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물질 ‘인터류킨-15’, 킬러 T세포 과활성화 원인 규명칼시뉴린–NFAT 신호축 밝혀내며 ‘맞춤형 면역억제제’ 가능성 제시
  • ▲ 왼쪽부터 신의철 KAIST 교수, 박수형 KAIST 교수, 은혁수 충남대 의대 교수, 이호영 KAIST 박사, 김소영 KAIST 박사과정.ⓒKAIST
    ▲ 왼쪽부터 신의철 KAIST 교수, 박수형 KAIST 교수, 은혁수 충남대 의대 교수, 이호영 KAIST 박사, 김소영 KAIST 박사과정.ⓒKAIST
    면역체계의 최전선에서 바이러스를 공격해야 할 킬러 T세포가 오히려 우리 몸을 해치는 이유가 처음으로 명확히 밝혀졌다.

    KAIST 연구진이 ‘인터류킨-15(IL-15)’가 킬러 T세포를 비정상적으로 흥분시켜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게 만드는 과정을 규명하며, 난치성 면역질환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 비정상적 면역 반응의 ‘시동’, 인터류킨-15

    KAIST 의과학대학원 신의철·박수형 교수 연구팀은 충남대 의대 은혁수 교수와 공동으로 IL-15가 킬러 T세포(CD8+ T세포)의 비특이적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5일 밝혔다. 

    IL-15는 원래 면역을 강화하는 사이토카인이지만, 특정 환경에서는 킬러 T세포를 과도하게 자극해 감염되지 않은 세포까지 무차별 공격하게 만든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중증 바이러스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칼시뉴린–NFAT 경로’가 브레이크 역할

    연구진은 세포 내 칼슘 농도 변화가 칼시뉴린(calcineurin)을 활성화하고, 이 신호가 NFAT 단백질로 전달돼 킬러 T세포의 폭주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규명했다. 즉, 칼시뉴린–NFAT 신호축이 IL-15로 인한 비정상적 활성화를 제어하는 ‘면역 브레이크’로 작동하는 것이다. 

    신 교수는 “면역세포의 오작동은 생명을 지키는 시스템이 스스로를 공격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로를 정밀하게 조절하면 자가면역과 염증성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존 면역억제제, 오히려 과활성화 유발 가능성

    연구팀은 일부 면역억제제가 칼시뉴린 경로를 차단해 면역을 억제하기는커녕, 특정 상황에서는 오히려 IL-15에 의한 킬러 T세포의 과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면역억제제의 작용이 모두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며, 환자의 면역 반응 특성에 따라 약제를 맞춤형으로 선택해야 함을 시사한다.

    ◇ 면역질환 진단 마커도 확보

    유전자 발현 분석에서는 IL-15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킬러 T세포에서만 증가하는 특정 유전자 세트가 발견됐다. 

    이 유전자 마커는 급성 A형간염 환자의 킬러 T세포에서도 뚜렷이 증가해, 향후 면역질환 조기 진단에 활용될 가능성을 열었다.
     
    연구팀은 “비특이적 면역반응이 발현되는 질병군을 찾아내면, 맞춤형 면역조절 신약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KAIST 의과학대학원 이호영 박사와 박사과정 김소영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학술지 ‘Immunity’ 10월 31일 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