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하자에 막힌 본안 판단…유성구 오피스텔서 법적 분쟁공용부분 체납 2억6000만원 방치…성실 납부자 피해만 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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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지방법원
    관리비를 내지 않는 소유자가 있어도 오피스텔의 전기와 수도는 멈출 수 없고, 엘리베이터와 공용시설 역시 누군가는 유지해야 하며, 그 비용은 결국 매달 빠짐없이 관리비를 납부해온 성실한 소유자들이 대신 떠안는다. 

    특히 공동주택 관리의 이 불공정한 현실이 대전 유성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법적 분쟁으로 표면화됐다.

    실제로 해당 오피스텔은 수년간 관리 주체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면서 일부 호실의 관리비 체납이 점차 고착화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체납이 누적될수록 공용부분 운영비는 빠듯해졌고, 부족한 비용은 자연스럽게 성실 납부자들이 메우는 구조로 굳어졌으며, 불만은 커졌지만 이를 바로잡을 제도적 통로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관리단은 수억 원에 달하는 관리비 체납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법원은 판단은 체납 여부나 금액이 아닌 ‘절차’에 멈췄다. 관리단과 관리인의 자격을 이유로 소는 각하됐고, 본안 판단은 문턱조차 넘지 못했고, 그 사이 체납자는 ‘버티면 된다’는 신호를 받은 반면, 성실 납부자만 공동체 운영 비용을 계속 떠안는 구조가 반복됐다.

    △항소심 쟁점은 ‘절차 치유’와 본안 진입

    관리단 측 소송대리인은 “1심은 관리비 체납 사실이나 금액의 정당성을 따지지 않고 관리인 선임과 총회 소집 절차의 하자만을 문제 삼았다”며 “항소심에서는 법원이 지적한 절차적 하자를 실제로 치유했는지, 그 치유가 본안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관리단은 법원을 통한 임시관리인 선임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임시관리인이 선임될 경우 법적 소집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총회를 열 수 있고, 이를 통해 관리인 선임과 관리단 구성의 적법성을 다시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며, 관리단은 절차 보완과 항소심 대응을 병행하며 본안 판단을 다시 요구하고 있다.

    △“각하 반복되면 체납은 합리적 선택 된다”

    이번 소송을 둘러싸고 법조계와 관리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리비 체납 소송이 절차 문제로 본안에 진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될 경우, 체납 자체가 전략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집합건물 분쟁을 다뤄온 한 법률 전문가는 “관리단이 소송 요건을 완벽히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청구가 각하되는 판결이 누적되면 일부 소유자들 사이에서는 ‘관리단이 정비될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피스텔처럼 관리 공백이 길었던 건물은 관리단 구성 자체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각하 판결이 선례로 남게 되면 체납이 사실상 방치되고 미납이 연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실 납부자 부담 고착화 우려

    관리비 체납이 장기화될수록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성실 납부자들에게 돌아간다. 전기·수도·엘리베이터·소방 설비 등 공용부분은 체납 여부와 관계없이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체납이 늘어날수록 성실 납부자들의 상대적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관리단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단순히 한 세대의 체납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대신 부담해온 공용비용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절차를 이유로 본안 판단이 계속 봉쇄된다면, 성실 납부자만 손해 보는 구조가 고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항소심 판단, 관리비 분쟁의 기준 남길까

    항소심에서는 관리단이 절차적 하자를 실질적으로 보완했는지, 그 보완이 소송 요건을 충족하는지가 우선 판단 대상이 될 전망이다. 동시에 공용부분 관리비의 특별승계 범위와 체납금 산정의 적정성도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항소심 판단은 단일 오피스텔을 넘어 관리비 체납 분쟁 전반에서 ‘절차와 실체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에 대한 사법적 기준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또 체납을 바로잡기 위한 소송이 체납을 고착시키는 결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구조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지 법원의 선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