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주주 ‘맥쿼리투융사’ 2013~2029 후순위 대출이자 연 20%…‘고수익’ 올려
  • ▲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주)천안논산고속도로
    ▲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주)천안논산고속도로

    한국도로공사 등이 운영하는 일반 고속도로보다 2배 이상 비싼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의 통행료는 이곳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10월 실시한 국정감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맥쿼리)에 베풀어진 정부의 특혜의혹은 일파만파 거센 논란의 여지를 남기며 성토의 도마위에 올랐다.

    맥쿼리가 최대 주주인 (주)천안논산 고속도로는 지난해까지 이 구간 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소요된 총 비용 9800억원를 훨씬 넘는 2조99억원을 통행료 수입으로 거둬들였다.

    게다가 당초 정부가 보증해 준 차입금에 대해서는 값싼 이자라는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은 물론 맥쿼리가 대출해준 자기 차입금에 대해서는 높은 이율을 설정해 고리대금업까지 겸하고 있다는 지적도 무색함이 없어 보인다.

    고속도로 민자유치 사업의 취지는 정부가 예산이 부족할 때 도로를 급히 확보하고 비용은 장기간에 걸쳐 부담하는데 있다고 본다. 

    그러나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의 경우 정부의 특혜성 예산지원 의혹과 이곳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에게는 고액의 통행료를 부담시켜 맥쿼리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안겨준 꼴로 밖에 볼 수 없을 듯하다.

    충남 천안~논산 고속도로 컨소시엄이 얼마되지 않은 자금으로 2조원이 넘는 수입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도로의 이용객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 ▲ 사진 좌로부터 정동영 의원, 이해찬 의원, 주승용 의원.ⓒ국회사무처
    ▲ 사진 좌로부터 정동영 의원, 이해찬 의원, 주승용 의원.ⓒ국회사무처

    국회 국토교통위 정동영 의원(국민의당·전주 병)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국감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천안~논산 고속도로가 2015년까지 벌어들인 수입은 2조99억원에 달한다.

    MRG(최소수입보장금) 명목으로 5263억원의 정부보조금을 받은 것을 비롯, 통행료 수입 1조 2970억원, 그리고 기타 수입 1866억원을 벌어들였다. 

    국가재정인 MRG를 받으면서도 같은 거리를 기준해 볼 때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보다 2배 가량 높은 통행요금을 징수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고속도로 건설은 대우건설과 LG건설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1997년 4월부터 시작됐으며 정부는 고속도로 건설에 필요한 전체 토지와 보조금 4082억원을 무상으로 제공했고, 컨소시엄은 정부 보증을 받아 7300억원을 차입하는 등 총 9946억원의 민간사업비를 마련했다.

    토지를 제외한 총 사업비 1조4000억원 중 컨소시엄이 마련한 자금은 고작 2646억원에 불과했고 컨소시엄에 속한 건설사들은 고속도로 건설에도 직접 참여하며 정부 공사비 고시가 30% 이상 부풀려진 것을 감안하면 컨소시엄이 실제 조성한 투자 자금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맥쿼리)와 사학연금공단, 국민은행 등이 2005년 (주)천안논산고속도로의 경영을 장악했다.

  • ▲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 구간도.ⓒ(주)천안논산고속도로
    ▲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 구간도.ⓒ(주)천안논산고속도로

    이 고속도로 구간은 81km로 승용차 기준 통행료가 9400원이다.

    그러나 같은 거리의 재정고속도로 통행료는 4500원에 불과해 통행료가 재정고속도로에 비해 2.09배 비싼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정 의원은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국민들이 일방적인 손해를 봐왔다”며 “정부가 지불한 최소수입보장금과 건설당시 지급 보조금 등을 포함하면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재정고속도로 방식으로 건설했을 경우 국민들이 높은 통행료에 시달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천안~논산 고속도로 경영진이 비싼 통행료를 합리화하기 위해 자기차입으로 수익금의 상당부분을 이자지급에 소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업초기 컨소시엄이 정부로부터 차입한 7300억원이 당시에는 낮은 수준인 7.22~8.62% 금리에 4년거치 15년 분할상환이라는 좋은 조건이었나 2005년 이후 3037억원을 고금리로 맥쿼리에서 자기 차입해 지난해까지 9861억원을 이자비용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2013~2029년 후순위 차입금 이자가 연 20%에 달하는 막대한 ‘초 고금리’라는데 있다.

    맥쿼리가 (주)천안논산고속도로부터 고리대금업과 다름없는 행위를 해온 것이다.

    이 문제는 이후 14일 있은 국회 종합감사에서 또다시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세종시)이 정부가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해 줘 파산위험이 거의 없음에도 후순위 추가 대출을 한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후순위대출을 함으로써 주주들이 높은 이자수익을 챙겼고 이자를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그만큼 순이익이 감소해 법인세를 덜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천안논산고속도로 사업에 4000억원의 정부건설보조금이 투입됐고, 수요예측이 부풀려진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 약정에 따라 2015년까지 모두 5262억원의 정부보조금이 지급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금까지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폐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현행 민자 SOC사업을 재점검, 개선하고 향후 민자사업은 최소화하도록 해야 할 것”을 제시했다.

    또한 주승용 의원(국민의당)도 이날 서울과 호남을 연결하는 지름길인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민자로 건설하는 바람에 이용객은 비싼 통행료를 내야하고, 정부는 거액의 최소수입보장금을 지불하면서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주승용 의원은 호남인들의 상경길인 천안~논산 고속도로 통행료를 도로공사 고속도로 수준인 4500원으로 인하하고 나머지 차액은 정부가 보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했던 것처럼 도로공사가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인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도로는 정부가 30년간 민간 사업자에 사업권을 내주고 이 후 돌려받는 방식으로 정부와 실시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천안논산고속도로는 지난해까지 2조원 이상의 수익을 챙기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당국은 맥쿼리에게 특혜가 주어지지는 않았는지 철저히 파악하고 꼼꼼히 따져 하루빨리 통행료가 정상화되도록 바로 잡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국비는 최대한으로 받고 국민들에게는 부당하게 값비싼 요금을 부담케 하고 있는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사업에 어떤 이유로 민자를 유치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와 관련, 천안논산고속도로 측은 통행료가 정부기관인 한국도로공사 기준 요금과 2배가량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민자도로는 상대적으로 공사비 지원과 부가세 등 국가 재정지원 및 조달금리에서 도로공사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며 “도로공사와 그 성격이 달라 요금 또한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지난해까지 2조원 이상의 방대한 수입과 관련해서는 “도로건설에 투자된 총금액은 1조 5953억원이며 이중 민간자본은 1조1589억원으로 정부보조금은 4364억원”이라며 “그동안 통행료 수입 등 2조99억원은 시설물 유지·관리 및 수선 등을 위한 인력비용과 조달금액 중 약 80%에 해당하는 외부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 등 다양한 형태의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맥쿼리에 ‘특혜의혹’이란 지적에 대해 “30년이란 장기 투자되는 민자사업은 자본금 투자 후 배당만으로 원리금을 회수할 경우 사업초기에는 배당금이 발생하지 않아 투자자는 원리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며 “이에 맥쿼리 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민자사업의 투자자는 ‘지분과 후순위 대출’ 형태로 투자를 해 투자초기 시점부터 원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획재정부가 정한 민간사업기본계획에도 이를 허용하고 있다”며 “주주이자 후순위대출을 제공한 투자자는 지분에 대한 배당, 후순위 대출에 대한 이자수입으로 원리금을 회수하게 되고 후순위대출(이자율 20%)에 대한 이자수입이 클 경우 배당금액은 낮아지나 결국 총 수입은 동일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계획에 대해서는 현재 정부 관련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