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시원한 조망 일품[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영동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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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기산(葛基山, 해발 585m)은 충북 영동군 양산면과 학산면의 경계에 솟아 있는 산으로, 산세가 말이나 사자의 목덜미에 난 갈기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산 이름을 갖고 있다.이번 산행은 ‘갈기산 주차장~헬기장~정자 쉼터~고스락~말갈기 능선~차갑고개~갈기산 주차장’으로 원점회귀 코스이다.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금강로에 인접한 갈기산 주차장(영동군 양산면 가선리 산 79-1)을 이용하면 된다. 이곳 주차장은 무료로 수십 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주차장에는 간이화장실이 설치돼 있고, 갈기산 등산안내도와 해충기피제 분사기도 설치돼 있다. 해충기피제 옆으로 열리는 등산로를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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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초입부터 제법 가파른 산길이 시작된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뒤섞인 성긴 숲길을 오른다. 나뭇잎을 뚫고 찬란하게 발산하는 아침 햇살이 행복한 산행을 예고한다.얼마 오르지 않아 등산로 우측의 소나무 뒤로 햇살을 가득 품은 능선이 눈길을 끈다. 이후 자잘한 돌이 널린 길과 암반이 박힌 길을 오른다.주차장에서 약 0.6㎞ 지점에 있는 헬기장을 통과한다. 이곳에서 넘어야 볼록볼록한 봉우리들을 바라보고 약 0.5㎞를 더 오르면 금강을 감질나게 맛볼 수 있는 제1조망점에 도착한다.이어 가파른 돌길을 오르면 제1조망점에 비해 산기슭을 멋지게 휘돌아 흐르는 금강 물줄기를 확연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제2조망점에 도착한다. 이 등산로는 금강과 천태산까지 조망되는 그야말로 산수미(山水美)를 즐길 수 있는 멋진 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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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을 바라보면서 느릿느릿 오르다 보면 정자 쉼터를 만난다. 정자에서는 금강을 조망할 수 없는 대신 우측으로 안자봉, 성인봉, 자사봉 등의 능선을 조망하는 선물을 받는다.정자를 받치고 있는 암반 밑을 돌아 나지막한 나무들이 우거진 가파른 암릉 구간을 오른다. 암반 위에 우뚝 솟은 바위와 그 뒤로 낙락장송이 멋진 산수화를 그리고 있는 제3조망점에 도착한다.이곳에서 ‘송호금강물빛다리’와 ‘영동양산팔경둘레길’를 조망한다. 너른 암반 위에 앉아 산수를 바라보니 신선이나 다름없다. 이곳에서 바라본 풍경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세워졌더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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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조망점을 뒤로하고 큼직한 바위 사이를 빠져나가 경사진 암릉 구간을 오른다. 도중에 높은 바위에 올라 지나온 울긋불긋한 능선을 조망한다.붉은 기와의 정자 쉼터와 금방 지나온 제3조망점 바위들이 발아래에 펼쳐진다. 이어 조금 더 오르면 제4조망점에 이른다. 이곳에 서면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세속을 내려다보는 듯한 황홀한 느낌에 젖는다.제4조망점에서 조금만 더 오르막길을 오르면 좌측으로 갈기산 고스락이고, 직진하면 등산로라고 알리는 이정표를 만난다.좌측으로 몇 발자국 옮겨서 밧줄이 매달린 약 5m 높이의 직벽에 가까운 암벽을 오르면 고스락에 도착한다. 고스락은 삐쭉삐쭉 튀어나온 암석들로 비좁고 가파르지만, 사방으로 시원하게 트인 조망은 마음을 새처럼 훨훨 날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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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기산 고스락에서 금강 물줄기와 멀리 천태산을 조망하고, 하산하게 될 말갈기 능선과 눈을 맞춘다. 하산은 삼거리로 다시 내려가 등산로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으나, 고스락을 넘어 안전 밧줄을 붙잡고 하산하기로 한다.금강과 말갈기 능선을 조망하면서 깎아지른 갈기산 고스락 암벽을 내려간다. 약 0.2㎞를 안전하게 하행하면 등산로와 만나는 세거리에 이른다.이곳에서 말갈기 능선 푯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막아선 봉우리를 우회하여 진행하다 보면 서서히 조망이 터지면서 칼날처럼 드어선 암릉을 하행한다.암릉 구간에는 나지막한 참나무 잎이 거의 다 갈색으로 바뀌었고, 푸르던 소나무 잎도 갈옷을 입어 초가을 청취를 물씬 풍긴다. 완만한 암릉 구간 끝자락에 홀로 우뚝 솟은 소나무가 강한 생명력과 꺾이지 않는 기상을 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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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에서 떨어져 나온 잔돌이 널리 흩어진 구간을 내려가다가 다시 암릉으로 올라선 후,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지나온 능선 따라 갈기산 고스락까지 한눈에 조망한다.이어 폭이 좁고 양쪽으로 벼랑을 이루는 아찔한 암릉 구간을 걸으니, 소름이 온몸에 돋아난다. 그러나 암릉에서 바라본 황금벌판이 이내 마음을 안정시키고 풍요롭게 한다.데크 계단을 통해 볼록 솟은 암릉을 넘어서면 암릉 구간 끝자락에 위치한 558봉에 도착한다. 갈기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세와 풍광은 유명한 높은 명산에 견줄만하다.갈기산(0.64㎞)와 월영봉(2.70㎞)을 표시한 이정표를 지나 558봉을 넘어 돌길을 조심해서 하행한다. 나지막한 성긴 소나무 숲을 하행하다가 여유롭게 길을 멈추고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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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기능선에서 갈기산 고스락까지 이어진 능선이 부드러운 한국전통 춤사위처럼 다가온다. 소나무 숲의 안부에 이르러 다시 545봉으로 오른다.오르막길에서 뒤들 돌아보니 소나무로 뒤덮인 558봉과 그 옆으로 지나온 말갈기 능선이 데크 계단과 함께 선명하게 조망된다.545봉으로 이동하는 암릉 구간도 폭이 좁고 거친 바위들로 이뤄져 있고 양옆으로 벼랑을 이룬다. 암릉 한가운데 키 작은 모습으로 오랜 세월 동안 푸름을 간직하고 있는 소나무를 지난다.이어 암릉 우측 옆으로 앙상한 뼈대만으로 풍경화의 점경을 차지하고 있는 고사목을 바라보니 삶과 죽음이 한순간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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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5봉에 이르는 암릉에는 불쑥불쑥 튀어 오른 바위가 연이어 이어지고, 그들 사이에 바싹 메마른 억새를 보니 쏜살같이 흘러간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진다.암릉 구간은 풍파로 쪼개지면서 파생된 잔돌이 널려 있고 사이사이로 억새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들 사이로 통과해 545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다가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산행 코스가 멋지게 드러난다.시선은 가까이 억새 세상에서 청록의 세계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558봉으로 이어지고, 다시 말갈기 능선이 다리를 놓고, 우회한 봉우리를 지나 갈기산 암벽을 올라 멀리 갈기산 고스락에 닿는다. 늘어진 갈기산 자락 뒤로 이전에 다녀온 천태산 산줄기가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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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봉·자사봉·월영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와 갈기산 자락이 이루는 골짜기는 생명을 잉태하는 모습이다. 모두가 한곳에서 나왔건만, 세상 사람들은 어찌 그리 다투고 갈등하는가.이제 545봉을 넘어 키 작은 소나무 숲과 암릉을 지나 참나무 숲으로 들어가면 어느새 차갑고개 안부 세거리에 도착한다.갈기산(1.3㎞)·주차장(2.7㎞)·월영봉(2.10㎞) 갈림길의 이정표에서 주차장 방향으로 하산한다. 처음에는 가파른 듯하지만 이내 완만한 경사의 구불구불한 산길이 이어진다.안부에서 약 1㎞ 하행하면 메마른 계곡과 인접한 산길을 걷는다. 계곡 하류에 가까워질수록 계곡의 폭은 점점 넓어지고 간간이 물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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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반으로 형성된 계곡을 지나 평지에 접어들면 농가 한 채를 만난다. 농가 앞을 지나 계곡을 넘으면 또 다른 농가를 만난다.그곳에서 약 10m 정도 이동하면 콘크리트 포장된 농로를 걸어 이동하면 금강로와 합류된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약 5m 이동하면 주차장에 도착하여 약 5.91㎞ 산행을 마무리한다.이번 산행에서 차갑고개에서 주차장까지 하산하는 코스는 다소 지루한 느낌이 있었으나, 갈기산의 금강 조망과 말갈기 능선의 멋진 풍광을 생각하면 다소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