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공감” 밝혔지만 권한·재정 이양 언급 없어“잘되면 정부 공, 실패하면 대전·충남 책임”…정치적 거리두기 해석 확산
  • ▲ 21일 시청에서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한 공동 입장을 밝히고 있다.ⓒ대전시
    ▲ 21일 시청에서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한 공동 입장을 밝히고 있다.ⓒ대전시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정부 차원의 ‘공감’ 표명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동력을 얻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 필요성에는 화답했지만, 권한 이양과 재정 구조 개편에 대한 구체적 제안이나 결단을 내놓지 않으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극히 계산된 정치적 거리두기”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통합이 성공하면 정부의 성과로 가져가고, 실패할 경우 책임은 대전·충남으로 넘길 수 있는 구조”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즉, 대통령이 원론적 지지에만 머무름으로써 정책 리스크는 지방에 남기고 정치적 이익만 관리하려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연일 “결국 대통령의 결단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두 단체장은 정부가 제시한 ‘4년간 20조 원 인센티브’ 중심의 통합 구상에 대해 “권한 없는 통합은 중앙통제 강화일 뿐이다”며 선을 긋고 있다.

    김태흠 지사는 “대통령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말하면서도, 가장 핵심인 재정·입법 권한 이양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며 “이는 통합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지지 않겠다는 정치적 태도로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간 지속 가능한 재원을 담보하지 못한 채 ‘잘해보라’는 메시지만 던지는 것은 사실상 지방에 공을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우 시장 역시 “대통령의 공약인 ‘5극 3특’이 진정한 국가 구조 개편이라면, 대전·충남 통합은 시범 사업이 아니라 핵심 모델이 돼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정부가 한 발 물러선 채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인상이다”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태도를 두고 “실패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대통령식 리스크 관리”라는 해석도 나온다.

    통합이 무산되거나 주민 반발로 좌초될 경우, 중앙정부는 ‘지방 자율 추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고, 반대로 성과가 나면 정부 주도의 균형발전 성과로 포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특별법의 핵심 구조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기재부와 각 부처가 권한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없다”며 “이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사실상 통합의 속도를 늦추는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대전·충남 통합이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수도권 1극 체제에 도전하는 국가 전략이라면, 대통령의 태도 역시 원론적 공감이 아닌 명확한 정치적 책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장우 시장은 “통합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무게를 지방에만 지우는 구조라면 이는 진정한 분권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직접 고도의 자치권과 재정 분권 원칙을 천명하지 않는 한, 통합 논의는 정치적 실험으로 소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태흠 지사도 “지금 필요한 것은 덕담이 아니라 결정”이라며 “대통령이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대전·충남 통합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과제’로 전락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결국 대전·충남 통합은 지방의 의지만으로 성사될 수 없는 사안이다.

    화답은 있었지만 책임은 유보된 지금의 구조에서, 통합은 정부의 국가 전략이 아니라 지방의 정치적 모험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제 공은 다시 청와대—아니, 대통령의 결단 위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