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밤마실’ 식중독 사고가 드러낸 행정의 민낯
  • ▲ 이길표 기자.ⓒ뉴데일리DB
    ▲ 이길표 기자.ⓒ뉴데일리DB
    충남 공주시가 주관한 ‘공주 밤마실 야시장’ 식중독 사고는 우연한 안전사고가 아니다.

    공공행사를 운영하는 행정의 무책임, 형식적인 승인, 그리고 책임 회피가 빚어낸 명백한 행정 실패다.

    먹거리 중심 행사였음에도 공주시는 식중독 사고에 대비한 배상책임보험 가입 여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위탁 운영을 이유로 관리 책임을 내려놓았고, 계약서에는 ‘보험 가입’ 문구만 형식적으로 넣어둔 채 보장 범위와 실효성은 방치했다.

    그 결과, 운영 재단이 가입한 것은 상해보험뿐이었다. 음식물로 인한 집단 피해를 보장하는 보험은 없었고, 사고가 발생하자 책임은 고스란히 영세 상인 개인에게 전가됐다.

    공공행사에서 발생한 피해를 민간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행정이 사실상 방관한 것이다.

    이번 사고로 확인된 집단 식중독 피해자는 130여 명에 이르며, 치료비 등을 포함한 피해액은 약 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막대한 피해 앞에서도 공공의 책임은 실종됐다.

    이는 무능을 넘어 비겁함이다. 과거 민간 주도 행사 때보다 오히려 안전 대비가 후퇴했다는 상인들의 증언은, 행정 개입이 안전을 강화하기는커녕 위험을 키웠음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것은 사고 이후의 태도다. 구상권 압박과 “관청과 싸우면 손해”라는 말이 현장에서 돌았다면, 이는 공공의 이름 뒤에 숨어 약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행정의 민낯이다.

    공공행사는 시민의 안전과 신뢰가 걸린 영역이다. 특히 먹거리 행사에서 사고 예방과 보상 체계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다. 그 기본을 지키지 못한 채 행사를 승인한 것은 명백한 관리 실패다.

    이번 사태는 한 행사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공공행사 안전관리 기준과 보험 제도를 전면 재점검하지 않는다면, 집단 식중독과 같은 사고는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공주시는 이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변명보다 사과, 침묵보다 설명, 회피보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공공의 이름으로 열린 행사에서 발생한 사고다. 그 책임 역시 공공이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