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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주민에게 목 졸라 살해당한 80대가 경찰의 ‘단순 병사’ 처리로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가 뒤늦게 유족의 제보를 받고 재수사를 통해 살해범을 검거되며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더군다나 지병을 앓고 있는 80대 노인이라는 점만으로 ‘단순 병사’에 초점을 맞췄으며 현장에 있던 CCTV 영상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은 수사과정의 실수로만 보기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주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충북 증평군에 거주하는 신모씨(58)는 지난 17일쯤 이웃마을의 A씨(80·여)를 목 졸라 살해하고 사체를 추행하는 추악한 범죄를 저질렀다.
A씨가 사망한지 5일정도 지난 21일쯤 A씨의 아들이 뒤늦게 노모의 사망소식을 경찰에 신고했으며 출동한 경찰은 시신의 부패를 확인한 후 의사 검안서를 근거로 ‘단순 병사’로 판정해 수사를 종료했다.
이후 장례를 치른 유족들은 고인의 사망시간을 알기 위해 A씨의 집에 설치됐던 CCTV 영상기록을 살펴보다가 당시 수상한 사람이 고인의 집에 드나든 점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재신고 하기에 이르렀다.
괴산 경찰서는 뒤늦게 범인을 신씨로 특정하고 검거에 나서 살인과 사체 추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초동수사에서 확보한 CCTV영상만 제대로 확인했어도 쉽게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던 점에서 유족들은 크게 분노했다. 자칫 고인의 억울한 죽음이 단순 병사로 묻혀버릴 처지였다.
더군다나 경찰이 입수한 CCTV에는 당시 신씨가 A씨를 목 졸라 숨지게 하고 성 추행하는 모습이 기록돼 있었지만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CCTV를 확인했지만 잘 열리지 않았고 수사과정에서 시신이 많이 부패한 점과 의사 검안서에 병사로 판정돼 자연사 처리했다”며 “CCTV는 수사 종료후 유족들의 요청에 의해 다시 돌려줬다”고 말했다.
증평의 한 주민은 “대부분의 노인들이 고혈압 등 각종 지병을 안고 살고 있다. 특히 A씨처럼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은데, 억울하게 죽었는데도 지병을 핑계로 자연사 처리한다는 건 무섭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