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를 깨우쳐 智慧를 얻을 수 있는 名山 [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괴산군 편
  • ▲ 기암괴석이 장엄하게 나열된 도명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 기암괴석이 장엄하게 나열된 도명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에 위치한 도명산(道明山, 해발 643m)은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한 산으로 천혜의 화양동 계곡과 거대한 삼불(三佛)을 품고 있는 기암괴석이 즐비한 산이다.

    이번 산행은 ‘화양교~경천벽~탐방지원센터~운영담~금사당~탐방로입구~도명산~마애불상군~학소대~와룡대~화양교’로 화양구곡(華陽九曲) 유람과 산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

    화양교를 지나 인근 지역에 주차하고, 화양천을 따라 화양구곡으로 유람을 시작한다. 화양동 여름치안센터를 지나서 약 400m 지점에 이르면 물가로 가파르게 솟아있는 제1곡 경천벽(擎天壁)을 만난다.
  • ▲ 화양구곡 중 제1곡 경천벽.ⓒ진경수 山 애호가
    ▲ 화양구곡 중 제1곡 경천벽.ⓒ진경수 山 애호가
    녹색의 느티나무 가로수길을 걸으니 공원을 산책하는 느낌이다. 주차장, 팔각정휴게소, 탐방지원센터를 지나고 화양이교를 건너 계곡을 따라 오르면 제2곡 운영담(雲影潭)을 만난다. 깨끗한 물이 소(沼)를 이루어 구름의 그림자가 맑게 비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운영담을 지나면서 탐방로 우측으로 식당, 카페, 민박촌 등이 있다. 이어서 화양서원(華陽書院)이 있는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 유적을 지난다. 화양서원 맞은편 계곡에는 우암 송시열 선생이 조선시대 효종 대왕의 승하를 크게 슬퍼하여 한양을 향하여 활처럼 엎드려 통고한 제3곡 읍궁암(泣弓巖)이 있다.

    더 깊숙이 들어가면 맑고 깨끗한 물과 금싸라기 같은 모래가 보이는 계곡 속의 못이라는 제4곡 금사담(金沙潭)과 반석 위에 세워진 암서재(巖棲齋)를 만난다. 이곳에서 우암 선생의 애국충정과 후학 양성의 열정을 감히 짐작해 본다.
  • ▲ 화양구곡 중 제4곡 금사담과 암서재.ⓒ진경수 山 애호가
    ▲ 화양구곡 중 제4곡 금사담과 암서재.ⓒ진경수 山 애호가
    화양천을 따라 오르다가 우측으로 도명산 탐방로 입구를 만난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초입부는 데크로드를 걷다가 가파른 돌길을 약 100m 오르면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는 제5곡 첨성대(瞻星臺)를 지난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전체 모습을 볼 수 없고, 암벽에 만절필동(萬折必東), 즉 황하가 일만 번을 굽이쳐도 결국 동쪽으로 흘러간다는 뜻으로, 충신의 절개를 꺾을 수 없음을 비유한 고사성어만 볼 수 있다.

    다시 바위 사이로 굽이치듯 빠져나가며 산을 오른다. 등산로 입구에서 0.5㎞ 지점을 지나면서부터 산길은 가파른 오르막으로 바뀌고, 철제 난간과 계단을 오르면서 채운사 경내와 첨성대를 촬영하는 탐방객들 내려다본다.
  • ▲ 고도가 높아지면서 길어지는 철제 난간 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 고도가 높아지면서 길어지는 철제 난간 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계단 구간이 끝나면 흙길이 이어지면서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고도가 서서히 높아지면서 흙길은 바윗길로 바뀌고 철제 난간이 설치된 가파른 구간도 점점 길어진다.

    계단을 오르면 조망이 터지기 시작해 첩첩산중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는 기쁨을 맛본다. 계단 구간을 다 오르면 도명산 고스락이 1.0㎞ 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나고 평탄한 탐방로를 걷는다. 탐방로 옆으로 자유분방하면서도 상상을 불허하는 형상으로 고요하게 앉은 기암들로 눈이 호강한다.

    탐방로를 가로막는 큰 바위를 만나 옆으로 돌아가니 조망점이 있다. 이곳에서 바위로 이뤄진 도명산 고스락을 감상한다. 다시 탐방로로 돌아와 이동하면서 ‘절구 바위’를 지나 안부로 내려간다. 이 안부에서 도명산 고스락까지 암릉 구간이 쭉 이어진다.
  • ▲ 상행 시 조망점에서 바라본 도명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 상행 시 조망점에서 바라본 도명산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암릉 구간에는 철제 난간과 계단으로 이뤄져 있어 안전하게 오를 수 있으나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계단을 오르면서 아름답고 장엄하면서도 경이로운 속리산국립공원의 산들을 감상한다.

    암릉 구간 중간지점에 있는 통천문(通天門)을 통과하면 이제 비로소 도명산 고스락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셈이다. 지법천 천법도(地法天 天法道), 즉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는다고 했으니 말이다.

    다시 계단을 오르면서 도명산 경치에 매료되어 힘든 것조차 잊는다. 드디어 기암괴석이 장엄하게 나열된 해발 642m의 도명산 고스락에 도착한다.
  • ▲ 도명산 고스락을 오르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통천문.ⓒ진경수 山 애호가
    ▲ 도명산 고스락을 오르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통천문.ⓒ진경수 山 애호가
    도명산 고스락에서 낙영산과 그 너머로 뾰족뾰족 늘어선 묘봉과 상학봉, 그리고 덕가산, 금단산, 백악산, 조봉산 등을 조망한다.

    고스락에서 학소대 방향으로 약간 내려오면 조망 바위가 있다. 그곳에서 가령산을 조망하고, 공자가 말씀하신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 즉 아침에 도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는 의미를 되새겨본다.

    이것은 도를 깨닫기가 그만큼 힘들고 어렵다는 것이며, 도를 깨달았으면 지족(知足)을 삶의 가치로 여긴다는 것이다. 도명(道明)이란, 어리석음의 어둠에서 벗어나 진리를 깨닫는 성스러운 지혜를 얻는 것을 일컫는다. 따라서 이 산에서 바로 지혜를 얻으리라.
  • ▲ 고스락 인근 전망 바위에서 바라본 사자봉과 갈모봉.ⓒ진경수 山 애호가
    ▲ 고스락 인근 전망 바위에서 바라본 사자봉과 갈모봉.ⓒ진경수 山 애호가
    철제 난간이 설치된 암릉 구간에 이어 나무계단을 0.2㎞ 하행하면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학소대 방향으로 약간 하행하니 웅장한 암벽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기운에 압도된다.

    세 개의 암벽에 불상이 새겨져 있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40호 ‘괴산 도명산 마애불상군(磨崖佛像群)’을 만난다. 이 바위 아래에는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장마에도 넘치지 않는 ‘신비의 샘’이 있다.

    가장 먼저 만나는 불상은 높이가 5.4m로 가장 작지만 가장 선명하고, 가운데 위치한 두 번째 불상은 높이가 14m로 가장 크고 정면상이다. 세 번째 불상은 높이가 9.1m의 규모 가장 세련된 솜씨를 나타내고 있다.
  • ▲ 괴산 도명산 마애불상군.ⓒ진경수 山 애호가
    ▲ 괴산 도명산 마애불상군.ⓒ진경수 山 애호가
    철제 난간에 의지해 경사진 암릉 구간을 하행한 후 돌길을 내려가면서 기이한 소나무와 기암들을 자주 접한다. 고스락에서 1.7㎞를 하산하면 이정표를 만나는데, 이곳에서 학소대까지는 1.1㎞ 더 하행하라 한다.

    이제 흙길을 하행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을 만나고 헤어진다. 화양천을 건너는 다리에서 큰 나무들이 운치 있게 조화를 이루며 우뚝 솟은 바위산인 제8곡 학소대(鶴巢臺)를 조망한다.
     
    다리를 건너면 주차장 방향으로 약 250m를 이동하면 용이 누워 꿈틀거리고 있는 모습인 제7곡 와룡암(臥龍巖)을 지난다. 이곳에서 약 600m를 화양천을 따라 더 이동하면 제6곡 능운대(凌雲臺)가 시냇가에 우뚝 솟아있다. 이 바위에 오르려고 채운사 방향으로 올라간다.
  • ▲ 능소대 앞 화양천 계곡.ⓒ진경수 山 애호가
    ▲ 능소대 앞 화양천 계곡.ⓒ진경수 山 애호가
    화양천은 구곡(九曲)이 아니어도 어디서든지 나무 그늘에서 발을 담그고 피로를 풀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능운대 앞 계곡으로 내려가서 바위 위에 앉아 고요한 계곡의 무궁한 변화를 관찰한다.

    능운대 계곡에서 화양삼교를 건너면서 첨성대를 조망하고 도명산 등산로 입구를 지나 상행시 걸었던 길로 다시 되돌아간다. 돌아가던 중에 화양서원을 더 자세히 둘러보고, 운영담에서 한 그루의 느티나무 고목으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운다.

    세월에 장사(將士)가 없듯 나무줄기는 썩어 구멍이 뻥뻥 뚫렸어도 짙은 녹음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내 비록 힘들지라도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관심과 배려의 그늘이 되어 주어야겠다. 포용적 사회를 이루는 지름길은 나부터 시작돼야 한다.
  • ▲ 운영담을 지키고 있는 수령이 오래된 느티나무.ⓒ진경수 山 애호가
    ▲ 운영담을 지키고 있는 수령이 오래된 느티나무.ⓒ진경수 山 애호가
    화양이교를 건너 느티나무 숲길을 따라 출발지점으로 돌아간다. 가늘 길마다 느티나무가 경계를 구분하고,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유구한 세월 동안 한 자리를 묵묵히 지켜왔음을 드러낸다.

    괴산군(槐山郡)은 회화나무(느티나무) ‘괴(槐)’자를 쓸 만큼 이 고장에는 수천 년 수백 년 된 느티나무가 많다. 느티나무는 오염에 강하고 잘 자라며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나다. 또 봄에는 생명의 찬란함을, 여름에는 풍성한 그늘을, 가을엔 멋진 단풍을, 겨울엔 아름다운 눈꽃을 선사한다.

    이제 경천벽을 지나고 울창한 숲과 끊임없이 흐르는 하천, 널찍한 반석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무릉도원인 화양계곡 끝자락에서 약 9㎞의 도를 깨우쳐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도명산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