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적법한 알선수재’ 판단…정치적 입지도 되살아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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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 관련 로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윤갑근 전 고검장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실형을 선고했던 1심 판단을 깨고 무죄를 선고받았다.서울고법 형사1부는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고검장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2억2000만 원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이에 따라 지역 정가에서는 윤 전 고검장이 지난 총선에서 석패한 청주 상당지역의 재보선에 출마할 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2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윤 전 고검장이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의 김영홍 회장에게서 라임 펀드가 재판매되도록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만나 요청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2억2000만 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반면 1심이 이 같은 부탁 내용이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정상적인 법률자문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2심은 정상적 법률자문이라고 판단했다.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라임과 우리은행 사이 라임 TOP2밸런스펀드’ 재판매 여부와 관련해 분쟁이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인 피고인이 이종필 라임 전 부회장과 김모 메트로폴리탄 회장 등의 위임에 따라 상대방인 손태승 우리은행 행장을 만나 상황 설명을 한 것”이라며 “재판매 약속을 이행해달라는 라임의 입장을 전달하며 설득하는 건 분쟁 해결을 위해 약속이행을 촉구하거나 협상하는 것으로 변호사가 수행하는 법률사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당시 우리은행이 판매했던 라임 TOP2밸런스펀드는 2019년 8월부터 같은해 10월까지 만기 도래 예정 금액이 약 6700억 원 규모였다. 우리은행은 내부적으로 해당 펀드의 문제점을 파악해 재판매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윤 전 고검장은 2019년 7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메트로폴리탄그룹 회장에게서 ‘우리은행장을 만나 라임 펀드를 다시 판매하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2억2000만 원을 법무법인 계좌로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윤 전 고검장은 “두 차례 손태승 당시 우리은행장을 만났으나 펀드 재판매를 청탁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해 검찰이 구형한 것과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윤 전 고검장이 메트로폴리탄과 맺은 자문계약서에 대해 “통상 자문료보다 과도하게 높고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라며 “형식적인 계약만 맺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하지만 2심은 라임과 우리은행이 2019년 1월쯤 라임 TOP2밸런스펀드 판매를 약속할 당시 실무진 사이에 ‘기존 1년 이상이었던 만기 시점을 6개월로 하는 대신 6개월 후 우리은행 측이 재판매 해주겠다’는 언질이나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이에 따라 이들 둘 사이의 마찰이 고조됐고 윤 전 고검장은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변호인으로 고용됐다고 판단했다.윤 전 고검장이 변호사 사무실이 아닌 스터디 카페 등에서 김 회장 등을 만난 것에 대해서도 “꼭 자기 사무실에서 의뢰인을 만나야만 정상적 변호사 업무를 한 것은 아니다”고 판정했다.손 행장을 만난 것 외에 변호사 업무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문제의 상황에서 우리은행장을 만나 상황 설명과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 자체가 법률사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이날 윤 전 고검장의 무죄 판단이 나오자 윤 전 고검장 가족 등 지인들은 눈물을 흘렸고, 윤 전 고검장 측 변호인은 “정당한 일을 했는데 오해를 받아 마음이 너무 아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