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1. 성서에서 잘 알려진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이다.

    이스라엘군이 맞서 싸우는 블레셋 군에는 6큐빗 한 뼘에 달하는 거구의 ‘골리앗’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골리앗은 온몸을 투구와 철갑을 두르고, 거구에서 뿜어 나오는 괴력으로 이스라엘 군사들은 물리쳤다. 그래서 이스라엘 군사들은 그가 보이기만 하면 도망가기 바빴다.

    골리앗은 완전무장한 자신에게 겁을 먹고 얼씬도 못 하는 이스라엘 군사들을 계속 쫓아가며 그들이 싸울 의지를 꺾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계시를 받고 나온 양치기 소년 다윗이 골리앗을 상대하겠다고 나섰다. 처음에는 다윗에게 제대로 무장이나 하고 나서라고 해서 다윗이 갑주 등을 입었지만 거추장스럽다고 여겨 그냥 평복 차림으로 나섰다. 

    다윗은 시냇가에서 조약돌 다섯 개를 골라서 주머니에 넣고 골리앗에게 맞선다. 골리앗은 고작 막대기와 돌멩이를 들고나온 다윗을 보고 자신을 개 취급하는 거냐고 크게 화를 내고 다윗을 들짐승의 밥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포효하면서 이스라엘 진영으로 쳐들어갔다.

    골리앗이 가까이 다가오자 다윗은 재빨리 대열에서 뛰쳐나와 주머니에서 돌 하나를 꺼내어 골리앗에게 돌팔매질하는데 다윗이 팔매질로 돌을 정확히 골리앗의 이마를 맞혔다. 다윗의 돌이 골리앗의 이마에 박히자 골리앗이 땅바닥에 쓰러졌다. 다윗은 때를 놓치지 않고 달려가서 골리앗의 칼집에서 칼을 빼어 대번에 그의 목을 잘라버린다. 골리앗이 죽자 블레셋 군은 무기를 던지고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참고: 네이버 나무위키 ‘사무엘기 상권 17장 48~51절’)

    절대적인 위력도 자만하고 방심하면 작은 힘에도 무너지는 세상 이치를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가 알려준다. 지금 거대 의석의 민주당이 돈 봉투 돌팔매에 얻어맞고 휘청이는 게 그 꼴이다. 

    #2. 2년 전에 치러졌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때 오갔던 돈 봉투의 흔적이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스마트폰에 또렷한 목소리로 남아있는 바람에 그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가 쩐당대회(錢黨大會)였던 사실이 드러났고, 민주당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생생히 남아있는 돈 봉투 나누고 돌리는 대화 속에서 거명되는 사람들이 외통수로 몰리고 있다. 골리앗 같은 거대 의석의 야당이 그들이 말하는 하찮은 돈 봉투에 흔들리고 있다. 어쩌면 그 하찮은 돈 봉투가 좀체 바뀔 것 같지 않은 한국 정치 지형을 크게 바꿀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온다. 

    돈 봉투 뉴스 초기에는 ‘왜 하필 지금이냐? 윤 정권의 외교 실책을 덮으려고 그러느냐?’, ‘정치 검찰의 비상식적인 야당탄압 기획 수사’라면서 돈 봉투와 선을 긋다가 외통수에서 빠져나갈 길이 없어 보이자 이재명 대표가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꼬리를 내리려고 한다. 

    사태가 그런데도 ‘수억 수십억도 아니고 고작 300만 원 가지고 그러겠나?’라는 정신 나간 반응을 보이는 야당 인사도 있다. 그 말은 여의도에선 300만 원쯤은 그냥 껌값 정도로 본다는 의미일 터이다. 정부의 서민 급전 소액 대출을 받으려고 서민들이 줄을 서고, 어떤 이는 50만 원 대출받고도 펑펑 울었다는 신문 기사와 비교하면, 여의도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노는 별유천지임은 분명하다. 이참에 별유천지 여의도를 국민의 전당으로 바꿔야 한다.
          
    #3. 사태의 중심에 있을 걸로 의심받는 송영길 전 대표는 이런 상황을 미리 예감했는지 알 수 없으나, 공교롭게도 지난해 12월 1일, 7개월 머물 계획을 언급하면서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정치인이 탄탄한 자기 지역구를 미련 없이 내놓는 건 부처, 예수이어도 못 한다는 데, 송 전 대표는 자신의 텃밭인 인천 계양 지역구를 쿨하게 이재명 대표에게 넘겨주고 떠났다. 부처, 예수를 뛰어넘는 성인 반열에 들어선 건지 아니면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랬는지 그 당시에는 대부분 이해를 못 했었다. 이제 그 퍼즐이 맞혀지려는가 보다.

    돈 봉투 사건이 터지니까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는 사무부총장 개인의 일탈을 막지 못한 도덕적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송영길 마음속에는 국민이 그렇게 이해해줄 거라 희망하는 모양이다. ‘삶은 소머리’가 하늘을 보고 박장대소할 일이다. 

    양심에 털이 수북이 난 자들의 화법은 원래부터 늘 그랬다. 특히나 후흑한 정치인들이 그랬다. 일단 부인하고 외면하는 처신 말이다. 그런 자들이 몰래 소금 한 움큼 먹었는데 물켜기 전에 들통나버렸으니 목말라서 미치고 환장할 지경일 테다. 타는 목마름에 물을 안 먹고는 배길 수 없을 게고, 살아나려면 자기가 소금 먹었다고 곧 자복하고 물을 마시러 기어 나올 수밖에 없다. ‘소금 먹은 놈이 물을 켠다’라는 속담의 교훈이고 세상의 이치다. 

    #4. 돈 선거로 오염되어 혼탁했던 지난 시절에 국민의 민주주의 열망을 담은 선거법 개정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바로 섰듯이, 지금 많은 국민은 민주당 ‘쩐당대회 돈 봉투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국에서 21세기 정치 혁명이 이루어져서 정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쩐당대회에 연루된 정치인들을 과감하게 솎아낸다면 내년 총선에서 새로운 정치인들이 진입할 공간이 생길 거고, 그 공간에 젊고 청빈하고 개혁적인 정치 신인이 자리할 수 있다면 저 말썽 많은 여의도에서도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다. 그 혁명은 여당인 국민의힘도 해당할 수밖에 없을 테니 정치 혁명은 자연스레 이뤄질 터이다. 

    어쩌면 돈 봉투 사태에 연루된 정치인들은 21세기 민주주의 혁명의 불쏘시개가 되어 자신들의 잘못을 씻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라도 해서 역사에 남을 오명을 씻기를 바란다. 만일 그들이 이럴 지경에서도 계속 정치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다면 국민이 심판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대한민국 국민의 눈높이에 부디 맞춰서 처신하기를 바란다. 모처럼의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대한민국의 정치 혁명을 이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