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 전 서원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 ▲ 박규홍 전 수학과 교수.ⓒ서원대
    ▲ 박규홍 전 수학과 교수.ⓒ서원대
    본 글은 일주일 전에 게재했던 칼럼 ‘필자에게 뇌경색이 찾아왔다 (1)’에 이어 뇌경색 치료 후 회복기 재활치료와 재활 운동 체험담을 쓴 글이다.

    #1. 서울 아산병원 응급실에 입원하여 이레 동안 집중 치료를 받은 후, 재활치료를 위해 재활전문병원으로 전출 입원했다. 필자가 입원했던 재활전문병원은 서울에서도 규모가 있는 곳이라서 뇌혈관 장애로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환자들이 전국에서 왔다.

    평소 재활이라는 말을 여러 매체를 통해 들어보긴 했으나 그냥 지나쳤는데, 뇌경색 치료 후 재활이 후유 장애 치유에 반드시 거쳐야 할 중요하고 필요한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다른 병증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뇌혈관 질환의 후유 장애는 치료 후 회복기의 재활치료와 훈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상 상태로 회복이 될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고 한다.

    필자는 비교적 증세가 나쁘지 않은 환자가 있는 간호·간병 통합관리 병동 4인실에 입원했다. 재활병원에서는 정신이 맑고 손발 쓰기가 자유로운 것만으로도 상태가 좋은 환자로 분류된다. 본인 의지대로 간병인 없이 목욕할 수 있고 대소변을 가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뭇 환자들의 부러움을 산다. 

    약한 마비가 있었지만 팔·다리를 본인 의지대로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필자는 같은 병실 환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부러움에 그들은 필자에게 ‘나이롱환자’라고 말했다. 필자가 입원했을 당시에 같이 있던 세 명의 환자는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혼자서 용변을 처리하지 못하여 한밤중에도 간병인을 불러서 용변을 처리해야 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서 배정해 준 시간에만 간병인의 도움으로 목욕할 수 있었다. 

    #2. 재활전문병원의 재활훈련 치료 과정은 마치 훈련소 신병 훈련 교육처럼 매우 빡빡하게 진행된다. 7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8시 30분부터 오전 치료와 훈련이 시작된다. 필자에게 배정된 운동 및 치료 일정은 오전에 ‘코끼리 자전거 타기’ 1타임, ‘작업치료’ 3타임, ‘운동치료’ 1타임 등 오전 일정으로 5~6타임을 재활치료와 운동을 한다. 각 타임은 30분, 각 타임 사이에는 20분 휴식 시간이 있다. 

    점심시간 후에는 장애 정도에 따라 3~7 타임의 ‘운동치료’와 ‘언어치료’를 받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환자 각자에게 배정된 시간표에 따라 재활치료와 운동치료를 반복한다. 토요일엔 오전 일정만 진행하고 일요일에는 진행하는 일정이 없다. 환자 상태가 좋아져서 휠체어 등으로 이동이 가능한 환자는 희망에 따라 주말에 월 1회 한으로 외출·외박을 할 수 있다. 

    재활치료 해당 훈련 타임에 따라 유자격 운동치료사나 작업치료사가 환자를 한 명씩 맡아서 재활훈련을 시킨다. 한 가지 신기한 현상은 입원 초기에는 훈련장 매트에서 앉을 수도 없어서 누운 상태로 재활훈련을 받던 후유 장애 환자가 재활훈련 치료 1~2주일 후에는 앉거나 서게 된다는 게다. 환자의 자연 치유력 덕분인지 재활치료의 효과인지는 몰라도 환자의 장애 현상이 호전되어 가는 것을 필자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도 작업치료로 글쓰기가 가능해졌고 언어치료로 어눌했던 발음이 또렷해졌다. 운동치료로 3주째부터 온전히 혼자 걸을 수 있어서 의사의 허락을 얻어 휠체어 없이 재활치료 훈련장이나 면회 장소에 내려갈 수 있었다.
            
    #3. 재활병원 환자들은 큰 병원에서 위중한 고비를 넘기고 재활을 위해 다시 입원한 사람들이므로 면회가 허용된다. 면회할 때는 반드시 간호사를 대동하고 1층 로비로 내려가야 20분간 면회할 수 있다. 중증 장애 환자는 침대에 누운 채로 엘리베이터로 1층 로비에 내려와서 가족 등 면회객을 만날 수 있다. 환자의 낙상 방지를 위해서 내부 규칙으로 치료 지도사나 간호사를 대동하지 않고는 환자 마음대로 병원 안을 돌아다닐 수 없다. 이동할 때도 반드시 휠체어를 타야 한다. 

    병원에서는 낙상을 제일 위험한 사고로 여기고 낙상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 개인 이동을 통제하는 규칙을 두었다. 입원 목적이 재활치료와 장애 치유·개선이므로 쾌유를 위해서 환자는 재활병원의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거와 같다. 

    회복기 재활치료는 건강보험 지원이 180일까지 적용된다. 개인 의원에서 받는 재활은 비용이 많이 드니까 건강보험 지원이 되는 동안 재활치료를 많이 받으라는 일부 조언도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한 달의 재활치료로 마비 현상이 거의 정상으로 회복되어 퇴원했다. 통제된 병원보다 집에서 자유롭게 스스로 재활 운동을 하는 게 정신적으로도 낫다는 생각에서 퇴원했다.

    #4. 퇴원 후 필자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재활병원에서 매일 재활치료와 운동을 했지만, 퇴원 후 한동안은 외출 시에 누군가 동행 해야만 했다. 균형감이 떨어져서 혼자서 걷는 게 위태로웠기 때문이었다. 

    재활병원 입원하는 동안 아내는 거의 매일 필요한 물품을 가져다주고 세탁 거리를 가져갔다. 다행히 집에서 병원까지 가는 버스 노선이 있었고, 30여 분이면 닿는 거리여서 병원 오가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고 한다. 두 딸 내외는 주말에 두 가족이 함께 면회 오거나 따로 번갈아 면회를 왔다. 

    모임으로 자주 만나는 고교 친구들이 소식을 듣고 여럿이 면회 왔다. 대학 학과 절친 동기는 모친께서 별세하신 황망 중에도 모친 장례 후 면회를 다녀가서 가슴이 너무 따뜻했다. 초·중·고를 함께 지낸 죽마고우도 소식을 듣고 면회 왔다. 뉴데일리 충청본부장도 위로의 뜻을 보내왔다. 그 외 많은 지인이 위로와 격려, 쾌유 기도를 해주었다. 특히 고교 서울동기회장은 매일 전화로 쾌유 기원 기도를 해주어서 기도의 효험으로 회복과 퇴원을 앞당겼다고 감사했다. 

    퇴원 후 카톡방에 완치 소식을 올리니 많은 친구와 선후배 지인들이 안심과 격려의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왔다. 내과 전문의 친구는 재발을 막으려면 술을 한 방울이라도 마시면 안 된다고 전화로 신신당부했다. 술 마시면 반드시 재발할 수 있다는 게다. 또 다른 한 친구도 자기 선친께서 필자 같은 경우였는데 술을 멀리하시다가 우연히 제사 후 음복해 보니 별일이 없어 술을 조금씩 드셨다가 재발해서 10년 와병 후 돌아가셨다면서 절대 술을 마시지 말라고 당부했다. 병을 치르면서 필자도 앞으로 이런 일에 친구들을 더 챙기고 더 배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5. 흔히 뇌경색 완치라고 말하는 것도 뇌경색 이전으로 100%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보면 맞는다. 재활병원 퇴원 후 두 달여를 보내는 동안에 처음 한 달 동안은 건강한 사람이 코를 세게 풀었을 때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의 증상이 종일 필자에게도 있었다. 이제는 증상이 사라졌으나 달리기나 뜀박질을 아직 자유롭게 할 수 없다. 필자는 이것을 5% 부족한 완치라 보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나머지 5%의 부족함을 채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산병원 퇴원 3개월째 된 날 병원으로부터 환자 상태를 묻는 전화가 왔다. 입원했던 환자를 추적 관리하는 전화였다. 필자는 병원 처방 약을 열심히 먹으며 아내와 함께 매일 아파트 23층까지 계단을 걸어 오른다. 선선할 때는 인근 강변이나 호수 변을 걷는다. 이제 더위가 지나갔으니 어디든 열심히 걸을 수 있을 거 같다. 같이 걸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점검해 주는 병원이 가까이 있으니 뇌경색을 겪었어도 요즘에 이생이 살만하다고 새삼 느끼고 있다. 

    의정 갈등으로 병원 이용이 어렵다는 뉴스가 매일 나오지만, 뇌경색 치료 과정을 겪으면서 보건 의료 선진 대한민국에 필자가 살고 있음을 실감했다. 이 글을 통해 필자의 뇌경색 쾌유를 기원하고 건강을 염려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모두 건강히 지내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