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싸움만 하는 국회부터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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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백수는 신문을 들고 일어선다. 눈은 다시 창밖으로 향한다.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활로를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국정원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국정원장이라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서 이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허공을 바라본다. 철새 한 마리가 날아간다. 저 철새처럼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니까 혁신적인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국정원이 전과자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내일을 남들이 해주기를 바라는 타성으로부터도 벗어나야 한다. 공작적인 생각도 깨끗이 버려야 한다. 영향력 있는 언론인들에게 봉투를 건네면서 부탁하는 음습한 자세도 고쳐야 한다.
    여야 의원을 개별적으로 구워삶는 방법도 옳지 못하다. 자칫 그렇게 한 사실이 노출되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원천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은 자연 깨끗해진다.
    국민을 상대로 호소하는 방법뿐이 없다. 전국각지를 돌아다니면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무자들이 나와서 왜 국정원이 테러방지의 컨트럴 타워가 돼야하는 지를 설명해야 한다.
    도둑놈 잡는 범죄신고센터를 경찰청에 설치하지 않고, 산자부에 설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호소해야한다. 만약 국정원이 아닌 다른 부처에 컨트럴 타워를 설치하면 테러방지업무를 수행하는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야 한다.
    국정원에 기회조정권이 없으면 정보수사기관 간에 어떤 중복과 사각 현상이 일어나는지도 국민은 궁금해 한다. 그렇게 되면 안보에 어떤 위험이 있고, 얼마나 국력이 낭비되는 지도 소상하게 설명해야 한다.
    최백수는 가슴이 뛴다. 환호하는 관중도 보인다. 전과자라는 굴레를 벗는 기분도 느껴진다. 얼마나 시원한가? 얼마나 홀가분한가? 이때 상황 변화를 암시하는 휘파람 소리가 난다. 카톡이 왔다는 신호다.
    최백수는 골치 아픈 테러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다. 인생은 앞으로 신나게 내달리는 데 흥미가 있다. 맨날 제자리 띠기만 하고 있다는 게 마땅찮다. 뭔가 귀가 번쩍 뜨일 소식이 날아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카톡을 연다.
    “국회개혁 1,000만 명 서명운동에 적극 동참해 주십시오!!”
    제목부터가 자극적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국회개혁이라는 문구다. 지금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는 국회라고 생각하는 마음에 불을 지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노심초사하는 문제의 대부분이 국회다.
    국회에서 입법만 잘 해주면 경제도 살리고, 실업자도 줄일 수 있고, 테러도 방지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런데 국회가 협조를 하지 않으니까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고 호소하는 것이다. 최백수도 모든 문제의 근원이 국회라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글을 읽는다.
    “아래 주소창을 클릭하시면 서명운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최백수는 서명을 하기 전에 김동길 교수가 제안한 국회개혁안부터 정독한다.
    “김동길 교수 제안 '국회개혁안
    1. 비례대표제를 없앱시다.
    원래는 직능대표 등의 좋은 의도로 출발하였으나 요즘은 전력을 드러내기 곤란한 자들이나 돈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사려는 자들을 국회로 보내는 창구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국회를 만들려면 비례대표제부터 없애야합니다.
    2. 국회의원 수를 100명 정도로 대폭 줄입시다.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다보니 사기꾼, 국방의무 미필자, 탈세혐의자, 강도전력자, 살인교사 혐의자 등이 모여 싸움질과 도둑질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의 질을 향상시켜  도둑놈이 줄어들 수 있도록 국회의원 수를 대폭 줄입시다.
    3. 지역구 의원의 출마자격은 그 지역 주민으로 제한합시다. 입후보자 등록일 현재 그 지역에 2년 이상 실제 거주자로 입후보 자격을 제한하여 진정한 지역주민의 대변인을 선출하며,
    전략공천이라는 이상한 제도의 폐해를 없앱시다.
    4. 국회의원 급여를 일당제로 바꿉시다.
    현재의 국회의원은 일용직으로 대우하는 것도 과분합니다. 그러므로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여 일한 만큼만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일하는 국회를 만듭시다.
    5. 국회의원의 급여 결정체계를 개선합시다.
    타 직종에서는 급여수혜자가 자신의 급여를 결정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만 자신의 급여를 자신들 마음대로 결정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의 급여는 국무회의에서 심의하게 하는 등의 견제 제도를 만듭시다.
    6. 범법경력 및 반사회적 경력에 대한 능동적 공개제도를 택합시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은 사기꾼이고, 시정잡배들이라 상종할 자들이 못된다고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의 지도층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므로 입후보 시에는 형사법상의 범법행위는 물론 병역문제, 세금 미납사례, 그리고 이성편력과 이혼 등의 가정사에 대해서도 본인이 능동적으로 공개하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게 해야 합니다.
    당선된 후에라도 의도적으로 미공개한 사항이 발견될 시에는 당선을 무효화하는 제도를 만듭시다.
    7. 하루만 국회의원을 해도 죽을 때까지 받는 연금제도를 개선합시다.“
    김동길 교수가 제안한 국회 개혁방안은 이것으로 끝났다. 구구절절 다 옳은 말이다. 만약 이렇게만 된다면 국회의원들이 산적한 현안을 남겨놓고 해외여행이나 가거나 정파싸움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역시 김동길 교수로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의 제안대로 국회개혁이 될지 안 될지는 잘 모른다. 안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렇더라도 문제 제기는 계속해야만 한다.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속만 끓이고 있어선 안 된다.
    최백수는 힘이 솟는 기분이다,  해결책이 없는 테러 방지법 문제를 생각하다가 김동길 교수의 개혁방안을 보니 속이 시원하다. 최백수의 눈길을 끄는 문구가 보인다.
    “# 꼭 10사람 이상에게 전달하도록 합시다. #”
    최백수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어디 열 사람 뿐인가? 내가 번호를 갖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다 전달할 것이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국회의원은 도둑놈이기 때문에 반드시 개혁을 해야 한다는 말도 하고 다닐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