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한계곡 울창한 숲속의 맑은 공기[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영동군 편
  • ▲ 석기봉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 석기봉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석기봉(石奇峰, 해발 1239m)은 충북 영동군과 전북 무주군의 경계를 이루고, 삼도봉(三道峰, 해발 1177m)은 충북 영동군과 전북 무주군, 경북 김천시 등 3개 도(道)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이번 산행은 ‘물한계곡주차장~황룡사~제1, 2, 3 삼거리~석기봉~삼신상~석기봉~삼도봉~삼마골재~물한계곡주차장으’로 원점회귀 코스다.

    물한계곡의 ‘물한(勿寒)’의 의미를 생각해 보니, 이 계곡에 흐르는 물이 다른 어느 계곡물보다 무척 차기 때문에 차다고 하는 다른 계곡과는 비교도 하지 말라는 의미인 것 같다.

    주차장을 출발해서 계곡을 따라 포장길을 이동하다가 황룡사 입구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민주가든을 지나면서 포장길이 끝나고 비포장 산책길이 이어진다.
  • ▲ 잣나무 숲길.ⓒ진경수 山 애호가
    ▲ 잣나무 숲길.ⓒ진경수 山 애호가
    계곡을 따라 자갈이 흩어져 있는 평탄한 산책길을 걷는다. 보이지 않은 길옆 계곡에서 들려오는 청량한 물소리와 그곳에서 퍼져나오는 신선한 음이온, 청록의 숲이 만든 상쾌한 공기가 마음을 깨끗하게 하며, 사선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생동하는 생명력을 준다.

    삼도봉(3.8㎞)·민주지산(3.0㎞)·물한계곡주차장(1.6㎞) 갈림길인 제1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삼도봉 방향으로 하늘에 닿을 듯이 높게 자란 낙엽송 숲길로 접어든다.

    제1 삼거리에서 계곡을 건너 0.15㎞을 이동하면 산책길 양옆으로 빽빽하게 들어찬 잣나무 숲이 시원스럽게 창공을 찌른다. 세상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이처럼 쑥쑥 잘 풀렸으면 좋겠다.

    잣나무 숲길을 걷다가 석기봉(5.0㎞)·민주지산(2.8㎞) 갈림길인 제2 삼거리에서 석기봉 쪽으로 방향을 튼다. 잣나무 숲을 지나면 청록의 활엽수 숲이 이어지고 계곡을 건넌다.
  • ▲ 용소폭포.ⓒ진경수 山 애호가
    ▲ 용소폭포.ⓒ진경수 山 애호가
    자갈이 널린 산책길은 서서히 경사를 높이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철망으로 가려진 계곡에 용소폭포가 있다는 푯말을 만난다.

    철망 출입문을 통해 계곡으로 내려가 웅장한 바위 사이를 흘러내리는 용소폭포와 마주한다. 암벽에 둘러싸여 어둑어둑한 못에 서면 깊은 땅속으로 떨어져 홀로 놓인 고독감이 엄습한다.

    계곡에서 산책로로 올라와 계곡을 건너 점점 가팔라지는 자갈길을 오른다. 옥소폭포 푯말에서 계곡으로 내려가 옥소폭포를 만난다.

    2개의 폭포를 만난 이후 계곡을 건너고 또 건너면서 계곡을 옆에 끼고 등산로를 오른다. 높은 산이 만드는 깊은 골에서 풍기는 고요한 자연 속에 있으니 혼란함이 사라지고 산과 숲이 친구로 다가온다.
  • ▲ 계곡을 끼고 오르는 등산로.ⓒ진경수 山 애호가
    ▲ 계곡을 끼고 오르는 등산로.ⓒ진경수 山 애호가
    제2 삼거리에서 0.5㎞ 정도 이동하면 삼도봉(3.0㎞)·석기봉(2.3㎞)·물한계곡주차장(2.3㎞) 갈림길인 제3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우측 석기봉 방향으로 접어든다. 안내판에는 일부 노선이 급경사가 있으므로 적설 시에는 우회하라고 적혀 있다.

    산허리를 깎아 만든 등산로를 따라 산길을 오르는데, 우측으로 골짜기가 벼랑을 이룬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산길은 점점 좁아 들고 거칠다.

    한차례 가파른 자연석 계단을 오른 후, 계곡을 넘나들며 경사도를 높이며 오르니 숨이 헐떡이며 심장이 요동친다. 가쁜 숨소리에 장단 맞춰 흐르는 땀을 계곡에서 솟구쳐 오르는 시원한 공기에 항상성을 찾아간다.

    너덜지대를 지나면서 등산로에 꽂힌 식별 막대가 안전하게 길을 안내한다. 이어 마주친 급경사의 자연석 계단이 민주지산 제3분기점 능선까지 이어진다. 급경사이지만 천천히 페이스에 맞춰 한발씩 딛는다.
  • ▲ 민주지산 제3분기점을 오르는 계단에서 바라본 단풍.ⓒ진경수 山 애호가
    ▲ 민주지산 제3분기점을 오르는 계단에서 바라본 단풍.ⓒ진경수 山 애호가
    계단을 오르다 힘에 겨워 잠시 고개 들어 숨을 고를 때, 노랗고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잎이 수줍은 듯 나뭇가지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능선 부근에 무성한 풀숲을 이룬 조릿대를 가르며 막바지 계단 구간을 오르면, 석기봉(0.5㎞)·삼도봉(1.0㎞)·물한계곡주차장(4.0㎞) 갈림길인 민주지산 제3분기점(해발 1135m)에 도착한다.

    석기봉 방향으로 통나무 계단을 오를수록 양쪽의 숲은 청록과 노랑, 빨강, 갈색 등 알록달록한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익어가는 계절의 변화가 이 높은 고도부터 시작되고 있다.

    자연의 이처럼 높은 곳에서 아래로 향하여 익어가는 변화를 추구하고,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향하여 역동적인 변화를 추구한다. 우리네 삶의 변화와 혁신은 위아래 구별이 없이 동시에 이뤄져야 함을 배운다. 이룬바 줄탁동시(啐啄同时)가 생각난다.
  • ▲ 석기봉에서 바라본 산 아래 풍광.ⓒ진경수 山 애호가
    ▲ 석기봉에서 바라본 산 아래 풍광.ⓒ진경수 山 애호가
    오색찬란한 자연의 향연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함께 머물며 맘껏 즐기고 천천히 이동한다. 통나무 계단이 끝나면 무성한 조릿대밭에 색동옷을 입기 시작한 참나무 숲 아래를 지난다.

    숲에 가려진 쉼터 정자를 지나 조금만 오르면 나지막한 나무들이 퍼져 있는 바위산으로 된석기봉과 마주친다. 암릉 구간을 오르면서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삼도봉을 조망한다.

    이제 이정표에서 막바지 가파른 암릉을 오르면서 독수리 부리처럼 생긴 바위를 지나 석기봉에 도착한다. 산 이름처럼 기이한 바위가 있는 암봉이다.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삼도봉 산등성이와 일렁이는 민주시산과 각호산 능선을 조망한다. 영동군 상촌면 방향의 높지 않은 산들이 푸르름을 간직한 채 켜켜이 층을 이루며 파도 물결을 이룬다.
  • ▲ 삼신상.ⓒ진경수 山 애호가
    ▲ 삼신상.ⓒ진경수 山 애호가
    석기봉에서 서남쪽 50m 쯤 아래 60도 경사진 암벽에 양각된 삼신상(三神像)을 만나러 떠난다. 민주지산 방향으로 좌측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밧줄이 설치된 암릉 구간으로 하행한다.

    밧줄을 잡고 안부로 하행하는 내내 아름다운 단풍을 즐긴다. 안부에 도착하여 넘어온 암봉 우측으로 다시 돌아가는 등산로로 접어들어 단풍 숲길을 오른다.

    석기봉(0.2㎞)·내북마을(2.4㎞)·민주지산(2.9㎞) 갈림길의 이정표에서 내북마을 방향으로 약간 이동하여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석기봉을 조망한다.

    이정표에서 석기봉 방향으로 단풍 숲길을 조금만 오르면 높이 6m, 폭 2m의 크기로 양각된 삼신상, 일명 삼두마애불(三頭磨崖佛)을 만난다.
  • ▲ 석기봉에서 바라본 삼도봉.ⓒ진경수 山 애호가
    ▲ 석기봉에서 바라본 삼도봉.ⓒ진경수 山 애호가
    삼신상에서 약 40m 이동하면 석기봉과 삼도봉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서 석기봉을 오르지 않고 삼도봉으로 직접 이동할 수 있다.

    계단을 통해 석기봉에 다시 올라 최종 목적지 삼도봉을 바라보고 이내 하행한다. 석기봉에서 민주지산 제3분기점에 도착하여 삼도봉 방향으로 경사진 길을 오른다.

    이어 완만하게 경사진 수령이 꽤 오래된 참나무 숲길을 걷는데, 이곳저곳에서 다채로운 색으로 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산을 오르기 전에는 예상하지 못한 가을 단풍의 풍광을 즐기는 호사를 누린다.

    구불구불하고 완만한 능선을 힘들지 않게 올라 구릉에 도착한다. 단풍들기 시작한 삼도봉을 조망하고 내리막길을 잠시 하행하다가 이내 다시 평탄한 숲길을 걷는다.
  • ▲ 가을옷으로 갈아입는 참나무 숲길.ⓒ진경수 山 애호가
    ▲ 가을옷으로 갈아입는 참나무 숲길.ⓒ진경수 山 애호가
    참나무 단풍 숲길을 빠져나오면 곳곳에 억새가 피어난 헬기장을 지나서 짧은 돌계단을 오르면 백두대간의 우두령과 부항령의 가운데 위치한 삼도봉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해인리(0.9㎞)·석기봉(1.4㎞)·민주지산(4.3㎞)·황룡사(4.4㎞)로 이어진다. 삼도봉이 충청, 전라, 경상의 대화합을 넘어 대한민국이 분열과 갈등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하나로 되는 날을 간절히 기원한다.

    삼도봉에서 삼마골재로 하산을 시작한다. 수령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되고 기이한 형상을 한 참나무에서 삶의 고뇌를 느낀다.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나무의 모습에서 정열을 느끼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참나무에서 노련함을 느낀다. 생김새가 나름대로 특성이 뚜렷하지만, 홀로가 아니라 주변 자연과 어울리는 고목이 삶의 지혜를 준다.
  • ▲ 삼도봉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 삼도봉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제법 경사가 센 나무계단과 돌계단을 하행한다. 고도가 점점 낮아질수록 청록빛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한다. 삼마골재에 도착하니 청록빛의 농도가 훨씬 짙어진다.

    삼마골재에서 한동안 하행하자 단풍은 찾아볼 수 없고 짙은 청록의 숲길이 이어진다. 6·25 전쟁 때 시체가 즐비하게 버려졌던 무덤골을 지나면서 그분들의 명복을 빈다.

    삼도봉에서 1.5㎞를 내려와 서낭 쉼터에 도착해 잠시 쉬어간다. 쭉쭉 뻗어 오른 낙엽송 지대를 지나고, 계곡을 건넌 후 줄곧 계곡을 따라 하산한다.

    의용골폭포와 음주암폭포를 지나 제3 갈림길에 도착하여 상행 시 걸었던 길을 따라 물한계곡 주차장에 도착해 약 13㎞ 산행을 마무리한다.