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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태 선임기자.ⓒ뉴데일리
“위대한 도는 다투지 않는다(上善若水).”
그러나 오늘의 기초 지방정치 공천 현장은 도도, 민심도 아닌 ‘시장’에 가깝고, 권한은 집중됐으며, 공천은 거래처럼 회자되며, 정치의 출발점이어야 할 주민은 끝내 밀려났다.
과거 민선 1·2·3기까지 유지되던 기초·군의원 무공천제는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지역 대표를 주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안전장치였다.
당시 국회의원은 구·군의원에게 ‘지시’가 아니라 ‘협조’를 구했고 지방정치의 위계는 분명했다.
하지만 균열은 민선 4기 정당 내 공천제 도입에서 시작됐고, 민선 5기 이후 정당 공천제가 고착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즉 공천권은 국회의원에게 집중됐고, 선거는 경쟁이 아닌 ‘공천 통과 절차’로 변질됐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기초·군의원은 주민보다 공천권자를 바라보게 됐고, 줄서기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됐으며, 충성은 정책보다 앞섰다.
그 결과는 지방정치 전반의 황폐화됐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구의원·시의원·구청장 공천에는 수천만 원에서 억대까지 ‘시세’가 존재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으며, 공식적으로는 모두 부인되지만, 정치권 내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불신을 키운다.
공천 과정에서의 갑질, 사적 요구, 정치적 종속은 이제 예외가 아니다.
기초·군의회가 중앙정치의 하청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자조는 과장이 아니였고, 주민을 감시하고 행정을 견제해야 할 최전선의 의회가,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는 구조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 리 없다.
이 문제는 일부 정치인의 일탈이나 도덕성 결여로 설명할 수 없으나 구조가 부패를 강제하고 있다.
공천권이 한 손에 쥐어진 한, ‘깨끗한 정치’는 개인의 결기로 해결될 수 없는 허상에 불과하며, 공천권자의 이해가 주민의 요구보다 앞서는 순간, 지방자치는 이름만 남고 실질은 사라진다.
이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정당 조직의 편의인가, 국회의원의 영향력 유지를 위한 장치인가, 아니면 정말 주민을 위한 선택이었는가.
답은 이미 현장에 나와 있다.
기초·군의원 정치가 다시 주민 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공천이라는 이름의 권력부터 내려놓는 것이 출발점이다. 기초·군의원 무공천제 재검토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지방자치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요구다.
도덕경의 말처럼, 진짜 강한 정치는 드러내지 않는 데서 시작되듯이 지방 정치도 이제 그 자리에 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