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공원 개장시 한봉수 씨 기증…구청 “철거” vs 의회 “존치” 수년째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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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뿌리공원 개장을 기념해 독지가가 기증한 정자 ‘자산정’이 구청이 철거 방침을 세우자 구의회와의 수년 째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특히 대전 중구가 뿌리공원 개장 당시 기증 받은 자산정 철거를 강행 추진하려는 입장과 보수를 통해 보존을 요구하는 중구의회 간에 팽팽한 대립이 수년 째 이어오고 있다.27일 중구의회에 따르면 집행부가 1997년 뿌리공원 개장을 기념해 주민 한봉수 씨가 기증한 정자 자산정을 철거하겠다며 수년 째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삭감된 가운데 내년 예산에도 4000만 원 반영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반면 중구의회는 “그동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구청 책임도 크다. 하지만 주민이 좋은 뜻으로 기증한 정자를 철거하는 것 보다는 보수 존치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과 함께 수년 째 예산을 삭감했고, 삭감하겠다”고 밝혔다.자산정를 기증한 한봉수 씨는 “대전 뿌리공원 개장을 기념해 기증한 자산정이 무슨 잘못이 있는지, 왜 애물단지로 전락해야 했는지 중구청장에게 묻고 싶다”고 하소연했다.한 씨는 “1997년 뿌리공원 개장과 지역에 환원이라는 좋은 뜻으로 거금을 들여 건립됐던 자산정이 왜 사라져야 하는지, 뿌리공원 내 기념 삼남 탑 건립과 중구와 필리핀 마라본시가 자매결연을 맺는데도 이바지했던 자산정이 중구와 중구의회 간에 ‘대립의 주범’이 됐는지 참으로 한심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이어 “지역 환원이라는 좋은 뜻을 담아 세운 자산정이 관리 소홀과 세월이 이기지 못하고 망가졌다. 꼭 철거해야 하는지 구청에 묻고 싶다”며“ 자신의 아버지가 좋은 뜻으로 지역에 환원했다면 어떻게 관리하겠는가. 아직도 희망한다. 오래도록 간직해달라고 요청하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김옥향 의원은 “자산정은 현재 시가로 20억 원의 가치가 있다. 특히 구민이 기부한 정신은 100억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철거보다는 보수와 함께 철저히 관리를 통해 오래도록 후손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자산정으로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구청의 방침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안선영 행정자치위원장은 “관리 소홀로 주민이 거금을 들여 세운 자산정을 철거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며 “쉽게 쉽게 자산정이 사라진다면 누가 앞으로 지자체를 위해 좋은 뜻으로 기부할 수 있을지 집행부에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한편 자산정은 뿌리공원 언덕 중턱 성씨 조형물의 사이에 있는 7.5m 높이의 정자이며, 기증자 한 씨의 호(號)를 따 이름 붙여졌다. 자산정 건립 당시 한 씨가 기록한 봉정기(奉呈記)에 따르면 부산 영도가 고향인 한 씨는 당시 대전에서 사업을 하며 자신이 대전에 뿌리내릴 수 있게 해 준 대전 시민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기 위해 자산정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