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죠.”

    “미국, 프랑스, 러시아까지… 전 세계가 코베아 제품을 씁니다.” 코베아는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중동, 유럽 곳곳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현지 감성을 반영한 라인업으로 승부했고, 세계적 캠핑 브랜드 MSR, 프랑스 데카슬로니아 등과도 협업하며 OEM 공급을 이어왔다.

    “요즘 젊은 세대는 캠핑용품을 직접 찾아 사요. 온라인도 열려 있고, 전 세계 유저들이 코베아 제품을 알아봐 주니까 그게 너무 고맙고 신기하죠.”

    코베아는 현재도 본사 내 생산기지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시대지만, 기술력의 정밀성과 안정성을 위해 자체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기계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걸, 신랑은 늘 강조했어요. 성실하고 손재주 좋은 직원들이 우리 자산이에요.”

    “코리아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코베아(KOVEA)라고 지었죠.” 회사 이름 ‘코베아’(KOVEA)의 유래도 특별하다. 한국(Korea)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 ‘KOREA’에 승리(Victory)의 ‘V’를 넣어 ‘KOVEA’로 지었다.

    “신랑이 그랬어요. ‘이 이름, 미국에서도 프랑스에서도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요. 지금 보면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지은 거죠.”
  • ▲ 강혜근 ㈜코베아 회장이 18일 경기 가평 자라섬에서 열린 제19회 ‘코베아 캠핑 페스티벌(KOCAF)’ 공연장에서 캠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김정원 기자
    ▲ 강혜근 ㈜코베아 회장이 18일 경기 가평 자라섬에서 열린 제19회 ‘코베아 캠핑 페스티벌(KOCAF)’ 공연장에서 캠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김정원 기자
    코베아의 사훈은 ‘기술지선(技術至先), 인화제일(人和第一), 성품정도(性品正道), 성실근면(誠實勤勉)’. 그 철학은 지금도 코베아 직원들의 행동지침이자, 제품 하나하나에 녹아 있다.

    “남편은 떠났지만, 그 정신은 계속됩니다.” 김동숙 회장은 2018년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강 회장은 아직도 그의 사진을 바라보며 출근한다. “하늘에 있지만 늘 곁에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회의할 때, ‘이건 신랑이 뭐라고 했을까’ 생각하곤 해요.”

    KOCAF 캠핑 페스티벌을 기획한 것도 그 정신을 잇기 위해서였다. “우리 제품을 사랑해주는 고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나누는 게 가장 큰 보람이죠.”

    강 회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캠핑 문화는 계속 진화하고 있어요. 감성만 쫓다가 기술을 놓치면 안 돼요. 우리는 늘 기술로 승부할 거예요. 작지만 강한, 그래서 오래가는 브랜드. 그게 코베아입니다.”

    “이제는 도시에 감성을 더합니다… 청주 상당구 낭성 캠핑랜드, 자연과 사람을 잇는 공간으로.” 코베아는 이제, 제품을 넘어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 캠핑용품을 만들던 회사에서 ‘캠핑 문화를 디자인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청주 낭성 캠핑랜드 조성사업’이 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에 있는 이 공간은 단순한 캠핑장이 아니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고, 가족과 이웃이 함께 머물며, 기술과 감성이 어우러지는 코베아만의 캠핑 플랫폼으로 기획됐다.
  • ▲ ‘제19회 2025 코베아 캠핑 페스티벌(KOCAF)’ 축하 공연을 하고 있는 가수 에일리.ⓒ김정원 기자
    ▲ ‘제19회 2025 코베아 캠핑 페스티벌(KOCAF)’ 축하 공연을 하고 있는 가수 에일리.ⓒ김정원 기자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캠핑문화 거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와서 쉬고,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요. 단순한 숙박이 아니라, 캠핑을 통해 사람과 자연, 기술이 만나는 ‘살아 있는 박물관’ 같은 곳을 만들고 싶었죠.”

    낭성 캠핑랜드는 가족형 글램핑존, 아이들을 위한 자연놀이터, 캠퍼를 위한 장비체험존, 힐링 트레일과 명상숲 등으로 구성된다. 코베아의 다양한 캠핑기어를 직접 써볼 수 있는 ‘실험존’도 마련된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닌, ‘캠핑의 가치를 함께 나누는’ 공간을 지향한다.

    이곳은 나아가 ‘청년 캠퍼 창업 지원 프로그램’, ‘소외계층 가족 초청 캠프’, ‘환경 정화 캠페인’ 등 사회적 가치와 ESG 활동까지 함께 펼치는 거점이 될 예정이다.

    “신랑이 생전에 이런 얘길 했어요. ‘우리가 번 돈, 우리만 쓰면 안 된다. 캠핑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눠야 진짜 성공한 거다’고요. 그 약속, 이제 제가 지키려고 합니다.”

    코베아는 오늘도 변함없이 한길을 간다. 작지만 강한 기술로, 흔들림 없는 철학으로, 그리고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으로.

    버너 하나로 시작된 그 꿈이 이제는 한 나라의 캠핑 문화를 바꾸고, 또 다른 세대를 품는 ‘불씨’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