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의 그림자’…경제 위기와 전통의 ‘위축’
-
- ▲ 27일부터 제천지역에 폭설이내리자 제설차량이 도로에 제설제를 뿌리고 있다.ⓒ제천시
유난히 긴 설 연휴, 한국의 대명절인 만큼 가족과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시기다. 그러나 올해 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갑고 우울한 분위기가 감돈다. 경제는 끝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설 상차림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많은 가정이 명절의 따뜻함을 느끼기보다는 경제적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가족이 한데 모여 조상을 기리는 제사상은 그 자체로 한국인의 전통과 정서를 상징한다. 그러나 올해는 그 상징마저 위축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제사상에 올라야 할 제수용품 가격 폭등으로 인해 많은 가정이 기존의 상차림을 포기하고 대폭 간소화하는 현실이다. 심지어 일부 가정에서는 제사를 생략하거나 대체 방법을 모색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이는 단순히 물질적 어려움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전통과 가치를 지켜야 할 힘조차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그동안 지켜왔던 소중한 명절의 의미가 흔들리고 있다.설을 앞두고 27일부터 갑작스러운 폭설로 인해 축사와 비닐하우스가 붕괴하고 교통사고 등 피해가 속출하며 지역사회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농가에서는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에 닥친 재난으로 큰 손실을 보았고, 물류 대란으로 인해 물가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자연재해는 이미 어려운 경제 상황에 또 다른 부담을 더 하며 국민의 고통을 배가시키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모습은 국민에게 실망감을 더한다.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여야는 민생보다는 정치적 공방에 몰두하고 있다. 정치적 논쟁과 정쟁은 헌법재판소로 향하며 국민의 관심과 희망을 외면하고 있다. 경제와 민생이 무너져가는 가운데 국민을 위한 실질적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권이 국민의 고통을 직시하지 않고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기고 있다. -
- ▲ 지난 27일 폭설이 내리면서 축사가 붕괴된 당진시 한 축사 모습.ⓒ충남세종농협
국민은 과연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물가 폭등과 자연재해로 명절의 의미를 잃어가는 이 현실 속에서 우리는 공동체로서의 가치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 먼저, 정부는 급격한 물가 상승을 완화하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긴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명절과 같은 시기에 물가 안정과 폭설로 인한 재해 복구 지원은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조치를 넘어 국민의 삶에 실질적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기본적인 의무다. 동시에 민간 부문에서도 지역사회와 연계해 피해 복구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연대의 노력이 필요하다.한편으로는 국민 개개인이 지역사회와 함께 협력해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연대와 협력의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힘이자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다. 나눔과 협력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실제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명절은 단순히 음식을 차리고 선물을 나누는 날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전통을 기억하고, 가족과 이웃과의 유대를 확인하며, 우리 사회가 가진 본질적인 가치를 재확인하는 시간이다. 올해 설은 비록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혼란, 그리고 자연재해로 빛을 잃었을지라도, 우리가 함께라면 다시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 비록 물질적 풍요는 부족할지라도, 마음의 풍요를 나누는 명절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정치는 흔들리고 경제는 불안정하지만, 우리의 공동체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 가족과 이웃이 손을 맞잡고 작은 나눔을 실천할 때, 우리는 이 위기를 이겨낼 힘을 키울 수 있다. 모두가 힘겹게 맞이하는 설 연휴지만, 이 속에서 서로를 보듬고 희망을 나누는 진정한 명절의 의미를 찾아보자. 우리의 전통과 공동체 정신이 바로 어려움을 이겨낼 희망의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