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윤근 여사, 평생 일군 40억 상당 부동산 ‘충남대 기부’“고향 떠난 지 수십 년, 충남대 기부는 오래전부터의 꿈이었죠”충남대, 윤근 여사 기부 40억대 부동산 교육·수련시설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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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영도구에서 자수성가한 윤근 여사(88, 충남 청양 출신)가 19일 충남대학교를 방문해 김정겸 총장에게 4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하는 약정식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충남대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평생을 기구하게 살며 모아온 이 재산을 고향의 국립대학교에 기부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만 할 수 있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88세의 윤근 여사가 자신의 평생을 바쳐 일군 4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충남대학교에 기부해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자수성가한 그녀의 인생 스토리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를 거쳐온 우리 사회의 역사 그 자체다.부산광역시 영도구 영선동에 거주 중인 윤근 여사(1937년생)는 19일 충남대학교를 방문해 김정겸 총장에게 부산 영도구에 있는 본인 소유의 건물을 전달했다. 개인 기부로는 1990년 50억 원 상당의 부동산과 현금 1억 원을 충남대에 기부한 ‘김밥 할머니’ 정심화 이복순 여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윤근 여사의 고향은 충남 청양군 장평면.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한 채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생계를 위해 농사일과 땔감 장사를 했고, 13세에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며 고난의 길을 걸었다. 17세에 결혼했지만,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서울로 상경해 도자기 공장과 행상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다.하지만 서울에서도 삶은 쉽지 않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옷 행상을 시작했다. 장사는 번창했지만, 무리한 노동으로 인해 건강을 잃었고 세 번의 유산을 겪었다. 이후 남편이 다른 여인과 새 가정을 꾸리며 윤 여사는 홀로서기를 결심했다. 다시 서울로 올라와 과일 노점 등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생활은 여전히 어려웠다.그때 부산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1970년 12월 25일, 단돈 500원을 들고 부산으로 향한 윤 여사는 가사도우미와 숙박업소 허드렛일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돈을 모았다. 10년 동안 악착같이 일한 끝에 부산 영도 남항 인근에 ‘동남여관’을 인수하며 숙박업을 시작했고, 1995년에는 6층 규모의 새 건물을 지었다.타향살이하면서도 고향을 그리워했던 윤 여사는 충청도 출신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며 고향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던 중 ‘김밥 할머니’ 정심화 이복순 여사의 기부 소식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언젠가 나도 고향의 국립대에 기부하겠다’는 결심이 그때부터 시작됐다.마침내 2025년, 88세를 맞이한 윤근 여사는 자신의 인생이 담긴 동남여관 건물을 충남대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먹고살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했어요. 동남여관에는 저의 인생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35년 전 김밥 할머니가 충남대를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에 품고 있었던 일을 이제야 이룰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힘들게 공부하고 있는 충남대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에만 집중해서 세상을 이끌어가는 훌륭한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김정겸 총장은 “윤근 여사님의 인생은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우리 국민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는 역사 그 자체”라며 “수십 년 동안 고향을 떠나 계신 동안에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다는 말씀에 감동했다”고 말했다.이어 “여사님의 과거와 현재가 담긴 부동산을 기부하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여사님 고향의 국립대인 충남대 학생들이 공부에만 집중하기를 바란다는 여사님의 뜻을 받들어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한편, 충남대 발전기금재단은 윤근 여사로부터 기부받은 4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교육시설, 수련원 등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