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같은 풍경과 함께 걷는 길[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제천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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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동산(해발 545m)은 충북 제천시 청풍면에 위치하며, 성봉(825.7m)과 저승봉(596m) 사이에 자리한 산이다. 이 산은 제천시와 단양군 경계를 이루는 동산(896m)에서 갈라져 나온 봉우리라 하여 ‘작은동산’이라 불린다.이번 산행은 청풍리조트주차장(충북 제천시 청풍면 교리 11)을 기점으로 암릉길을 올라 외솔봉을 거쳐 작은동산 정상에 도착한 후, 모래고개를 거쳐 원점 회귀하는 코스로 산행 거리는 약 7.5km이다.주차장에는 공용화장실이 설치돼 있어 편리하다. 주차장에서 청풍호를 바라보고 좌측으론 외솔봉, 우측으론 모래고개 방향으로 오르는 등산로이다. 늦여름 뜨거운 햇살을 안고 암릉의 맛과 청풍호반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외솔봉으로 발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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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동산 이정표를 따라 숲으로 들어서니, 곧바로 나무계단을 치고 오른다.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는 달뜬 마음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계단을 밟기 전 너덜너덜 매달린 등산 리본에 시달리는 나뭇가지를 보니 인간의 헛된 욕심을 보는 듯하다.허리를 잔뜩 세운 산길은 아침 햇살을 막아 숲은 진초록을 넘어 거무스레하다. 마치 세상과 점점 멀어지는 길로 이끄는 듯하다. 얼마나 올랐을까, 나뭇잎을 투과한 햇살이 초록 물감을 연하게 풀어 놓은 듯 숲길을 더욱 싱그럽게 치장한다.가쁜 숨소리는 몸속 찌든 열기를 내뿜고,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킨다. 밝아오는 햇살은 진부한 생각과 마음의 때를 씻어 내고 그 자리에 새로움을 채워준다. 저 계단 끄트머리를 넘어서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햇살 가득한 한층 밝아진 숲속의 흙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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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고르라는 듯 잠시 편한 숲길이 이어지지만 이내 오르막길이다. 세월과 함께 산꾼의 발길에 씻기고 밟혀 공중부양한 소나무 뿌리를 피해 걸음을 옮긴다. 서서히 돌과 바위가 길을 차지하기 시작한다. 숲에 가려진 작은동산의 바위산 본색을 여실히 드러내기 시작한다.숲이 열리는 암반 위에 서니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청풍호가 펼쳐진다. 호수의 하얀 물안개는 햇살을 받아 서서히 물러난다. 맑고 푸른 물은 파란 하늘을 담고, 짙푸른 산 그림자를 드리우니 호수의 빛깔은 더욱 짙어진다. 깨끗한 마음에 자연을 담으라고 말을 건넨다.굵직한 바위들이 툭툭 불거져 나오는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숲이 열리는 암반 위에 서면 어김없이 아름다운 청풍호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힘들만 하면 터져지는 전망에 힘든 줄 모른다.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한 걸음 나아가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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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한 암릉미에 감탄하며 흥분된 마음, 뜨거운 햇볕에 데워진 몸이 산행의 열기를 더한다. 능선 옆으로 잠시 벗어나니 외솔봉과 그 너머로 조가리봉, 저승봉,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병풍을 이루고, 그 뒤로 금수산이 얼굴을 내민다.고도를 높이자 청풍호의 수려한 경관이 점점 너른 폭으로 펼쳐진다. 산 너울이 겹겹이 춤추고, 산자락을 따라 굽이치는 유려한 청풍호가 한 폭의 산수화를 그린다. 자연 속의 청풍대교는 혹여 단절된 사람들이 있다면 그 장애를 넘어 서로 소통하라는 것은 아닐까.그 감동의 여운을 마음에 담고 발길을 재촉하니 이번엔 우람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워낙 매끄럽고 가팔라서 우회하여 오른다. 힘겹게 바위에 올라서니 동서로 길게 누운 통바위 형상이고 탁 트인 조망을 선물로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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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바위의 서쪽은 청풍호로 미끄러지고, 동쪽은 동산을 향해 우뚝 서 있다. 이곳에서 넘어야 할 외솔봉 산등성이, 그 너머로 저승봉, 신선봉 등의 암릉, 다시 그 뒤로 금수산 등이 이룬 산 너울을 바라본다.내륙의 바다 청풍호를 스쳐 온 시원한 바람에 뜨거워진 몸의 열기를 잠시나마 식히고, 이내 통바위를 내려간다. 그 길에서 하산하게 될 동산과 작은동산이 이룬 깊은 골을 조망한다. 내리막길은 유순해지고,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풍부한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작은동산(1.98km) 이정표를 지나면 다시 오르막길이다. 신갈나무 숲길을 오르다가 하늘에서 길쭉하게 흘러내린 암릉의 매끈한 하얀 속살과 마주친다. 그 바위 슬랩이 마치 기차와 같다 하여 기차바위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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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바위 암릉 위로 밧줄이 무심하게 늘어져 있다. 그러나 신중하게 한 발 한 발 내디디면 두 다리만으로도 충분히 오를 수 있다. 그 끝자락에 서면 1985년에 충주댐이 생기면서 조성된 호수가 발아래로 펼쳐진다.제천지역에서는 청풍호, 충주지역에서는 충주호로 불리는 이 호수는 소양호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푸른 산과 맑은 물, 단단하고 매끈한 암릉과 그 위에 뿌리내린 푸른 소나무,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기차바위 끝자락에 서니 지나온 통바위 능선이 굽이쳐 흐른다. 먼 길을 걸어왔기에 멋진 경치를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오르지 않았으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아름다운 풍광이다. 그 길에 발자국을 남긴 두 다리가 대견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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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외솔봉까지는 청풍호를 내려다보며 걷는 암릉길이 이어진다. 그야말로 산수의 절경이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싶다.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단단한 암릉을 걸으면서 내 남은 삶도 더 단단해지길 바란다.드디어 외솔봉(해발 482m)에 도착한다. 자연이 빚고 세월이 만든 보석 같은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연의 신비로움에 잠시 넋을 잃고 그 풍경 속으로 빠져든다.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어 그 옆자리에 신선처럼 앉아 부산했던 몸과 마음을 고요히 한다.한차례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어느 산악회원들의 왁자지껄한 행렬을 보내고 나서야 다시 길을 재촉한다. 이제 또 어떤 길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외솔봉에서 잠시 내려섰다가 짧은 숲길을 오르자 다시 암릉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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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구간의 암릉길, 청풍호와 주변 산들과 자연스레 하나가 되는 길이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울퉁불퉁한 바윗길이 이어져 만만치 않은 산이다. 풍경 역시 여느 고산준령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산자락을 따라 들쭉날쭉한 청풍호는 마치 작은 다도해를 방불케 한다. 처음부터 줄곧 따라오며 배웅하는 비봉산(해발 530m)이 언제 오겠냐고 말을 건넨다. 강렬한 햇볕에 거의 다 사라져간 물안개는 있고 없음의 진리를 보여주는 듯하다.능선 비탈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외솔봉을 조망한다. 바위가 소나무를 키운 것인지, 소나무가 바위를 뚫고 들어간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들의 어울림이 아름다울 뿐이다. 암릉 끄트머리에는 정수리에 들어앉은 대머리처럼 둥근 암반이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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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반을 지나 작은동산(1.48㎞) 이정표 아래로 내려서면 푸르름이 가득한 숲길이 이어진다. 그 싱그러움 속에 원래 자리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는 썩은 고목의 흔적이 애절해 보이는 까닭은 아마도 그렇게 다가가고 있는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목장삼거리 이정표를 지나면 작은동산을 1.0㎞ 앞두고 있다. 평탄한 숲길을 편안하게 걷는다. 산은 그렇게 편하게 걷는 걸 내버려 두기 만무하다. 이내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널찍한 암반 위를 걸어 바위전망대를 만난다.이곳에서 학현마을을 품은 조가리봉, 저승봉, 학봉, 신성봉의 산등성이를 조망한다. 그들과 한겨울에 만난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완만한 숲길을 오르자, 곧게 뻗은 소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이어 장수처럼 산길을 호위하는 노송들의 안내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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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작은동산(545m) 정상에 닿는다. 노송군락에 에워싸여 전망은 없고, 커다란 너럭바위가 정상석을 대신한다. 모래고개를 향해 북동쪽으로 휘돌아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 도중에 만난 이정표, 그 뒤의 바위전망대에 올라 저승봉과 신선봉을 재회한다.동산과 경계인 모래고개에 닿는다. 이 고개는 학현리와 교리의 경계지역으로 학현리 사기점골에서 도기와 청자를 제조할 때 사용되는 모래를 채취하였다 하여 모래고개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이곳에서 좌측 교리마을(2.73㎞) 방향으로 내려선다.메마른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지는 내리막 숲길은 청풍호 둘레길이다. 발바닥에 닿는 돌멩이의 자극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세월의 흐름을 이길 수는 없지만 새로운 도전만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내일은 더 새로운 도전의 아름다움을 만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