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세종시장, 제73호“‘현재’는 내가 관리할 수 있고 바꿀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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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책상 속에 넣어두셨던 안경집에서 신기한 안경을 하나 꺼냈습니다.할아버지는 손녀에게 안경을 씌워 화분에 있는 꽃나무를 보게 해주셨습니다. 꽃나무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은 꽃봉오리가 매달려 있었어요.그런데 안경을 쓰고 보니, 화분에 있는 꽃나무의 꽃봉오리가 서서히 벌어지면서 꽃이 피고, 작은 열매를 맺는 모습이 영화처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손녀는 깜짝 놀라 안경을 벗고 꽃나무를 보았더니, 꽃나무는 아까 전의 꽃봉오리가 맺혀있는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응. 그 안경은 미래를 보는 안경이란다. 그 안경을 쓰고 보면 무엇이든 앞날이 보이는 안경이란다. 지금 네가 본 것은 바로 그 꽃나무의 앞날이란다.”“할아버지, 할아버지. 이 안경을 쓰면 무엇이든 앞날이 보이는 거예요?” “그렇단다.”손녀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그러면 앞날은 다 정해져 있는 거예요? 그러면 저는 어떤 어른이 될까요? 알고 싶어요.”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시며, “허허허…. 사람이나 나무나 사물은 다 앞날이 정해져 있단다. 그래서 안경이 보여줄 수 있는 거란다.”“할아버지 정말로 미래는 정해져 있는 거예요?” 할아버지는 손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그것은 내일 이야기하자꾸나.” 이튿날이 밝았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손녀는 할아버지 방으로 갔습니다.할아버지는 손녀를 보더니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네가 미래를 보는 안경이 궁금해서 왔구나. 여기 앉아 보아라.”할아버지는 다시 미래를 보는 안경을 꺼내 손녀에게 씌우고 어제 보았던 꽃나무를 다시 보라고 하셨습니다.“어?” 이상했습니다.오늘은 꽃나무에서 꽃도 피지 않고 열매도 맺지 않고 시들하게 서 있다가 잎이 지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할아버지, 할아버지. 참 이상해요. 어제는 꽃이 피는 모습이 보였는데, 어제 보았던 모습이 오늘은 안 보여요. 왜 그러죠?”할아버지는, “그렇지. 그거야 당연하지. 왜냐하면 내가 밤에 꽃봉오리를 꺾었으니까, 꽃이 필 리가 없지. 암…”그러시면서, "얘야. 모든 것의 미래는 정해져 있단다. 꽃봉오리가 맺혀있으면 곧 꽃이 필 것이고, 할아버지가 나이를먹으면 늙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란다.미래는 이 이치에 따라 모두 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란다. 콩나무를 심으면 콩이 나오고, 팥나무를 심으면 팥이 나올 것이 정해져 있는 것과 같단다.세상일은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있게 마련이지. 그래서 오늘의 원인이 있으면 미래의 결과는 정해져 있다고 해도 좋은 것이란다.꽃봉오리가 있으면 꽃이 피고, 꽃봉오리가 없으니 꽃이 안피는 것이 정해진 미래 아니겠느냐? 그래서 어제 안경으로 볼 때와 오늘 안경으로 볼 때는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란다.”손녀는 할아버지 말씀이 알 듯도 모를 듯도 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사람들은 누구든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단다. 그리고 미래를 보는 안경을 누구든지 갖고 싶어 하지. 하지만, 미래를 보는 안경은 누구든지 갖고 있단다.오늘 일어나는 일을 자세히 알고 있다면 내일 일어날 일은 누구든 당연히 알 수 있는 거란다. 그런데 사람들이 오늘 일은 안경으로 자세히 보지 않으면서, 내일 일을 볼 수 있는 안경만을 찾는구나.오늘 없는 내일이 없듯이, 내일은 곧 오늘이 만들어 낸 결과일 뿐이란다. 알겠니? 내일은 따로 없어요. 오늘이 바로 내일인 거지.그렇지만 우리는 오늘 일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 완전히 알 수는 없단다. 오늘의 원인이 내일 어떤 결과가 될는지 그 이치를 완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야.하지만 우리는 분명한 것은 알 수 있어요. 미래라고 미리 정해진 것은 없다는 것이란다. 오늘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다시 얼마든지 변한다는 것이지. 그것이 정해진 미래란다.”손녀는 할아버지의 미래를 보는 안경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내일은 오늘에 따라 다시 변한다는 것을 보았으니까요.과거란 이미 지나간 것이요, 미래란 아직 오지 않은 것이나, 현재만은 내가 관리할 수 있고 바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