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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안보‧경제위기보다 화급한 현안이 있다는 것이다. 선거를 앞에 놓고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는 정치인이 안보불안이나 경제위기보다 더 큰 문제다. 물론 정치인들이 나라를 위해서 의견을 달리할 때 싸울 수는 있다.
문제는 오직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싸운다는 점이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나라가 망해도 좋다는 게 문제다. 최백수는 북한이 핵보다 무서운 수소탄을 실험하고, 한국은 물론 미국이나 일본까지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남북한 간에 생존경쟁을 하다가 보면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수출이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60년대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시행한 이후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지난해엔 수출이 무려 18%나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마디로 놀라운 일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국제무역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턱밑까지 바짝 추격해오는 중국에 점차적으로 추월당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우린 일본을 쫓아가지 못하는데서 생긴 현상이다.
혁신적인 대안이 없으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안보와 경제 위기가 동시에 온 것이라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위기가 한 가지만 와도 극복하기가 힘든데 두 가지가 한꺼번에 오니 위기 중에서도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안보와 경제위기 보다 심각한 위기가 있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정쟁이다. 위기를 눈앞에 놓고 정쟁만 일삼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4·13총선을 앞두고 있느니 선거에서 이기는 것 말고는 그 어떤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잔뜩 술에 취한 주정꾼의 눈에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마약에 중독된 환자가 환각 상태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것과도 흡사한 것이다. 지금 한국은 선거라는 술에 취해 정신이 혼미한 상태다. 아니다! 마약에 중독되어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상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오직 선거에서 이기는 것만이 목표이고, 그것만을 위해서 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백수는 안보불안에다 수출물량감소라는 경제위기까지 겹쳤는데도 그것을 수습할 주체가 없다고 탄식한다.
정치권이 바로 위기 수습의 주체인데 환각상태에 빠져서 제 정신이 아닌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한다. 이때 한동안 조용하던 휴대폰에서 자동차 가는 소리가 난다.
“이게 무슨 소리지?”
진동으로 해 놓은 휴대폰에서 카톡이 왔다는 신호를 보내는 소리다. 어떻게 해야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답답해하는 최백수에게 어떤 희망을 주는 메시지일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카톡을 연다.
“나라를 건지려면 이 내용을 반드시 읽고 주변 사람들에게 꼭 알려야 할 사안입니다.”
무슨 내용이기에 시작부터 잔뜩 겁을 주는 것일까? 최백수는 궁금한 마음으로 글을 읽기 시작한다.
“오는 4월 13일 표로 심판을 하십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들은 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헌법 제1조2항에 따라서 우리 주인들은 우리의 뜻을 잘 실행할 종놈들이 필요하지요. 이 종놈들이 바로 국회의원입니다. 이 종놈들이 상전의 뜻을 거스르고, 상전의 머리끝에 올라앉아 상전을 속이고 능멸하고 있습니다.
각종 특권이라는 것을 만들어 도둑질하고, 상전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건국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놈들은 세금을 탕진하는 것으로는 부족해 정치싸움만 하다가 급변사태가 생기면 제 마누라와 자식새끼들이 있는 미국으로 도망갈 놈들입니다.
월남이 1975년 4월 30일 공산화될 때 종놈들이 주인을 버리고 비행기 타고 달아나서 우리 같은 국민은 나무배 타고 바다로 나갔으나 모두 물고기 밥이 되었지요. 어떤 놈들이 나라에 위기가 생기도록 분탕질 한 놈들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오는 4월 13일 종놈들을 바꿉시다. 이런 놈들은 절대 뽑지 맙시다! “
최백수는 가슴 후련한 공감을 느낀다. 글을 읽으면서 선거혁명이란 생각을 한다. 군사 쿠데타라도 일으켜야할 만큼 위기이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까 국민이 단합해서 선거혁명이라도 일으키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