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이 불러올 득과 실, 신중한 선택 필요”“외부 위기 속 내부 갈등…생존 기회 잃을 수도”
  •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현대제철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현대제철
    현대제철이 지난 1일부터 이어진 노동조합의 총파업에 대응해 24일 당진제철소의 일부 공정을 전격 폐쇄했다. 

    현대제철은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해 더 이상의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불가해짐에 따라 막대한 지장이 초래돼 부득이하게 직장 폐쇄(1‧2 냉연공장 PL/TCM)를 공고했다. 

    PL/TCM은 냉연 강판 생산의 핵심 설비로, 열연 강판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사전 압연, 냉연 강판 생산 라인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 설비가 멈추면 냉연 생산 라인이 중단되며, 냉연 강판은 주로 자동차용 강판으로 사용된다.

    이번 직장폐쇄로 인한 생산 손실은 27만t, 손실액은 25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노사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과연 지금이 총파업을 감행할 적절한 시점인가라는 것이다.

    ◇글로벌 위기 속 현대제철이 ‘처한 현실’

    현대제철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척박하다.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가 부과되면서 한국산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면서 현대제철은 국내외 시장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욱이 철강 수요의 핵심 산업인 건설, 조선, 자동차 업황이 침체하면서 내수 시장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러나 노조의 총파업으로 인해 생산이 중단되면 기업의 실적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장기적으로 이는 구조조정 가능성을 높이고, 결국 노동자들에게도 피해가 돌아올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살얼음판 같은 지역경제에도 직격탄이 불가피하게 됐다. 
  •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부분 직장 폐쇄 공고문.ⓒ현대제철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부분 직장 폐쇄 공고문.ⓒ현대제철
    ◇노조의 요구, 그리고 ‘현실적인 한계’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 측은 기본급 450%에 정액 1000만 원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투쟁이라는 점에서는 이해할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파업이 회사 전체의 위기를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경영의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필수적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바를 100% 관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 더욱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노사 간 대화와 타협이 절실하다’

    총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단기적으로 노조의 단합력을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노동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현대제철 노사는 극한 대립보다는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할 시기이지, 대립과 갈등을 키울 때가 아니다. 현대제철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보장받으려면 성숙한 노사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과 같은 외부 위기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내부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자멸행위나 다름없다. 만약 노사 모두가 현실을 외면하고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하다면, 결국 생존의 기회조차 놓쳐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