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RNA만 정밀 아세틸화”…RNA 기반 치료제 새 장 열어단백질 생성·RNA 이동 조절 가능성 확인…동물실험서도 유효성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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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IST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 유지환 박사과정.ⓒKAIST
RNA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우리 몸속 특정 RNA에 ‘화학 변형’을 정밀하게 가하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KAIST 연구진은 ‘CRISPR-Cas13’ 시스템과 고활성 아세틸효소를 결합한 ‘표적 RNA 아세틸화 기술’을 구현해 RNA 기반 유전자 치료의 새 지평을 열었다.KAIST(총장 이광형)는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 연구팀이 최근 유전자 조절 및 RNA 기반 기술 분야에서 각광받는 RNA 유전자 가위 시스템(CRISPR-Cas13)을 이용해 우리 몸 안의 특정한 RNA에 아세틸화를 가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RNA는 ‘화학 변형(chemical modification)’을 통해 그 특성과 기능이 변화할 수 있다. 화학 변형은 RNA 염기 서열 자체는 변하지 않으면서 특정 화학 그룹이 추가돼 RNA의 성질과 역할을 변화시키는 유전자 조절 과정이다.그중 ‘시티딘 아세틸화(N4-acetylcytidine)’는 대표적인 화학 변형이지만, 지금까지는 세포 내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인간 세포의 mRNA(단백질을 만드는 RNA)에서 실제로 이 변형이 존재하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돼왔다.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유전자 가위인 Cas13에 RNA를 아세틸화시키는 NAT10의 고활성 변이체(eNAT10)를 결합한 ‘표적 RNA 아세틸화 시스템(dCas13-eNAT10)’을 개발했다. 원하는 RNA만 정확히 골라 아세틸화시키는 ‘표적 RNA 변형 기술’을 구현한 것이다.이 시스템은 가이드 RNA에 의해 세포 내 특정 RNA를 안내받아 아세틸화 화학 변형을 가한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아세틸화된 메신저 RNA(mRNA)에서 단백질 생산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개발한 시스템을 활용해 RNA 아세틸화가 RNA의 세포핵→세포질 이동을 유도한다는 사실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는 RNA의 ‘위치 이동’까지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결과다.연구팀은 나아가 유전자 치료에 널리 쓰이는 AAV(아데노-관련 바이러스) 운반체를 활용해 실험쥐 간에 이 시스템을 적용했고, 생체 내에서도 정확한 RNA 아세틸화 조절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는 RNA 화학 변형 기술의 생체 적용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첫 사례다.허 교수는 “기존 RNA 화학 변형 연구는 특정성, 시간성, 공간성 조절이 어려웠지만, 이번 기술은 원하는 RNA에 선택적으로 아세틸화를 가할 수 있어 RNA 아세틸화의 기능을 정확하고 세밀하게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였다”며 “이번에 개발한 RNA 화학 변형 기술은 향후 RNA 기반 치료제 및 생체 내 RNA 작동을 조절하는 도구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연구는 KAIST 생명과학과 유지환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에 2025년 6월 2일 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