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쿱불공정경영 대책위원회는 10일 괴산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쿱생협 내부의 불투명한 경영과 비민주적 운영 실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면 조사 착수를 촉구했다. ⓒ아이쿱불공정경영 대책위원회
    ▲ 아이쿱불공정경영 대책위원회는 10일 괴산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쿱생협 내부의 불투명한 경영과 비민주적 운영 실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면 조사 착수를 촉구했다. ⓒ아이쿱불공정경영 대책위원회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참여와 투명성, 그리고 공정한 경제활동을 핵심 가치로 한다. 

    그런데 아이쿱생협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이 원칙이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괴산 자연드림파크 운영 악화, 생산공방 중단, 납품대금 지연, 고용 축소 등 조합원·생산자·노동자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대책위가 공개적으로 문제화한 것은 단순한 내부 갈등의 범주가 아니다. 생협이 공적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조직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은 작지 않다.

    더 심각한 것은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조합원 출자와 지역사회의 신뢰로 운영되는 조직에서 정책 결정과 자금 운용의 투명성은 생존의 조건이다. 

    그러나 대책위가 제기한 ‘전 CEO의 비공식 개입 의혹’과 ‘연합회 이사회의 감시 실패’는 특정 인물 또는 집단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고, 내부 견제 장치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다.

    생협의 이름으로 이뤄진 사업이 실패했을 때, 그 책임이 다시 조합원과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방식 역시 반복되고 있다. ‘가치 소비’라는 명분은 있지만, 그 대가를 실제로 감당하는 이들은 생산현장과 생활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생협의 성장 서사는 이들의 헌신 위에 세워졌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요구는 단순한 외부 압박이 아니다. 신뢰 회복의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내부 자정 능력이 상실됐다면, 외부 감사를 통한 현실 진단이 불가피하다. 더 늦기 전에 경영 구조, 자금 흐름, 의사결정 체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정비해야 한다.

    생협이 지켜온 ‘서로를 돕는 경제’라는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그 가치는 말로 유지되지 않는다. 투명성, 책임, 참여라는 기본을 지키는 노력이 있을 때만 지속 가능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나 포장된 설명이 아니라,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한 정면 대응이다.

    조합원과 생산자, 노동자가 외치는 질문은 단 하나다.
    “생협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