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경태선임기자/ 보건학박사ⓒ뉴데일리
    ▲ 김경태선임기자/ 보건학박사ⓒ뉴데일리
    대한민국은 이미 ‘반려동물 1500만 시대’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 이상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듯이 반려견은 더 이상 애완동물이 아니라 ‘가족’으로 불린다.

    하지만 동물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많은 견주들의 표정은 무겁다.

    감기 증상처럼 비교적 가벼운 질환으로 방문했다가도 예상보다 훨씬 높은 진료비에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본 진찰에 검사 몇 가지가 추가되면 수십만 원이 훌쩍 넘기 때문이다.

    같은 증상인데도 병원마다 비용이 크게 달라, 치료를 마친 뒤에는 “혹시 더 싼 병원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후회가 따라붙는다.

    실제로 견주들 사이에서는 병원 방문 후 단체 채팅방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진료비를 공유하는 일이 일상처럼 벌어진다. 

    “우리 동네는 20만 원이었는데 다른 지역은 8만 원이라더라”, “수술비가 두 배 차이 난다”는 이야기가 오간다. 

    결국 보호자들은 반려견을 안고 조금이라도 비용이 적은 병원을 찾아 다시 길을 나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다. 

    정부 조사에서도 동일 진료 항목의 비용이 병원에 따라 수 배 이상 차이 나는 사례가 확인됐다. 

    현재 동물병원 진료비는 자율 가격 체계에 맡겨져 있으며, 통일된 표준 수가나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부재하다.

    최근 진료비 게시 의무가 시행됐지만, 이는 ‘가격 공개’에 그칠 뿐이다. 

    병원 간 가격 격차를 줄이거나 기준을 마련하는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하다. 정보는 공개됐지만,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그사이 부담은 오롯이 견주들의 몫이다.

    막대한 병원비 앞에서 한숨을 쉬고, 치료를 고민하며, 더 저렴한 병원을 찾아 헤매는 현실. 이는 단순한 소비 불만이 아니라 반려동물 복지와 직결된 문제다.

    반려견을 가족이라 말하는 시대라면, 이제는 그에 걸맞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절실하다. 

    병원비가 ‘복불복’이 되는 현실을 방치한 채, 책임을 시장과 보호자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 정부의 역할도 그만큼 성숙해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